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칼럼(pi) 2009-09-02   2175

예술의 전당과 상암구장 그리고 서울시청광장의 공통점은?

서울시는 광장 역사부터 배우길


헌법 제21조가 ‘집회의 자유에 대해 허가제를 인정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음에도 서울시의회가 자신 있게 서울광장 조례와 광화문광장 조례에 허가제를 두고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첫째,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모든 장소에서 집회를 할 자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광장 조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달리 모든 장소에서 하는 집회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회가 광장에서 거행될지만을 다룬다. 거기에서 못하면 다른 곳에서 집회를 하면 되므로 집회 자체를 허·불허하는 것이 아니어서 허가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현재 광장에서 집회를 하려면 조례상의 서울시 허가와 집시법상의 경찰청 신고를 모두 거쳐야 하며 후자의 위헌 여부는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둘째, 군부대는 군 지휘관이 관리하고 시청 건물은 시장이 관리하듯 공적으로 소유된 재산은 모두 대의제하에 선출된 공무원이나 그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가 국민을 대표해 배타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그 사용의 범위와 양태를 정할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역사 이전의 시간부터 시민들 간의 집회와 사상의 교환 그리고 공적 사안에 대한 토론을 목적으로 이용되어와

즉 광장도 예술의전당·상암구장 등과 마찬가지로 평화롭고 질서 있게 이용되려면 누군가가 인순이가 공연을 할지, K리그를 할지,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를 할지 등을 심의하여 허가하고, 그 결정에 따라 이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표현의 자유도 그 표현의 통로가 되는 시설을 소유한 자에 의해 제약될 수밖에 없음이 당연하다. 아무리 헌법적으로 보호되는 표현도 실리고 안 실리고는 신문사가 자신의 목적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서울시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한정된 시설 내에서는 허가제 금지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광장, 공원, 길거리 등은 공공의 장이며 다른 공공건물이나 시설들과는 다르다. 예술의전당이나 상암구장처럼 운용될 수는 없다. 공공의 장 이론은, 공공의 장에 해당하는 시설들은 배타적으로 소유되었다고 할지라도 거기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소유자나 관리자의 권리에 의해 제약되지 않는다는 법리이다.
 
‘공공의 장’ 이론을 처음 세운 미연방대법원 판례(Hague 대 CIO)를 살펴보자. 1939년에 프랭크 헤이그라는 펜실베이니아주 저지 시의 시장은 저지 시내의 길거리, 공원 및 공공건물 내에서 집회를 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법원은 ‘길거리와 공원은 소유자가 누구이든 역사 이전의 시간부터 공공의 사용에 신탁되어 왔고 기억이 아득할 정도로 오랫동안 시민들 간의 집회와 사상의 교환 그리고 공적 사안에 대한 토론을 목적으로 이용되어 왔다. 거리와 공공장소를 그렇게 사용하는 것은 시민의 특권’이라고 판시하였다.

사적으로 소유된 쇼핑몰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보호한다

길거리와 공원은 법적으로는 시 소유지만 그렇다고 하여 경기장이나 극장처럼 소유자나 관리자의 허가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며 표현의 자유 보호 원리들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위 법원은 허가제 금지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여 허가제를 규정하고 있는 시 조례에 대해 위헌 판정을 하였다.

이 공공의 장 이론은 그 후 미국에서 계속 발전하여 사적으로 소유된 쇼핑몰의 경우도 길거리 및 공원과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가 보호된다는 내용으로까지 발전한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경찰이 광장 주변에 설치하는 차벽은 공공의 장을 완전히 폐쇄하는 것이므로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시청이나 시의회 건물에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 이 글은 9월 2일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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