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2-09-28   1879

[보도자료] 교과부장관 교과내용 수정 권한 부여 안될 말

 

초중등교육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제출

교과부장관의 교과서내용 수정 근거 조항 신설은 검인정제도 본질을 흔드는 것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중립성 및 표현의 자유 침해로 위헌적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오늘(9/28)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 이하 교과부)에 교과부장관의 교과서 내용 수정 권한을 신설하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교과부 장관의 교과내용 수정지시 근거 조항 신설은 헌법에서 정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중립성을 훼손하며 현행 검인정제도의 본질을 흔드는 것이므로 반대한다.

 

교과부는 지난 8월 17일 “초ㆍ중등교육의 기본 학습교재인 ‘교과용도서’에 관하여 현재 대통령령에 규정된 사항 중 중요한 사항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고, 교과용도서의 검정ㆍ인정 및 선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관련 행정제재처분을 강화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을 입법 예고하였다.

 

그런데 교과부는 대통령령에 규정된 사안을 상위법에 직접 규정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현재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교과부장관에 의한 교과서 수정명령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을 신설하였다. 표기·표현·오류 및 내용상 사실관계의 명백한 오류 등의 수정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내용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현행 검인정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일 뿐 아니라 헌법에서 천명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 따라서 개정안의 이 조항은 삭제되어야 한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에서 문제가 되는 내용은, ▶ 교과부 장관에게 교과 내용 수정명령 권한을 부여 ▶ 교과용도서 수정의 범위, 절차나 그밖에 교과용도서의 수정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함 ▶ 교과부 장관의 교과 내용 수정명령 위반시 해당 출판사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이다.

 

교과부 장관에게 교과용도서의 내용 수정명령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은 위헌적이다. 국가가 교과용도서의 내용에 관여할 수 있는 재량권은 헌법 제31조제6항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에 근거하여 현행 “초중등교육법” 및 이로부터 위임받은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은 교과용도서의 검정에 관한 권한을 교육과학기술부에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가가 교육의 내용에 무한정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교육에 대한 국가의 권한의 헌법적 한계는 헌법 제31조제4항의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으로 집약된다. 이 취지를 보장하기 위해,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은 검정권한을 전적으로 교과부에 맡겨두지 아니하고, 검정과 관련하여서는 학문적으로 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 학부모,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사람 등으로 구성된 교과용도서심의위원회의 심의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즉, 이를 통해 검정과 관련한 국가의 재량에 일정한 절차적 통제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검인정 제도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제작, 배포하는 국정교과서 제도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에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들이 일정한 견제와 균형 속에서 권한을 분점하도록 한 결과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개정안에서 교과부장관이 수정지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국가가 교과 내용을 언제든지, 어떤 식으로도 수정 지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 이외 교육의 당사자들인 학부모, 교사, 학생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며 교과서 검정제도의 본질에 위배된다. 무엇보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2008년 역사교과서수정 논란에서 보여준 대로 논쟁이 있는 사안에 대해 교과부가 한쪽의 입장을 반영할 것을 지시하는 것 자체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것임과 동시에 그 결과로써 학생의 다양한 견해를 접할 권리로서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교과부의 개정안이 ‘국민의 권리ㆍ의무와 관련된 중요 사항인 교과용도서의 검정ㆍ인정, 수수료, 수정, 공급, 제재처분 등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 올리겠다’는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현재 일선 교육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교과부 장관의 교과용 도서 내용 수정 명령의 근거가 되고 있는 현행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26조를 보다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오히려 맞다.

 

누차 지적되었던 바, 교과부 장관의 수정명령 권한의 범위와 한계를 검인정제도 취지에 부합하고, 헌법의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중립성 가치에 맞도록 개정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국정 검정 교과서의 수정범위, 절차에 대한 규정은 공백상태이며 교과부 장관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권한 행사 범위가 과도하게 확장될 우려가 여전히 있다. 

 

교과부는 이미 지난 2010년 11월 8일 같은 내용의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하여 법안은 관련 교육과학기술 상임위원회에 상정된 바 있다. 당시에도 국가가 일방적으로 교과서 내용을 정하려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교육, 학부모 단체 등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결국 18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되었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1년 6월 20일 국회에 교과부 장관의 교과서 수정 지시를 금지하도록 명문화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의견청원안(소개의원 민주당 김영진 의원)”을 제출한 바 있다. 교과부 장관이 현재와 같이 빈번하게 내용을 수정 지시하는 것은 현행 검인정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이며 나아가 헌법에서 보장한 교육의 중립성, 독립성 및 전문성을 해치는 것이다. 또한 국가가 선호하는 입장만을 가르치도록 하여 장래의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미리 제한하는 위헌적 행위이므로 아예 교과 내용에 대한 수정 명령을 금지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교과부가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수용하여 문제가 되는 조항을 삭제하고 헌법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률안을 수정 제출할 것을 당부한다.

 

PIr20120928_교과부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1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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