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1-03-18   2297

안기부X파일보도 유죄판결 유감

 

기업의 불법 대선 자금 제공, 검찰 관리가
비상한 공적 사안이 아니라는
대법관들의 인식 문제있어

불법행위에 대한 내부 고발 위축 효과

어제(17일) 대법원은, 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특정 후보에게 건넬 돈과 검찰 고위간부들에게 줄 떡값 등을 논의하는 대화 내용을 불법 감청한 이른바 “안기부X파일” 테이프를 입수해 보도한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 등에 대해 유죄 8명 무죄 5명의 의견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여 유죄를 확정하였다. 대법관 8인의 다수의견에 의하면, 안기부X파일을 보도한 행위가 언론의 자유로 포섭하기에는 사안의 중대성과 공익성이 사생활의 자유에 비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이번 대법원 다수의견이 언론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가 서로 충돌할 때 어떻게 이를 해석하고 적용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적용 법조문에만 매달려 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이상과 원칙을 외면한 판단이라고 본다.

유죄 취지의 다수의견에 따르면, 언론기관이 불법감청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불법감청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그 사안이 “공중의 생명 신체 재산 기타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등과 같이 ‘지금’ 현재 비상한 공적 관심사가 되어야 하고, 불법도청 사실 자체를 고발하기 위한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안기부X파일의 경우는 이미 8년 전의 일이라 국민의 비상한 공적 관심사가 아니었고 불법임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파일을 입수하였으며, 실명으로 구체적인 대화내용까지 공개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사생활의 비밀을 지나치게 침해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통신비밀의 공개행위는 주로 과거에 이루어진 통신 또는 대화가 그 대상인데, 다수의견대로라면 어떠한 과거의 불범감청 내용에 대해서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된다. 뿐만 아니라 8년 전이라 이미 시의성을 잃었고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이 정경유착의 관행을 막을 “법적·제도적 장치”가 아직 정착하지 않은 우리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한 판단이다. 오히려 소수의견에서 지적한 대로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대통령 선거와 검찰조직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행태는 민주적 헌정질서의 근간을 해치려는 것으로 매우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 있다”고 할 것이다.

또 이번 판결은 권력비리에 대한 내부고발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권력비리의 공개는 주로 내부고발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내부고발의 특성상 직업상의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내부고발을 통해 폭로되는 권력비리 등은 국민에게 알려져야 하고 언론은 그 주요한 통로이다. 그런데 이를 모두 불법으로 단죄한다면 내부고발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내 굴지의 기업 삼성이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하고 검찰이 특정 기업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들이 알아야 할 공적 사안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상한 공적 사안”이 아니라고 한 대법원 판결은 현실을 무시한 안이한 판단이다. 이번 판결을 한 대법관들은 통신비밀보호법의 법문에 매달려 언론의 공적 기능과 국민의 알 권리를 외면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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