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칼럼(pi) 2009-03-26   1333

정부주장에 “반대”는 “정부에 대한 명예훼손”인가?


세계적으로 폐기된 형사상 명예훼손의 남용이자, 반인권적 탄압

25일 밤 MBC PD수첩의 이춘근PDrk 긴급체포되었다. 곧 MBC를 상대로 압수수색과 당시 광우병관련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강제구인도 임박했다고 한다.

그런데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수사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위헌적이다.

첫째, 명예훼손 형사처벌제도가 비판세력을 탄압하는데 남용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그 제도 자체가 민주국가들에서 폐지되거나 사문화되었음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둘째, 정부의 정책에 배치되는 주장을 정부관리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단죄하는 것이므로 이는 세계적인 반 인권적 사건이다.

셋째, PD수첩 제작진들이 명예훼손 당했다며 고소한 정운천, 민동석 및 농림수산부에 대해 직접적 비판을 한 것이 아니고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감염 위험성 및 미국인들의 그 위험성에 대한 인식에 대해 고소인들과의 이견을 보여준 것임에 불과함에도 전자를 후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단죄하는 것은 현행법상으로도 명예훼손을 위헌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부처 또는 소속 공직자들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검찰을 동원하여 국민과 언론을 처벌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선진화’와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그리고 우리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형사상 명예훼손이 폐지되거나 사문화되어 2007년에는 회교국가인 바레인에서도 이 제도의 폐지가 논의되었다. 그 이유는 권력자들이 명예훼손의 형사처벌 제도를 정치적으로 남용하는 패악 때문이다.

형사처벌은 검찰 본연의 업무이므로 권력자는 아무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신의 영향력 하에 있는 검찰을 동원하여 자신에게 비판적인 개인 및 단체들에게 타격을 가하거나 이들을 제압할 수 있다. 이 행태는 그 사회에 매우 위험한 일인데 권력자에 대한 비판이 사라지면 그 사회는 무비판의 암흑 속에서 썩어가기 때문이다.  

부패와 언론의 자유가 반비례 관계임은 매년 국제기구들의 조사에서 재확인되고 있다. 감시의 눈과 폭로하는 입이 없는 곳에는 부패가 만연하기 마련이다. 권력자가 쉽게 남용할 수 있는 명예훼손 형사처벌제도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사회의 투명성과 효율을 증진하기 위해서라도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저 유명한 1964년 New York Times 대 Sullivan 사건과 같은 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Garrison v. Louisiana 사건에서 “공직자는 엄격히 제한된 상황에서만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인정되어야 한다”면서 공직자가 동료 행정기구인 검찰을 이용하여 자신에 대한 비판세력을 명예훼손으로 단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들어 명예훼손 처벌법 자체를 위헌처분 하였다.  

이후 뉴욕, 캘리포니아, 일리노이스, 텍사스 주를 포함한 많은 주들의 명예훼손 처벌조항이 위헌처분되거나 주의회에 의해 자발적으로 폐기되었다. 사법부나 입법부에서 이렇게 형사상 명예훼손을 폐지하였던 이유는 1920부터 1956년 사이의 형사상 명예훼손 사건의 2분의 1 정도가 권력자가 검찰을 동원하여 비판적 개인을 탄압하려는 시도였다는 연구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2004년 현재 14개주만이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규정을 유지하고 있고 이들 주들에서 제기되는 명예훼손 형사사건들을 모두 합쳐 전국 합계를 내어도 1년에 약 2건에 머물 정도로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이 적은 수의 사건들조차 상당수가 정부 관리들이 자신들을 비판했던 민간인들을 제압하기 위해 제기된 것으로 판명되어 상급심에서 번복되었다. 1990년부터 2002년 사이에 있었던 명예훼손 형사건의 23건의 반이 정치적인 시도였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이 사건들의 대부분이 상급법원에 의해 번복된 바도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언론인들이 정부를 비판하여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받은 여러 사례들의 거대다수의 사건들에서 회원국 최고법원의 결정들을 번복하였다(유럽인권협약의 회원국들에 구속력을 미치는 결정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2006년 Lyshanko 대 Ukraine 사건으로서 유럽인권재판소는 우크라이나 총리를 비판한 기자에 대해 우크라이나 검찰이 형사처벌을 가한 것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규정하여 우크라이나 법원의 유죄판결을 번복한 것이다.

이와 같은 흐름은 유럽과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아메리카대륙 30여 개국이 가입한 아메리카인권협약을 해석하는 아메리카인권재판소 역시 협약에 가입한 중남미의 국가들 내에서 언론인들이 자국의 정치인들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써서 명예훼손 처벌을 당하는 것에 대해 인권협약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하였다(2004년 Canese 대 Paraguay 사건, 2004년 Herrera-Ulloa 대 Costa Rica 사건).  

이에 따라 최근 월드뱅크, 유럽의회의 사무총장, UN사회경제권규약 특별조사관,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등의 국제기구들이 세계 각국에 형사상 명예훼손의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부패와 언론의 자유는 반비례 관계

지금 당장 형사상 명예훼손의 폐지를 요구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최소한 세계 각국의 폐지 움직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패악-정부의 한 부처가 검찰을 동원하여 자신에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 국민을 처벌하는 행태-은 저지르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rmfjsep 그런데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수사가 바로 이 어처구니 없는 ‘패악’이며 이것이 바로 검찰수사가 지금 당장 중단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더욱 황당한 일은 PD수첩이 직접적으로 정운천, 민동석, 농림수산부에 대해 비난을 한 것이 아님에도 이들이 자신들에 대한 명예훼손을 주장하고 이에 대해서 수사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들 고소인들인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하였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그렇지 않다. 상대적으로 위험하다’라고 이견을 밝혔을 뿐이다. 이 견해차의 표명이 고소인들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실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논리가 검찰 수사 근거인 것이다.  

PD수첩 제작진이 수사거부 및 묵비권 행사한 이유

명예훼손의 인과관계를 이렇게 확대한다면 모든 사람들은 어떤 사물에 대해서 평가를 하든 그 평가가 다른 사람들의 명예를 훼손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자신을 검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바로 이 점에서 수사 자체가 “위헌적”이며 국제인권기준에 반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PD수첩 제작진은 이번 수사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일체의 자료제출 및 지난해 3회의 출석요구에 대해서도 거부를 해왔던 것이다.  

지난해 수사팀이었던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임수빈 부장검사가 “공적 사안을 다룬 보도이고 명예훼손의 피해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체포를 하거나 압수수색까지 실시할 필요는 없다”며 강제수사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후 수사 방식과 법리 적용 문제를 놓고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다 올해 초 사표를 제출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사 담당 검사조차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하는 마당에  검찰이 새로운 수사팀을 조직하여 수사를 강행하고 체포에까지 이른 것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믈론 수사 자체가 말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체포영장을 내준 법원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제대로 된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갸웃할 짓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의 검찰이고 법원이라니, ‘정치검찰’이니 “행정부의 하위 부서”라는 세간의 조롱이 지나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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