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주경복 교수 7년치 이메일압수수색 국가 배상 확정

대법원, 기간 특정 않은 이메일 압수수색은 위법 확인

주경복 교수 7년치 이메일압수수색 700만원 국가 배상 확정

이메일 압수수색 통지하지 않는 수사관행 인정한 것은 유감

 

지난 11월 15일 대법원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던 주경복 건국대 교수의 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를 하면서 검찰이 7년 치 이메일을 압수수색한 것이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수사기관이 강제수사를 행할 때는 반드시 최소한의 침해를 해야 한다는 헌법적 요구가 다시한번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메일을 압수수색하면서 사전 또는 사후 통지를 하지 않은 것이 피고인의 형사소송법상의 방어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한 점은 유감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2008년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던 주경복 건국대 교수와 박래군 용산참사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의 이메일 계정을 압수수색하면서 검찰과 경찰이 형사소송법 제118조, 122조 등의 통지의무 등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침해하고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것에 대해 지난 2010년 10월 12일 국가를 상대로 각 5천만 원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1심, 2심 법원은 기간을 특정하지 않고 7년 치를 압수한 것은 강제수사의 비례원칙을 위반해 위법하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으나 압수수색 사전 또는 사후 미통지, 압수조서 미작성 등으로 방어권을 침해했다는 나머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법원이 이메일 압수수색의 사전 또는 사후 미통지가 위법하지 않다는 이유는, 이메일의 삭제, 변조 가능성이 있어 수사상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른 모든 전자문서 및 심지어 일반문서도 항상 삭제나 변조 또는 폐기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런 가능성 때문에 ‘급속을 요하는 때’임이 인정된다면 모든 압수수색은 사전통지 없이 집행되어도 무방하다는 논리로 귀결되며 결과적으로 이는 형사소송법의 통지 의무 조항을 형해화한다. 이메일 정보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서버에 보관되어 있고, 인터넷서비스제공자는 특정 이메일 계정 이용자가 자신의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하는 등 증거 인멸의 가능성을 일반 압수물에 비해 오히려 쉽게 막을 수 있는데 이를 무시한 판단이다.

 

또한 압수·수색영장이 적법하게 집행되는지를 사후적으로 확인하고 통제하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장치인 압수조서 작성, 압수목록 교부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압수조서 및 압수목록은 단순히 압수물을 돌려받기 위해 작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사후적으로 국가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제한이 적법한 것이었는지 확인하고 적절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형사사법절차는 그 자체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수반될 수밖에 없으므로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에 의한 자의적 법해석과 법집행과정에서 불필요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국민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면 국가기관의 헌법준수에 대한 감시가 불가능해 헌법을 형해와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메일 등 유체물이 아닌 정보의 특성상 실제로 내용을 보기 전까지는 범죄와의 관련성을 알 수 없는 점을 들어 범죄혐의와 무관한 이메일이 압수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기본권 제한은 불가피하니 위법하지 않다고 한 점도 문제다.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 하더라도 그 영장의 집행과정에서 수사의 필요성, 최소침해의 원칙 등은 영장 집행의 내재적 한계로 작동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전자정보의 압수수색에 대한 판결(대법원 2011. 5. 26.자 2009모1190)에서 압수수색과정에서의 참여권과 압수목록 교부는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해당 이메일 이용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법원은 실제 내용을 봐야 범죄와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이메일의 특성을 들어 일괄압수로 인한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이 큰 수사관행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범죄관련성 유무를 판단하는 과정 없이 불필요한 자료까지 전부 압수되고  있는 현행의 수사편의주의적 압수수색 관행의 개선 여지를 놓친 것이다. 대법원이 수사관행은 적법절차의 원리에 앞설 수 없다는 원칙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점은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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