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2-07-06   1566

[공동논평] 이보다 더 편파적일 수 없다!

이보다 더 편파적일 수 없는 방심위의 공정성 심의

MBC뉴스데스크 민주당 국회의원당선자 방문 보도,
객관성 등 방송심의규정 명백히 어겼음에도 솜방망이 제재
공공재 전파 사유화 지적도 외면

어제(7/5)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심위)는 지난 5월 9일 민주당 국회의원당선자들이 김재철 사장을 면담하기 위해 MBC를 방문한 것을 “무작정”, “난입” 등의 표현을 써 보도한 것에 대해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하면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인 “의견제시”를,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서 피겨선수 김연아의 교생실습 및 대학생활 관련 방송 내용에 대해서는 CBS측의 사후 자정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하였다.

MBC뉴스데스크의 권재홍 앵커가 MBC노조원들의 퇴근저지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MBC측의 의견진술을 듣고 소위에서 징계수위를 정하기로 하였다. 방심위의 이번 공정성 심의는 이보다 더 편파적일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다.

 

그동안 행정기관인 방심위가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대해 비록 사후라고 하더라도 공정성 심의를 하는 것은 언론의 비판기능을 약화시키고 자기검열을 강화하도록 하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언론연대, 참여연대는 이번 방심위의 결정은 그야말로 방심위의 공정성 심의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본다. 방심위의 공정성 심의는 폐지되어야 한다.

 

5월 9일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MBC파업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김재철 사장을 면담하러 간 사안에 대해 MBC뉴스데스크에서 “무작정 찾아와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사장실 난입을 시도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엄광석 위원, 박성희 위원 등은 무작정과 난입이라는 용어의 사전적 의미만을 되풀이해서 지적하였을 뿐이다. 이들은 민주당측의 “수차례 면담요청을 했으나 무응답으로 일관해 찾아간 것이지 ‘무작정’ 난입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반박에 대해서 MBC가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2항은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하여야 한다”고, 4항에서는 “방송은 당해 사업자가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측 추천 장낙인 위원의 지적대로 이는 자사의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자사에 유리하게 보도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게 한 것이며 무엇보다 공공재인 전파를 사유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양측의 주장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서 일방의 주장만 전달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측 추천 위원들은 심의규정 제27조의 품위있는 언어선택 조항 위반에만 초점을 맞춰 사실상 제재하는 시늉만 했을 뿐이다. 이는 지난 3월 8일 전체회의에서 CBS라디오의 “김미화의 여러분”에 우석훈, 선대인 등이 출연 정부의 축산정책과 경제정책 등을 비판하여 한쪽 당사자의 일방적인 주장만 방송했다며 객관성·공정성 심의 조항의 위반 등을 이유로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한 사안과 비교하였을 때 지나치게 일관성이 없는 결정이다.

그뿐이 아니다. 김연아 선수의 교생실습과 대학생활을 소재로 한 5월 22일 방송분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해서는, 생방송이라 출연진의 발언을 일일이 다 통제할 수 없었던 점과 사후 CBS측이 사과 방송 및 해당 코너를 폐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다. 이 역시 유사한 사안과 비교하였을 때 사측의 사후 대응 등 자정노력을 참작하여 주로 경징계하던 전례에 비추어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게다가 최근 CBS는 방심위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심의안건으로 올려 법정 제재한 것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이번 방심위의 제재결정은 이에 대한 보복차원이라는 의혹도 있다.

 

방심위의 공정성 심의가 편파적이고 정치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단적인 예는 MBC 뉴스데스크 권재홍 앵커 부상 관련 보도 심의다.

뉴스데스크가 지난 5월 17일 톱으로 내보낸 “권재홍 앵커가 뉴스데스크 진행을 마치고 퇴근하는 도중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았다”는 보도는 당사자인 권재홍 앵커가 노조원들에게 맞은 게 아니라고 밝혔음에도, 여당측 추천 위원인 권혁부 위원은 “신체 일부의 충격엔 정신적 충격 등도 포함되는 만큼 잘못된 표현이라 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를 제시하며 아예 드러내놓고 사측을 두둔하기까지 하였다.

사측은 의견진술을 통해, 노조원들에게 맞았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으며 통상 집회관련 기사를 보도할 때의 관행을 따른 것이라고 하였으나 이 역시 궁색한 변명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박경신 위원은 같은 상황에 대해 “권재홍 앵커가 퇴근 도중 노조원들의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청원경찰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발을 헛디뎌’ 신체 일부 충격을 입었다”고 객관적인 보도를 할 수 있었음에도 노조원들에게 부상을 당하였을 것이라고 오도할 수 있는 표현을 쓴 것은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여당측 추천 위원들은 권재홍 앵커 부상 보도가 공정성, 객관성 위반이라는 지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지난 2008년 5월 출범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PD수첩 광우병 편, KBS추적60분 4대강 편 등등 정부정책 비판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수없이 징계를 해 왔다. 징계의 결과는 방송 제작자들의 자율성 침해와 자기 검열강화, 이로 인한 국민의 알권리 침해일 수밖에 없다. 정치공학에 의해 임명되는 현재의 방심위 위원 구조상 정치심의로 귀결되는 것 역시 자명하다.

이번 전체회의에서 보여준 방심의위 심의 과정과 결과는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방심위의 방송내용에 대한 공정성 심의 폐지 등 대대적 개편이 절실하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