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공익소송 2016-05-13   1132

[칼럼] 옥시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세 가지 해법

옥시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세가지 해법

 

 

박경신 고려대 교수,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옥시의 경우처럼 제품의 위험을 알면서 이루어진 고의적인 영업행태는 실제 발생한 손해만을 배상해서는 재발을 막기 어려울 때가 많다. 기업들은 제품의 위험을 알아도 사고가 났을 때 지불할 피해배상액수에 확률상 발생할 사고빈도수를 곱해서 나오는 총액수가 제품을 리콜하는 비용보다 적게 나오면 고의적 영업을 계속하게 될 동기를 갖기 때문이다.

 

바로 그 동기를 없애는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즉 실손해액과는 별도로 기업의 자산과 소득에 비례하여 높게 배상액을 책정하여 ‘알면서 하는 악행’을 중단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도, 악행으로 이익을 취하고 자산을 축적한 기업에 대해서는 그 수입과 자산에 따라 더 크게 배상하도록 하는 것, 이 얼마나 아름다운 정의인가? 참고로 신용정보보호법이나 하도급법의 3배수 배상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아니다. 악의적 영업행태를 반복하지 않도록 동기부여를 하려면 실손해와 무관하게 가해자의 자산 및 소득에 충분히 타격이 될 정도로 높게 산정되어야 한다. 우리 하도급법도 미국의 반독점법이 행위의 악의성과 관계없이 시장경제원리의 엄중한 수호를 위해 3배수 배상을 하도록 한 것을 베꼈다.

징벌적 손해배상 얘기가 나오면 반기업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선량한 2위 업체의 입장을 생각해보라. 업계 1위가 위험한 제품을 몰래 팔아서 커다란 이익을 남기는 동안 2위 업체는 더 안전하게 제품을 만드느라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하자. 징벌적 손해배상은 사고의 위험을 알면서도 방치한 업체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 악의적인 업체가 1위를 해왔다가 이제 진실이 밝혀졌다면 업계순위를 바꿔주는 게 기업들 전체에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이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원조국인 미국에서 실제로 징벌적 손해배상 때문에 기업이 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액수의 상당액은 어차피 보험사가 부담을 하게 될 뿐 아니라 실제로 액수산정을 할 때 배심원이 기업의 재정적 상황도 감안한다. 업계순위가 바뀌는 것도 배상액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위험한 제품을 팔지 못하므로 영업이 줄어서 이루어진다.

 

또 하나 징벌적 손배 도입과 무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위자료배상액수의 현실화이다. 언론들 보면 각종 손해배상소송의 원고승소 판결소식을 전하면서 마치 사필귀정이라도 된 듯이 보도하지만 정작 승소했다는 원고의 얘기를 들어보면 “도대체 이거 받으려고 이렇게 고생했나?” 분통을 터뜨릴 때가 많다. 일실수입이니 병원비니 하는 것들은 원래 피해자들이 받았어야 하거나 피해자들이 지출하면 안되었던 돈을 복원해주는 것뿐이다. 자신이나 가족이 사망이나 상해 및 그에 따른 치료를 겪으면서 느끼는 고통과 힘겨움에 대한 보상은 온전히 따로 받아야 하며 그것이 바로 위자료이다.

 

우리나라 위자료가 대충 얼마나 될까? 2015년 2월 서울지역 판사들이 교통사고/산재사고 사망시 기준위자료를 1억으로 하자고 합의했는데 사망에 이르지 않는 상해에 대해서는 당연히 줄어든다. 예를 들어 두눈 모두 실명하면 50%인 5천만원 이런 식이다. 이 정도의 액수가 과연 충분한가? 타인의 과실로 억울하게 두 눈 모두 시력을 잃었는데 가해자가 5천만으로 앞으로 살아가면서 당할 고통과 어려움을 위자해주겠다고 하면 여러분은 위로가 아니라 모욕을 받지 않겠는가?

 

특히 사망의 방식에 따라 상해의 유형에 따라 피해자가 겪는 고통과 어려움은 천차만별이다. 가슴아픈 이야기지만 세월호와 같이 오랜 시간 천천히 죽은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그만큼 더 크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 정의롭다. 옥시피해자 중의 하나인 10세 소년이 앞으로 겪을 고통은 금방 사망한 사람의 고통을 넘어설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옥시로 인해 천식이나 기타 폐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천 명, 만 명이 넘을 것이다. 이들도 일일이 변호사를 따로 고용하고 피해입증을 따로 해야만 배상을 해주겠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밝혀진바 원인이 똑같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소송위임과 피해입증을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있는 게 “증권집단소송”인데 그래도 여유가 있는 주식투자자들 소송은 쉽게 할 수 있게 해놓고, 진짜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는 없는 게 우리나라 꼴이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참고 – 2004.7.15. 참여연대가 제안한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 방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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