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칼럼(pi) 2011-11-28   2851

물대포 살수행위는 위헌이다

물대포 살수행위는 위헌이다

한 모임에서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이 물었다. “왜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데도, 한미 FTA를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시킨 거죠?” 누군가 대답했다. “한국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머리 굴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니까요.” 한국은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지만, 국민의 의사를 대변한다는 대의제의 의미가 제대로 실현된 바 없고, 여당이 장악한 국회는 절차적 정당성이나 여론과 무관하게 자신들이 믿고 자신들에 이익이 되는 것을 추진해 왔다.

 

한미FTA에 관하여 “옳은 일은 반대가 있어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명박 대통령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사학법 개정 저지, 미디어법 제정 등이 그렇게 이루어졌고, 한미 FTA도 지난 주 여당 국회의원들이 비공개회의로 본회의장을 점거한 가운데 국회에서 강행 통과되었다. 여야 합의 없는 날치기 통과의 위헌성과 그 것을 다툴 실익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다. 이 글은 대의기관을 상실하고 직접 거리에 나선 시민들과 그들을 공격하는 물대포에 대한 이야기이다.

 

2011년 11월, 한미FTA 비준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일주일에 서너 번씩 거리로 나선다. 그들은 농민이기도 하고, 노동자이기도 하고, 시민단체나 인권단체 활동가이기도 하고, 한미FTA에 분노한 무명의 시민이기도 하다. 시위대의 모습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 분노해서 모여들었던 시위대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그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 중에는, 경찰이 살수차를 동원하여 시위대를 직접 향해서 물대포를 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시위대에 대한 물대포의 공격은 2011년 11월 22일, 한미FTA가 국회에서 통과된 날과 그 다음날, 정점에 달한다. 영하 5도를 넘나드는 혹한의 추위 속에서 평화로운 시위대를 향하여 경찰의 살수차는 물대포를 마구 쏜다. 꼿꼿이 서있다가 온몸에 물세례를 받아 휘청거리는 70대의 노인, 물대포를 맞고 거리에 나뒹구는 시위대의 모습, 옷과 얼굴에 살얼음이 낀 젊은이들의 모습이 (주로 비주류의) 언론과 방송을 통해 그대로 비춰진다. 누가 보더라도 마음이 불편하고, 상상만 해도 고통스러운 장면들이다.

 

헌법상 생명과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침해

이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감정 이면에는 경찰의 시민에 대한 물대포 살수행위가 잘못된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을 터이다. 과연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하여 국민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가.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헌법상 모든 국민은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이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으며(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헌법 제12조). 헌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민의 “생명 및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헌법상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며, 이는 지극히 타당하다. 생명과 신체가 보호되지 않을 경우, 더 이상의 헌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론이다. 물론 국가가 국민의 신체에 위해나 제한을 가하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발생할 수는 있다. 범죄자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발동, 국방의 의무에 기인한 징병, 전시 등 위급상황에서나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권의 행사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러나 국민의 헌법상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되,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헌법 제37조 제2항)”는 엄격한 법률유보 원칙에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시민을 향한 물대포 살수행위가 헌법상 법률유보 원칙에 따른 적법, 합헌적 조치인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첫째, 법률에 근거규정이 없다. 둘째, “사람에게 물대포를 쏘는 것”을 인정할 합리적 필요성도 찾을 수 없다. 셋째, 물대포 살수는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

 

우선, 법률을 찾아보자.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살수차 또는 물대포라는 말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법 제10조에서 “경찰장비”라 함은 “무기, 경찰장구, 최루제 및 그 발사장치, 감식기구, 해안감시기구, 통신기기, 차량·선박·항공기 등 경찰의 직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장치와 기구를 말한다”고 비교적 폭넓게 규정하고 있으나, 위 경찰장비 중 국민의 신체 및 자유에 제한을 가할 우려가 있는 것들, 즉 경찰장구, 최루액 등 분사기, 무기에 대하여는 제10조의2부터 제10조의4에서 그 이용요건과 제한에 관하여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예를 들면, 최루액의 경우에는,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 신체와 공공시설안전에 대한 현저한 위해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하여 부득이한 경우,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명시적으로 법률에 근거규정을 두지 않을 경우에는 국민의 신체 및 자유에 제한을 가할 수 있는 경찰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살수차 또는 물대포에 관한 규정이 없는 이상, 살수차 또는 물대포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그런데, ‘경찰관직무집행법’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대통령령인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3조 제1항에 갑자기 법에는 없는 “살수차”에 관한 규정이 등장한다. 그러나 대통령령의 경우, 위임입법으로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만 규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헌법 제75조), 법률에 명시적 근거도 없는데 대통령령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아가, 경비함정의 물대포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제13조 제3항에서 “사람을 향하여 직접 물포를 발사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대인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제13조 제3항이 경비함정의 물대포에 대한 것으로 읽히기는 하나, 살수차의 물대포라고 해서 달리 해석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즉, 법률에 근거규정이 없으므로, 시행령인 대통령령에서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살수차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더욱이 사람을 향하여 물대포를 발사하는 것은 대통령령의 명문에도 위반된다.

 

구체적 법률적 근거도 없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 대한 반대시위가 극심했던 2008년 이전에는 경찰청 내부규정인 경찰청 훈령 ‘경찰장비관리규칙’에 “20m 이내의 근거리 시위대를 향하여 직접 살수포를 쏘아서는 안 된다”는 대인발사 금지규정이 있었다. 그런데, 경찰청은 광우병 시위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물대포 남용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이후에, 인권 역주행의 한 측면으로 이 규정을 삭제하고, 살수차의 물대포의 관리, 운용에 관하여 경찰청장 지침인 ‘물포 운용지침'(이 지침은 경찰청 홈페이지에서도 찾을 수 없다)에 위임하였으며, 현재는 위 ‘물포 운용지침’을 근거로 “물대포의 사용이 규정에 따른 적법한 것”이라고 우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살펴보았듯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헌법상 엄격한 법률유보의 원칙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법률의 하위규정들은 법률에 그 구체적 근거가 있을 때만 그 효력을 가지는데, 법률의 근거규정도 없이, 시행령의 규정에도 위반되는, 경찰청 내부규정인 경찰청장 지침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시민을 향해 물대포를 쏜다는 것은, 명백한 위헌, 위법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거리에 나선 시민에게 물대포로 공격을 한다는 것이 과연 그 필요성이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가. 살펴보았듯이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가능하며, 그 필요성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최루액을 사용하기 위해서도 “생명, 신체와 재산 및 공공시설안전에 대한 현저한 위해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하여 부득이한 경우”라는 엄격한 목적적 제한이 존재하는데(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3), 한미 FTA 비준 통과를 반대하는 광장의 시위대는 평화적으로 공식적 대의민주주의 기구에 의하여 침해받은 자신들의 의사를 정당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돌이나 화염병을 들지도 않았다. 시위대에 의하여 어떠한 위해도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위대의 다섯 배, 열배가 넘는 경찰들이 시위대를 둘러싸고 물대포를 발사한다. 이 행위에는 어떠한 필요성이나 정당성도 찾을 수가 없다.

 

시민을 향한 물대포는 고문이고 인권침해

 

마지막으로, 물대포는 국민의 신체를 훼손하거나 훼손가능성이 있는 수단으로, 국민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므로, 사람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 헌법상 법률유보에 근거하여 국민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 내용은 건드릴 수 없는 것이다. 범죄자를 수갑이나 포승으로 묶거나 감옥에 가둘 수는 있지만, 고문은 허용할 수 없다. 징집은 가능하지만, 학대는 안 된다. 물대포를 직접 맞은 시민은 고막이 찢어지고, 안구에 손상을 입기도 하고, 영하의 날씨에 살이 에인다. 국가가 국민의 신체를 훼손하고 고문할 권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인정할 수 없다. 시민을 향한 물대포는 고문이고 인권침해이다. 누가 감히 국민을 고문하는가. 물대포는 위헌이다.

 

김남희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 이 글은 11월 28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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