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6-03-02   3215

[논평] 판사들은 ‘비방’목적과 ‘비판’목적을 늘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가?

진실적시명예훼손죄합헌결정유감

 

헌재의 정보통신망법 ‘진실적시명예훼손죄’ 합헌결정 유감

사회적평가 저하시키는 모든 진실 대상은 과잉금지 위반, 위축효과 가져온다는 소수의견에 주목해야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제70조1항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재판관 9명 중 합헌 대 위헌 의견 7대 2로 합헌 결정했다. 
 

이번 헌재 결정은 진실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비방할 목적’이 처벌대상이 아닌  ‘비판할 목적’과의 경계가 모호한 점을 간과하였으며, 인터넷에서의 빠른 정보전파력과 광범위한 파급효과가 명예훼손의 피해를 키우기도 하지만 바로 그 특성을 이용해 당사자가 신속하게 반론을 펼칠 수 있다는 점 또 우리나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강제적 임시조치 등의 세계유일의 인터넷검열제도를 이미 갖추고 있음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합헌결정이 내려진 정보통신망법의 ‘진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홈페이지의 입주민공간 자유게시판에  “입에 담지 못할 욕설 그리고 폭행”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시하였다가 이 조항에 의해 고소당하여 재판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욕설도 비난도 하지 않고 다만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담담하게 스케치하듯 설명하는 게시글이‘비방할 목적’이 인정되어 명예훼손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명예훼손 피해를 주장한 사람의 동행인은 폭행죄로 유죄확정판결까지 받은 상태였다.

 

이에 참여연대는 위 조항이 ▲진리의 발견과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반면 진정한 명예라기보다는 허명(虛名)을 보호하여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하며 ▲허위의 명예훼손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적시해야 하는데 이를 저해함으로써 인터넷의 자정기능을 마비시켜 명예보호의 적합한 수단이 아니며 ▲위법성구성요건인 ‘비방’은 비판과 구분하기가 어려워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며 ▲인터넷상 명예훼손의 문제는 임시조치,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명예훼손분쟁조정부 등으로도 해결할 수 있어 침해의 최소성에 어긋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다수의견을 통해, 인터넷의 특성상 순식간에 “나쁜 평판” 이 퍼져나갈 수 있어 그 피해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고 이미 유포된 정보의 삭제가 매우 어렵다는 측면 등에서 피해가 더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명예훼손의 주체가 신속하게 반박,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 불가능하고, 임시조치나 민사손해배상 등으로도 피해회복은 충분하지 않으므로 형사적 처벌이 지나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그만큼 반론을 제기하기에도 수월하며 특히 우리나라는 인터넷의 “부정적 측면”에 대응하기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및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따라 명예훼손임을 입증하지 못해도 그 주장만으로도 게시글을 삭제․차단할 수 있는 임시조치제도가 존재함을 간과한 것이다.  
  
또한 ‘비방’과 ‘비판’의 경계가 모호하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비방’의 개념은 일반인들이 그 대강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일상적 표현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사물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표현하는‘비판’은 서로 구별되는 개념이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반대의견이 주장했듯이 진실한 사실의 경우에는 비방할 목적과 비판할 목적이 병존할 수 있다. 예컨대 임금체불을 당한 사람은 제2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도 임금체불 사실을 널리 알리지만 자신의 임금을 되도록 빨리 받기 위해서도 그렇게 한다. 대법원이 공공의 이익이 주목적인 경우 비방할 목적이 부인된다고 판시했지만 실제 판결에서는 무엇이 주목적인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법관의 재량에만 맡기기에는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떤 행위가 금지되고 어떤 행위는 허용되는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고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진실한 사실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위축효과를 가져온다.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타인이 듣기 싫은 소리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생활의 비밀이 아니라면 진실한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부정적인 사실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방할 목적으로 인정하여 표현을 자제시키는 것은 이에 맞지 않다. UN자유권위원회는 작년 11월 대한민국 심사에서 진실적시명예훼손죄를 폐지할 것을 권고하였으며 우리나라의 입법례로 자주 거론되는 미국과 독일 모두 진실의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이번 다수의견 재판관들은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 ‘2002년 불온통신 삭제명령’에 내린 헌재의 결정을 다시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수의견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견해를 밝힌다. 

 

가. 진실한 사실은 자유로운 의사형성과 진실발견의 전제가 되므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진실한 사실을 널리 알리거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진실한 사실 중에서 개인의 내밀한 사적 영역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같이 인격권 보호를 위하여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러한 부분에 한하여 이를 금지하면 충분하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킬 만한 사실이라면 비록 그것이 진실한 것이라도 모두 객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도록 규정하여 인격권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진실한 사실에 대한 표현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1)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형성하는 요소는 그 사람의 행위나 행태, 성격, 지식, 인품, 외모, 능력, 가족관계, 생활태도, 사회적 관계 등 그 범위가 매우 다양하고, 잘못된 행위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사실의 적시는 그러한 행위를 하거나 문제를 야기한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수반하게 되므로, 대부분의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인 사실적시의 표현행위에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는 내용이 포함되게 된다. 따라서 진실한 사실로서 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어 자유로운 토론과 논의를 거쳐 해결되어야 할 사안들까지도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있게 된다. 이러한 경우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스스로 표현행위를 자제하게 되는 위축효과가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비방할 목적’이란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인용 또는 감수하는 정도를 넘어 피해자의 명예에 대한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의미하고, ‘비판할 목적’은 사물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밝히려는 목적을 의미하므로, 양자는 개념상 서로 구분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양자의 구별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진실한 사실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와 달리, 진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표현만으로는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적시된 사실의 내용과 성질, 해당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고려함과 동시에 그 표현으로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 교·고려하게 된다(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0도814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잘못한 행위를 한 행위자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의 목적도 함께 수반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비난가능성이 높은 행위일수록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도 함께 강해지기 때문에,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비판하려는 목적과 비방할 목적이 서로 공존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표현이 이루어진 제반 사정과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고려하여 어느 목적이 더 주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항상 명확하다고 볼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난가능성이 높은 행위일수록 공개로 인한 공공의 이익과 피해자의 명예에 대한 비난의 목적이 동시에 커지게 될 수도 있어 오히려 공개할 공익이 큰 행위일수록 비방할 목적이 더 커지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대법원은 비방할 목적을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상반되는 관계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여,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이 부인된다고 보고 있는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8812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2132 판결; 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0도8143 판결 등 참조), 비방할 목적과 공공의 이익이 항상 상반되는 관계에 있지 않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대법원의 설시만으로 비방할 목적이 가지고 있는 불명확성이 해소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결국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것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전적으로 법관의 주관적인 판단에 일임함으로써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 예측하기 어려워 스스로 표현행위를 자제하는 위축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서 ‘비방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이 존재한다고 하여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표현행위에 대한 처벌가능성이 제한되거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가 완화된다고 보기 어렵다.

(2)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서 비방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명예훼손행위가 정보통신망의 특성으로 인하여 그 피해의 범위와 정도가 심대하여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는 형사처벌 외에 다른 덜 제약적인 방법이 존재한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은 개방성, 상호작용성, 탈중앙통제성, 접근의 용이성, 다양성 등을 기본으로 하는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한 매체이므로(헌재 2011. 12.29. 2007헌마1001 등 참조), 명예훼손을 당한 사람은 직접 반박문을 게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명예훼손적 게시글의 삭제 등을 요청할 수 있으며(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 민사상 손해배상을 제기하거나 (민법 제751조),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명예훼손조정을 신청할 수도 있다(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10). 또한, 정보통신망에서 언론사 등의 보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의 청구도 가능하다(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내지 제17조의2).

이처럼 형사처벌 외에 다른 덜 제약적인 명예훼손 구제에 관한 제도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서의 명예훼손행위에 관하여 징역형까지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다.

 

(3) 입법례를 살펴보아도, 미국에서 명예훼손은 대부분 민사적인 방법에 의하여 해결되고 있고, 일부 주는 명예훼손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나, 실제 적용되는 예는 거의 없으며,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에서도 허위의 사실에 대하여만 명예훼손 책임이 인정되고 진실한 사실은 면책된다. 독일에서도 명예훼손죄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임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허위인 경우에 성립되므로,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독일 형법 제186조, 제187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다.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도 이 점을 강조하여 2001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회원국들에게 명예훼손의 비형사범죄화를 촉구해 왔다. 명예훼손에 대하여는 형벌보다는 민사상손해배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특히 명예훼손에 대해 징역형을 부과하는 형사법 규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이에 따라 유럽평의회 회원국들은 형사법에 규정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였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도 매우 제한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4)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고 더구나 징역형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나. 진실한 사실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형성하는 데 기초가 되는 사실이므로, 만약 진실한 사실의 공개로 사람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면, 이는 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기존의 사회적 평가가 허위로 형성되었거나 과대 또는 과장된 결과에 따른 것이므로,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인한 명예의 훼손이나 저해가 부당한 결과라고 보기 어렵고, 허위의 명예나 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에 반해, 진실한 사실은 다양한 의사형성과 진리발견의 전제가 되므로, 이를 자유롭게 전달하고 표현할 자유를 보호해야 하는바, 심판대상조항은 허위의 명예나 과장된 명예를 보호하기 위하여 진실한 사실의 적시에 대하여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축효과를 발생하는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익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

 

다. 심판대상조항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표현을 규제하고 있어 자유로운 토론과 건전한 비판을 억제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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