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개인정보 보호에 적극 나서라!

개인정보보호기본법에 대한 기업단체 기자회견에 대한 비판 성명서

어제(2월 16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한국게임산업협회, 전자상거래및통신판매협회 등 3개 기업단체들이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정부여당안의 내용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물론 시민사회단체들도 개인정보보호기구의 위상과 권한 및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정부여당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나, 기업단체들의 반대 의견은 그나마 정부여당안의 긍정적인 부분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여당안에 대한 기업단체들의 비판은 주민등록번호 수집 규제 조항과 민간영역에 대한 개인정보영향평가 실시 조항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이 두 조항은 우리 사회에서 개인정보 침해가 만연하게 된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정부와 학계, 시민사회 등 각계의 지혜가 모여 마련된 조항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개인정보 침해가 만연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주민등록번호에 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평생 불변의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마구 수집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 특성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는 명의 도용을 통한 각종 인터넷 범죄가 날로 증가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될 뿐 아니라, 도용당한 사람들의 효과적인 권리 구제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규제하는 것은 주민등록번호의 이 같은 폐해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일 뿐이다.

기업단체들은 별도의 식별체계가 마련될 때까지는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해외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인터넷 기업들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 중에도 다음, EBS 등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는 기업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또한 기업들 역시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신원확인 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반드시 신원확인이 필요한 업종들은 이미 공인인증서나 별도의 자체 인증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결국 주민등록번호 수집 규제 조항에 대한 기업단체들의 반대는, 신뢰할만한 신원확인 방식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회피하기 위해 소비자들을 개인정보 침해의 위험에 노출시킨 것에 다름 아니다.

민간 영역에 대한 개인정보 영향평가 역시 반드시 필요한 조항이다. 비록 민간 영역이라 하더라도 극히 대량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위치정보나 금융정보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업자들의 경우, 오히려 공공기관보다도 더욱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이동통신이나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IT 산업의 경우 몇몇 기업에 의해 시장이 독과점되는 양상이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들 기업을 단순히 민간 기업으로만 간주하기는 어려우며, 공공기관 수준의 규제를 받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해외에서도 뉴질랜드와 같이 민간 영역에까지 개인정보 영향평가를 도입한 경우가 없지 않다.

개인정보 보호를 비용으로만 보는 국내 기업의 인식도 변화되어야 한다. 점차 소비자들이 개인정보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기업의 상품을 신뢰할 것이라는 점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오히려 투자에 가깝다. 이는 이미 선진 외국기업에서는 상식이다. 또한, 신뢰성있는 개인정보 보호 체계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정보사회에서 기업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기업단체들은 기본법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다고 하지만, 현재 제출된 법안들은 세부적인 차이는 있을지언정 지난 몇 년간 수많은 논의를 통해 상당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법안들이다. 논의가 부족했다는 주장은 그 동안 기업들이 개인정보 보호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주민등록번호 없이도 얼마든지 고객을 관리할 수 있으며, 영향평가 역시 좀 더 개인정보 보호를 잘 하기 위해 컨설팅을 받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반발할 일만은 아니다. 기업단체들은 준비가 부족하다며 법안에 반대할 것이 아니라, 이번 법안 제정을 기회로 삼아 좀 더 프라이버시 친화적인 기업 운영에 나서는 적극적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2005년 2월 17일

프라이버시법제정을위한연석회의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지문날인반대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함께하는시민행동)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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