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09-07-29   2006

이메일은 ‘물건’인가 ‘통신’인가?

이메일은 물건인가 통신인가?

지난 6월 18일 MBC PD수첩의 김은희 작가를 기소하면서 검찰이 7개월치 이메일을 들춰봤을 뿐 아니라 그 내용의 일부를 공개해 충격을 던져 주었다. 김은희 작가는 아직 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니어서 죄의 유무도 가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PD수첩 제작진의 혐의는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죄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방송내용이 허위인지 아닌지를 가리기 위해서 과연 작가의 개인 이메일을 들춰보아야 했을까? 물론 이보다 더한 일이 앞서도 있었다. 작년 주경복 서울시교육감 후보자의 선거법위반 혐의를 수사할 때는 자그만치 7년치의 이메일을 몽땅 열어 봤다고 한다.

오늘날 이메일은 거의 필수 통신수단이다. 아주 사소한 사적 대화에서부터 공적인 업무보고에 이르기까지 이메일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의사 전달수단이 되었다. 이메일이 통신비밀보호법상의 전기통신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법리적 논쟁을 떠나 일반 이용자들에게는 이게 통신이지 아닌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우리가 법으로까지 정해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는 것은, 개인 간의 통신이 개인의 사적 영역의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통신사실, 통신내용에 대한 비밀의 보장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송수신이 완료된 이메일은 현행 형사소송법상의  ‘물건’과 같이 다루어진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송수신이 완료된 이메일은 과연 통신인가, 물건으로 최급해야 하는 것인가? 만약 수사에 필요하여 ‘물건’인 나의 컴퓨터를 압수해 간다면, 그 속에 있는 통신의 내용들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신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메일을 물건과 같이 취급하여 무조건 열어본다는 것을 과연 허용할 수 있는 것인가?

어제(7/28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가 바로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송수신이 완료된 이메일 등 현대적 매체에 의한 통신의 비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메일 논란이 한창 뜨거울 때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통신비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이학재 의원과 박영선 의원이 제출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는 주로 이들 개정법안을 중심으로 기술 발전으로 새롭게 부상한 이메일,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음성메시지 등 통신매체를 어떻게 규정하고 헌법적 가치인 인권과 사생활의 자유 등을 어떻게 최대한 실현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남준 민변 사법위원회 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 발제는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이자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과 류제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이, 이에 대한 토론은 오동석 아주대 법대 교수, 이춘근 PBC PD, 박주민 변호사가 각각 맡았다.

아래 박경신 교수와 류제성 변호사의 발제 내용을 요약하여 싣는다.

박경신 교수 발제 주요 내용

헌법 가치의 복원이 필요하다

통신비밀보호법,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관련 조항, 전기통신사업법의 통신자료제공 조항 모두 국민의 사생활의 자유와 관련되어 있다.

최근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의 사생활 중 무엇을 공개하고 무엇을 공개하지 않을 것인가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의 원리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헌법원리를 따르면 명료해진다.

즉, 범죄수사가 목적일 때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는 적법한 영장에 따라 취득해야 한다. 또한 적법하게 취득한 개인정보는 공익적 필요가 있다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할 수 있다.

형사제도의 원리는 공익적 이유로 국민의 자유, 재산, 생명을 빼앗는 것인데 형사제도는 반드시 무죄추정의 원칙, 변호인의 조력을 얻을 권리, 합리적 의심이 없는 입증의 원리가 지켜져야 한다.

따라서 국민의 자유를 빼앗는 국가의 조치인 압수수색은 반드시 영장주의에 입각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영장주의는, 체포 및 압수수색영장 발부기준이 낮고, 법익의 비례성이나 침해의 최소성 등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며, 압수수색적부심 제도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다. 특히 전기통신사업법54조3항에 의해 벌어지는 게시물에 부착된 개인정보취득은 영장없이도 가능하다. 개인정보가 물건에 반영된 형태로 존재한 모든 경우 영장제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감청과 이메일 압수수색도 국민의 기본권 제한인 이상 반드시 통보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감청의 경우는 기소나 불기소 결정이 내린 후에야 통지가 이루어지고 무기한 유예될 수도 있으며 이메일의 경우는 아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이메일의 경우 정보주체가 아닌 제3자인 통신사업자가 압수수색영장을 받는데 이는 위탁된 개인정보인 경우 사생활을 침해받는 주체, 즉 수사대상자에게도 즉시 통보해 주어야 한다.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가

모든 압수수색대상물에 대해 영장주의가 적용되도록 해야 하며 이때 발부기준은 체포기준과 등치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때 압수영장의 범위를 명확히 지정하여야 한다. 즉 압수물이나 수색할 장소 , 신체  물건의 범위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나 그러한 증거물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한정하여야 한다.
적법절차에 의해 압수 및 수색이 이루어져야 하며 압수 수색의 주체인 법원이 대상자들에게 통보해야 한다.
또한 사법적 통제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통신자료의 경우  영장없이도 개인신상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54조3항조항을 폐지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통비법상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의 허기기준을 현재보다 더욱 높여야 한다.
한편, 통비법상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것으로써 중대한 공익상 필요한 경우 위법성을 조각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할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그 적법성 여부를 다툴 수 없는 압수수색에 대해 압수수색적부심을 신설하여야 할 것이다.

류제성 변호사의 발제 주요 내용

현대적 매체를 통한 사적 통신에서 통신비밀과 프라이버시 보호의 문제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 현대적 매체를 통한 사적 통신에서 통신의 비밀과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가 논점이다. 원칙은 헌법상의 영장주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통비법상 전기통신은 ‘송수신 하는 것’이라 송수신이 완료된 이메일의 경우 통비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형소법상 물건의 압수수색규정이 적용된다. 형소법상 물건의 압수수색영장의 발부요건은 통비법에 비해 현저히 낮다.이에 따라 송수신이 완료된 이메일은 형소법상의 압수 수색의 대상이 되어 분량이나 기간의 제한없이 가능하게 되어 통신의 비밀과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또한 서버관리자에게는 통보가 되지만 정작 송수신자인 당사자에게는 통보되지 않는다.

송수신이 완료된 이메일, 문자메시지, 음성사서함, 비공개 전자게시판의 게시물 등이 통비법의 적용대상인지에 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어 왔다. 당사자 동의없이 전기통신을 채록하는 경우, 송수신완료 여부 관계없이 통비법 위반으로 보는 견해, 전송중인 전기통신만 보호대상으로 보는 견해, 송수신 완료전까지는 통비법 적용대상으로 보나, 완료된 후에는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검찰과법무부는 송수신 완료된 경우, 통비법상 감청대상도 아니고 통신사실확인자료도 아니어서 수사상 필요할 경우, (형사소송법상 물건으로 취급하여)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확인을 요청해 온 것이 수사관행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현행법상 송수신이 완료된 이메일은 통비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송수신이 완료된 이메일 뿐 아니라 휴대폰 문자메시지,음성사서함,비공개 전자게시판의 게시물 등에 대해서는 전기통신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단 영장발부 요건은 전기통신의 성격에 따라 차등하는 것이 필요하다.

송수신 완료된 이메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집행된 경우 송수신자에게 즉시 통지하여야 한다. 통비법상 통신제한조치를 할 경우의 통지유예사유를 보다 엄격하고 명확히 하고, 그 시기도 제한하며 이에 대한 법원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통신제한 조치는 통신의 비밀과 프라이버시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기본권 제한의 헌법상 원칙인 과잉금지칙을 당연히 따라야 함으로 기간 단축과 기간 연장 청구 횟수 제한 및 사법적 심사의 강화는 헌법상 요청으로 보아야 한다.

긴급통신제한조치의 남용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법원의 허가 시한규정(현행 36시간 내)을 삭제하거나 허기 시한을 단축하여야 한다.

전기통신사업상 통신자료 제공에 대한 법적 통제가 미약하고 통비법상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요건이 미약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법원의 허가를 예외없이 받도록 하고 반드시 통지하여야 하는 등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통신의 비밀과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호할 것인가, 이를 위해 영장주의 원칙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하는 점이지 결코 수사의 편의나 효율성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관련 개정안들이 통신의 비밀보호보다 수사 편의에 비중을 두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모색이 필요하다.

발제문_박경신.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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