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집회시위 2014-03-28   5017

[논평] 아쉬움 남는 헌재의 집시법 제10조 한정위헌 결정

아쉬움 남는 헌법재판소 집시법 제10조 한정위헌 결정 

국민의 정당한 의사표현 막아온 집시법 조항의 위헌성 재차 확인

그럼에도 밤12시를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유감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3월 27일 야간 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0조 및 제23조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현행 집시법 10조는 “해가 진 때부터 그 다음날 해가 뜨는 시간까지” 시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위 시간대 중 밤 12시인 ’자정‘ 전 금지에 대해서만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야간에 이루어지는 시위를 무차별하게 처벌했던 과거 관행의 위헌성은 최종 결정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지만, 별다른 근거 없이 ‘자정’ 이라는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  

 

이미 헌재는 지난 2009년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해가 진 뒤의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박탈한다고 본 것이다. 당시 결정에서 헌재가 특별한 시간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해당 조항 전체가 헌법에 위반되었다고 판단해, 지금은 야간집회가 자유롭게 허용되고 있다. 야간 시위금지에 대한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단까지 더해지면서, 그간 집회 및 시위를 부당하게 억압하는 도구로 쓰인 집시법 제10조는 사실상 힘을 잃게 됐다.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다. 

 

 

그런데 이번 결정에서 헌재는 ‘자정’이라는 자의적 기준을 들어, 자정 이후의 시위를 금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국민 일반의 법 감정 등을 고려해 입법부가 판단할 일이라며 국회에 공을 넘겼다. 

이 ‘자정’이라는 기준은 여러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일정 시간대를 기준으로 법률 조항의 위헌과 합헌 경계를 나누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헌재는 원칙적으로 특정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 판단에 집중해야 하며, 법률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 판단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 자칫 국회의 입법권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에서  ‘야간 시위’ 중 자정이라는 특정 시간을 전후로 위헌 여부를 나누어 판단한 것은, 사실상 헌재가 입법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 뿐 아니다. 야간 시위 역시 주간 시위와 마찬가지로 소음 발생 정도나 장소 등 집시법의 통제를 받는다. 그런데 야간의 경우는 천막 농성, 노숙 농성 등의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라서 주간이나 초저녁 집회에 비해 오히려 평온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에 하나, 혼란을 야기하거나 폭력으로 이어질 우려 상황이 발생한다 해도, 기존의 집시법으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자정이 넘는 시간에 이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시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헌재의 아쉬운 결정으로 공은 국회로 넘겨졌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심야 특정 시간대 동안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런데 이번 결정을 계기로 또 한 번 특정 시간대 집회 및 시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될 우려가 커졌다. 

헌재가 판시한대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한 불가결한 근본요소다. 우리 헌법이 집회 및 시위에 대한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면, 시간 등을 기준으로 집회나 시위를 제한하는 입법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논평 (hwp)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