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토론회] 인터넷실명제위헌결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

<긴급토론회>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 

 

지난 8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서비스 제공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용자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인터넷 업계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이 결정을 존중하여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폐지를 국회에 권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넷 실명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제도로서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로 전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어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인터넷의 자유와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헌법적 근거로서 그 의미가 매우 큽니다. 

 

그러나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 게임 실명제(게임 이용자들에 대한 본인인증 의무화), 통신사들에 의한 본인 인증 등 아직 불필요한 본인확인의 관행이 유지되고 있는 영역이 많습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을 계기로 다른 영역의 실명제에 대해서도 그 위헌성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재천 의원실과 언론개혁시민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에 대해 짚어보았습니다.

 

토론회 개요 

◇ 제목 : <긴급토론회> 인터넷실명제 위헌 결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

◇ 일시 : 2012년 8월 30일(목) 3시 30분 

◇ 장소 :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 

◇ 주최 : 최재천 의원실, 언론개혁시민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 순서 

– 사회 : 김승수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

– 발제 : 박경신 교수(고려대 법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 토론 :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최민식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

유영주 (언론연대 상임정책위원)

박영수 (선거관리위원회 법제과장) 

 

발제문 전문

인터넷실명제 위헌결정에 대한 소평석

박경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실명제가 헌법적으로 공격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내용규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표현은 표현의 내용을 전달하는 수단이므로 내용만 전달이 된다면 표현의 목표는 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표현의 내용규제가 아닌 방법규제는 ‘내용의 전달’이라는 표현의 목표를 훼손하지 않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누가 썼는지 저자만 밝힌다면 마음놓고 이야기해도 좋다”는 너그러워 보이는 목소리에 날카로운 헌법이론을 갖다대기는 어려웠다.

 

표현의 방법규제는 미국연방대법원에서도 중도심사(intermediate scrutiny)가 기본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위헌판결을 받은 사례가 없다. (참고로 미국, 한국, 독일 모두 국가공권력에 의해 제약되는 기본권이 심대하면 심대할수록 그 공권력행사를 정당화하는 공익이 명백하고 심대해야 한다는 헌법원리가 어떤 형태로든 작동하는데 공권력행사에 대해 더 지대하고 명백한 공익을 요구하는 것은 “엄격심사”라고 공히 개념화되어 있다. 중도심사는 이보다 더 낮은 심사를 말한다. 표현의 자유는 표현의 내용에 대한 규제의 경우 엄격심사가 적용되는데 바로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 심사와 등가이다.)

 

이에 대한 예외가 바로 사전검열인데 사전검열은 방법규제이지만 표현의 발화 이전에 작동하여 합법적인 표현의사를 가진 사람들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일반적인 내용규제보다도 훨씬 더 엄격하게 심사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위헌과 등가이다.  

 

청구인측은 사전검열로 보이게 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는데 이 노력은 실패했다.

 

“게시 글의 내용에 따라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니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삭제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도 않은 바 의견발표 전에 국가기관에 의하여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일정한 사상표현을 저지하는 사전적 내용심사로는 볼 수 없다.”

 

선거운동실명제를 위헌판정한 미국연방대법원 McIntyre판결은 저자의 이름은 내용에 해당된다고 하여 실명제를 내용규제로 보아 엄격심사로 위헌판정을 하였다. 청구인측은 저자명 표시에 따라서 내용의 함의가 달라진다면 당연히 내용규제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헌재는 이에 대해서 아무런 판정을 하지 않고 단지 위와 같이 결정을 하였다. 한상희 교수는 “저자명을 내용으로 보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고 헌재가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있다. 저자명이 내용에 포함된다손 치더라도 인터넷실명제가 절대로 “국가기관이 내용을 심사 선별”하는 것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물론 본인확인정보가 없으면 글을 올릴 수 없으니 “자동검열”이라고 할 수도 있고 청구인측도 그런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사전검열의 위축효과는 재량의 자의적인 행사가능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재량의 행사여지가 없다면 사실 내용심사라고 할지라도 그래서 사전검열로 분류된다고 할지라도 합헌이 될 수 있다. 본인확인제는 재량의 행사여지가 없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위축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위축효과 발생의 기전이 사전검열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다  

 

다행히도 헌재는 이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했다. “사전검열”이라는 말 대신 사상 처음 “사전제한”이라는 표현을 쓰고 “사전제한”이 허용되는 요건까지 설시하였다. 앞으로 수십년은 회자될 문구라고 하겠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한다. 본인확인이라는 방법으로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하여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키고 그 결과 헌법으로 보호되는 표현까지도 억제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방해한다(법익의 균형성)”

 

사전검열이 표현물 게시여부에 대한 재량권의 자의적 행사 가능성으로 사람들을 위축한다면 본인확인제는 자의적인 수사가능성으로 사람들을 위축시킨다. 어차피 사전검열이 방법규제임에도 금기시되는 이유가 위축효과 때문이라면 강도는 다르더라도 위축효과를 발생시키는 규제에 대해서는 금기시는 못하더라도 엄격하게 심사할 이유는 있는 것이며 헌재는 바로 이 지점에 매우 합리적인 점진주의적 법리를 창설한 것이다. 

 

위의 문구에서 “명백하여야 한다”는 말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과 연계시킨 것이고 우리나라 헌법학의 숙원 중의 하나인 헌법 제21조의 “사전검열”의 현재 지엽적인 적용범위를 더 넓힌 쾌거라고 본다. 즉 내용심사 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아 ‘사전검열’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전제한’에 이른다면 최소한 엄격한 심사는 해야 한다는 원리의 맹아라고 볼 수도 있다. 실명제 외에 어떤 ‘사전제한’이 있을 수 있을지 모르나 아마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여러 방법규제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위 설시는 빈말이 아니다. 위의 문단의 끝은 위 규범(대전제)이 적용되는 구체적인 사실(소전제)을 언급하여 삼단논법을 잘 마무리짓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한 자료에 의하더라도 본인확인제 이후에 명예훼손, 모욕, 비방의 정보의 게시가 표현의 자유의 사전제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위의 사실판단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청구인측은 무진 애를 썼다. 실제로 2007년 이후에 이루어진 실명제 효용성 연구 보고서 7개를 직접 입수하여 검토하여 가장 최근 연구인 2010년 우지숙 교수의 연구결과를 추인하였고 검토내용을 모두 헌재에 제출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왜 불법정보감소효과가 나타나지 않는지 그 기전을 추측하여 헌재에 제안하였고 이는 결정문에 역시 인지되었다. 

 

“본인확인제에 의하더라도 가해자가 주민등록번호와 명의를 도용하는 경우에는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움”

 

헌재는 실명제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명백하지 못함을 다음과 같은 놀라운 문단으로 전개한다. 

 

“우리 법상의 규제가 규범적으로 현실적으로 적용되지 아니하는 통신망이 존재하고 그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의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함에도. . . 본인확인제를 규정함으로써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바. . . 인터넷은 전세계를 망라하는 거대한 컴퓨터 통신망의 집합체로서 개방성을 그 주요한 특징으로 하므로 외국의 보편적 규제와 동떨어진 우리 법상의 규제는 손쉽게 회피될 수 있고, 그 결과 우리 법상의 규제가 의도하는 공익의 달성은 단지 허울좋은 명분에 그치게 될 수 있음을 간과한 것 (법익의 균형성)”

 

위 문단도 획기적이다. 우선 “우리 법상의 규제가 규범적으로 현실적으로 적용되지 아니 하는 통신망이 존재하고 그에 대한 인터넷이용자의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함”을 적시하였다. 이는 놀라운 일인데 법적용이 현실 상 어려운 경우 그 난점을 보상하기 위해 항상 더 강한 규제를 만드려는 것이 보통 규제당국의 습성이고 우리나라 사법부는 그런 습성에 제재를 거는 과감함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이번에 “현실을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들린다. 특히 이 부분은 블로터닷넷 측의 사업자 의견서와 Google측의 “YouTube대첩”이 주효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인터넷망이나 정보에 직접적인 규제를 가하는 소위 “대정보규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인규제인 형법이나 민사불법행위로 회귀할 것을 염두에 두었을 것으로 보인다. 심의를 전혀 받지 않은 Angry Birds를 국내에서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게임등급제나 게임셧다운제와 같은 다른 인터넷규제들에 대한 함의가 벌써 속삭여지고 있다.

 

헌재는 저울의 반대쪽 즉 본인확인제에 의해 침해당하는 기본권에 대해서도 매우 현실을 직시하는 판시를 하고 있다. 

 

“인터넷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여 계층, 지위, 나이, 성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이 사건 본인확인제는. . 표현의 내용을 불문하고 주요 인터넷 사이트의 대부분의 게시판 이용과 관련하여 본인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정보 등을 게시하고자 하는 자가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본인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의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 불이익을 염려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고, 인터넷을 악용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다수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 할 것이다(법익의 균형성).”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더라도”와 같은 표현은 우리나라의 친규제적 사법부에서 많이 보지 못했다. 또 실명제가 결국 범죄예방이 목표라면서 범죄의 개연성과 관계없이 모든 글에 실명의무를 부과하여 개인정보노출을 요구하고 그러한 요구를 통해 게시자를 위축시키는 매우 세련되지 못한 규제라는 것도 체감하고 있는 듯하다.  

 

헌재는 표현의 자유 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권 관련 법익의 침해도 명백히 인지하고 있다. 비록 앞부분에서 사생활의 비밀침해에 대해서는 판시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이보다 훨씬 넓은 개념인 개인정보자기통제권에 대한 판시를 하여서 조금 서운한 마음은 있으나 어쩔 수 없다. 

 

“본인확인제는. . . 모든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정보를 수집하여 장기간 보관하도록 함으로써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에 놓이게 하고 다른 목적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며, 수사편의 등에 치우쳐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와 같이 취급하는 바. . .” 

 

2010년 1월 소제기 이후 지난 2년간 대형개인정보유출사태 발생이 여럿 발생했는데 청구인측이 냈던 서면들을 보면 마치 예언을 읽는 것 같다. 헌재도 이 개인정보유출의 위험을 짧은 결정문에서 2회나 언급한 것으로 보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수사편의 등에 치우쳐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와 같이 취급한다”는 설시인데 “잠재적 범죄자” 표현은 참고인진술서에도 반복해서 이용되고 있고 헌재는 실명제를 통해 축적된 정보가 통신자료제공 요청을 통하여 수사기관에 전달된다는 점을 들어 “수사편의”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본인확인정보의 유출이 포털고객들의 권리침해를 조장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도 아래 문단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본인확인정보 보관의무 부과로 인하여. . . 수사기관 등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이용자의 개인정보 제출을 요청(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본인확인정보의 보관목적외 사용 우려에 비추어 보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 역시 중대함을 부인할 수 없다.”

 

헌재는 같은 날 통신자료제공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며 각하를 하였지만 임의제출 성격의 사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틀림없이 권리침해는 발생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본인확인정보는 불법정보의 위화 목적이지 수사 목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들의 강압과 포털들의 법적 오해(?) 내지 방조 속에서 본인확인정보가 제공되는 것은 틀림없이 ‘보관목적외 사용’인 것이다. 

 

참여연대는 현재 모 포털에 소송을 제기하여 통신자료제공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기한 상태이고 이번 헌재 결정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통신자료제공 헌재결정을 통해 포털은 자발적으로 고객정보유출을 해왔음이 확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포털 측은 법이 강제한다기 보다는 법이 허용하기 때문에 고객정보유출을 해온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포털은 다른 모든 기업들이 그러하듯이 법이 허용하는 많은 것들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고객을 유치해왔다. 예를 들어 품질보증을 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품질보증을 해준다는 조건으로 고객을 유치한다. 그렇다면 그 조건을 어기면 손해배상책무을 져야 한다.

 

그리고 사생활의 비밀의 범위는 관련 법을 통해서 설정되어 그렇게 설정된 여지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항변이 포털에게 가능한데 개인정보자기통제권의 경우 개인정보의 정의가 매우 폭이 넓어 빠져나갈 틈이 없다.   

 

어찌되었든 이번 실명제-통신자료제공 결정은 실명제와 통신자료제공제도를 포털들이 시행할 법적 의무가 없음을 공히 확인하였다. 포털들은 본인확인도 통신자료제공도 즉시 중단해야 할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방송통신위원회 내부소식통에 의하면 경찰과 국정원이 방통위가 실명제를 포기하지 않도록 전방위 로비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실제로 이미 2009년경에 우리나라 총 압수수색건수 10만여건을 이미 통신자료제공 건수가 초과하였고 각 통신자료제공이 2-30개의 URL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수사의 상당부분이 실명제를 통해 축적된 정보에 의지하고 있다. 아마도 경찰과 국정원은 헌재의 통신자료제공제도 각하 결정과 관련하여 이제 포털들에 로비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상의 실명제는 이번 결정과 지난 12월의 공직선거법 인터넷선거운동금지 위헌결정으로 더 이상 존속의 이유가 없어져버렸다. 우선 인터넷선거운동금지 위헌결정은 인터넷에 올라올 ‘불법정보’의 폭을 대폭 줄여버렸다. 전에는 모든 후보지지반대글이 공직선거법 93조와 254조에 의거하여 불법이 될 우려가 있었고 이와 같이 지대한 공익에 비하면 본인확인은 상대적으로 정당화되었지만 이제 허위사실공표, 후보자비방글들만이 불법이 되므로 이런 소수의 글을 잡기 위해서 유권자다수에게 족쇄를 씌우는 것은 위헌 가능성이 높다. 또 이번 결정에 적용된 논거들 – ‘사전제한 –> 명백한 공익? –> 불법정보 감소? —> 익명표현의 자유 침해 —> 개인정보유출가능성 —> “통신자료제공” 가능성 – 은 공직선거법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단지 차이점은 기간제한인데 이 부분은 위의 불법정보 범위 축소에 의해 보상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와 국회는 선거법실명제를 폐지해야 할 것이다. 선거법실명제의 가장 큰 문제는 어느 글이 선거에 관한 글이 될지 포털이 미리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게시자들에 대해서 본인확인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선거법 하나 만을 위해서 인터넷의 익명성을 없애버린다는 것은 어느 법원의 형량을 통해서도 합헌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이 판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구는 ‘잠재적인 범죄자’라는 문구이다. 실명제는 기본적으로 국가와 개인과의 관계를 감시자와 감시대상으로 만들려는 여러 제도들 중의 가장 중요한 제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네가 무슨 일을 할지 모르니 무슨 일을 하든 나중에 추적할 수 있도록 표지를 남겨라”는 것이다.

 

온라인글쓰기가 자동차운전, 부동산소유, 또는 금융거래처럼 물리적으로 위험하거나 사회적으로 폐해가 많은 일이라면 이러한 감시-피감시 관계의 설정이 정당화되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감시-피감시관계의 설정은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이와 비슷한 여러 제도들에 적용될 수 있는데 특히 “핸드폰실명제”, 주민번호제도, 공인인증서제도들도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익명으로 태어난다. 그 사람의 익명은 타인에게 위험한 행동들과 결부되지 않는 한 철회될 이유가 없다. 이번 결정은 익명이 디폴트세팅이고 범죄자취급=실명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익명성이 인터넷의 폐해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주장에 대해 공을 들여 반박하였는데 청구인 측 반박문을 모아 보았다. 요약하자면, 익명성은 사람이 인터넷을 만나서 얻게 된 ‘무기’가 아니라 원래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고 인터넷은 이를 잘 보존하여 인류문명의 새 시대를 연 것이고 수사를 인터넷에 대해서는 얼마나 유별나게 편하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만 남아 있는 것이지 익명성의 ‘폐해’는 없는 것이다. 결국 수사편의를 위해 디폴트세팅을 바꾸는 쪽에서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   

 

***더 읽어볼 것 : blog.naver.com/kyungsinpark의 “인터넷실명제의 위헌성” 포스팅에 첨부된 논문 및 사건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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