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경찰 이통사간 통신내역 요청제공 전산화 우려스럽다

경찰 이통사간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 전산화로 이용빈도 급증 우려

통비법상의 영장주의 도입 취지 형해화할 가능성 높아

 

언론보도에 따르면, 6월 12일부터 경찰청 수사국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와 수사협조 체제를 구축해 필요시 전산망을 통해 통화내역, 발신지 기지국 위치, 로그기록 등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받는다고 알려졌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교수, 고려대)는 이같은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의 전산화는 전산화 이전에도 무분별하게 행해지고 있는 경찰 등 정보, 수사기관의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6월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에만 통신사실확인 자료 제공 전화번호 수가 12,637,507건이었다. 즉 대략 1,300만명이 범죄혐의 수사를 받았다는 뜻이다. 이 숫자는 전국민의 약 30%에 해당한다. 아무리 범죄율이 높아도 전국민의 30%가 범죄 혐의자라는 것이 과연 말이 되나? 현재도 이럴진대 신속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요청을 전산화한다면 그 제공요청 건수는 더욱 더 많아질 것이다. 

 

경찰과 이통사 간의 전산시스템을 통해 통신사실확인자료까지 전산으로 요청하고 제공받는 것은 순전히 수사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경찰이 이통사가 보유한 국민의 통화기록 등에 한층 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사생활과 통신의 비밀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이통사가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현재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시 요청사유의 기재 및 이에 대한 심사가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쉽게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방향인지 의문이다.

전산시스템 도입으로 경찰은 현재보다 더 많은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요청하게 될 것이고, 사건수의 증가로 인한 법원의 심리부담을 높여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에 대한 부실한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산시스템 도입은 단순히 수사의 편의성 측면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호측면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더구나 이번 전산시스템이 도입이 국민의 기본권을 더 손쉽게 침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보도자료조차 내지 않고, 이 시스템이 어떻게 설계되고 운용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지 않다. 통비법에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한 취지를 형해화하는 방향으로 운용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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