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3-09-13   1783

[논평]방통위,<백년전쟁>방송한 RTV에 대한 징계명령 취소해야

 

방송통신위원회, RTV에 대한 중징계명령 취소해야

<두 얼굴의 이승만>,<프레이저보고서> 방송한 RTV에 대한 중징계명령이야말로 공정성, 객관성 잃은 것  

 

 

  재단법인 시민방송(채널명 RTV)이 <백년전쟁-두 얼굴의 이승만> 등 역사다큐멘터리 두 편을 방영했다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받은 중징계명령에 대해 12일 재심을 청구했다. 방통위는 RTV가 지난해 민족문제연구소의 역사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이승만의 두 얼굴’, ‘백년전쟁-프레이저 보고서’ 두 편을 방송한 것과 관련해 8월21일 ‘해당 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방통위가 내놓은 중징계명령의 근거는 프로그램이  ‘공정성’, ‘객관성’, ‘사자명예훼손’ 규정을 위반한 것임에도 RTV가 방송을 내보냈다는 것이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방통위의 판단이야말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은 것이며, 퍼블릭액세스(public access)채널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하지 못한데서 나온 과잉심의라고 본다. 

 

방통위가 이 프로그램들이 공정성, 객관성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이유의 핵심은, 전직 대통령의 공적과 과오를 균형있게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상당히 있는데, 프로그램들이 부정적인 시각만으로 평가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된 역사문제연구소의 다큐멘터리들은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부각시킴으로써 우리사회의 주류적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차원에서 제작된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이런 프로그램에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측면을 함께 다룸으로써 기계적 균형을 맞추도록 요구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공정성이나 객관성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 축소함으로써 특정 주장을 일방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는가의 차원에서 평가될 문제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전제로 하여 만든 프로그램에 그 인물의 긍정적 측면을 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징계하는 것은 공정성이나 객관성 개념 자체를 대단히 형식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방통위의 판단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프로그램들에서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다소 직설적인 표현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공공의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또,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명예훼손이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우리 법 체계를 전제로 할 때, 전직 대통령의 입장에서 언짢을만한 내용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의 책임을 묻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 된다 할 것이다.

 

  설령 이 프로그램들에 다소의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번 방통위의 명령이 ‘과잉심의’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것은 RTV가 퍼블릭액세스 채널이라는 사정 때문이다. 퍼블릭액세스 채널은 시민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방송함으로써 주류 미디어에 담지 못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내용과 분야에 대한 제한없이 자유로운 시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 퍼블릭액세스 채널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할 때,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심의 역시 통상의 방송심의와는 달라야 한다. 그런데 방통위는 채널의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통상의 경직된 잣대로 징계를 결정해 버렸다. 이는 어떻게 보더라도 과잉심의이다.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와 국가의 정통성 문제는 별개의 영역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오히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비판도 자유롭게 허용하는 헌법적 가치를 충실히 구현함으로써 지켜지는 것이다. ‘불편한’ 방송에 공정성과 객관성의 잣대를 함부로 들이대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방통위는 RTV에 대한 징계명령을 취소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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