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모든 국민의 의사소통을 감시하고자 하는가?

[공동성명]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비판 성명서

6월 28일 법무부는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개정안은 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의무(안 제21조의 5)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에 필요한 설비, 기술, 기능 등을 제공’해야 하며, 통신사실확인자료를 12개월 동안 (다만, 시내전화 및 인터넷 로그기록 자료는 6개월)일정기간 동안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피의자·피내사자가 아닌 다수인에 대하여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안 제21조의 4)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수사 편의를 목적으로 온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국민들의 일상적인 의사 소통을 감시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누가 통신을 했는지, 언제 몇 번이나 했는지, 어느 위치에서 통신을 했는지 등의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 내용만큼이나 보호받아야 할 통신 비밀의 대상이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수사기관이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절차를 엄격하게 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필요이상으로 개개인의 의사소통을 보존하도록 함으로써, 법 자체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개개인의 통신 내용 혹은 통신과 관련된 기록을 전기통신사업자가 보존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보존의 필요가 있다면 서비스 제공이나 요금 정산 등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보존하도록 하고 있는 위치 정보나 인터넷 로그 기록은 요금 정산과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6개월 혹은 12개월 동안 보존하도록 한 것도 아무런 근거가 없다. 구체적인 보존 근거도 없고 개인의 동의도 없이 남겨진 통신 기록들은 결국 유출 혹은 남용되어 당사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만일 향후 수사를 목적으로 남기는 것이라면, 이는 구체적인 혐의 없이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중대한 인권 침해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시행령 개정안에서 ‘피의자·피내사자가 아닌 다수인에 대하여’도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영장주의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수사기관에 의한 남용의 가능성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개인의 통신 사실을 보존하여 국가기관이 언제든지 들춰볼 수 있도록 한다면, 이러한 사회가 ‘감시 사회’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 논리대로라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감시 기술에 의해 조만간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기록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보존 기간은 ▶ 보존의 목적이 구체적이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보에 한하여, ▶ 최소한의 기간 동안만 보존하는 것으로 변경되어야 한다. 법무부는 이와 같은 의견을 반영하여 시행령 개정안을 수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5년 6월 29일

프라이버시법제정을위한연석회의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지문날인반대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함께하는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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