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한없는 감청 허용 위헌소지 있다 판단

지난 11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윤경 부장판사)는 경찰과 검찰이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개인의 전자우편과 인터넷 사용기록, 통화 내역 등을 감청할 수 있도록 한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그 위헌여부를 묻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 제7항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은 2월을 초과하지 못하고, 그 기간 중 통신제한 조치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경우에는 즉시 종료하여야 한다. 『다만, 제5조 제1항의 허가요건이 존속하는 경우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절차에 따라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2월의 범위 안에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 』

지난 11월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사무처장 이모씨의 재판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구속된 이모씨가  범민련 사무처장을 맡기 시작한 2003년 7월부터 2009년 6월 기소 당시까지 그에 대해 모두 36차례 통신제한조치 허가서를 발부받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전자우편과 인터넷 사용기록, 통화 내역 등을 감시했다고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던져 주었지요.

더욱이 국가정보원은 사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이 사무처장의 부인 명의 이메일 계정도 압수수색하는 한편 2004년부터는 28개월 동안 ‘패킷 감청’으로 모든 인터넷 정보를 들여다봤다고까지 합니다.

이 모씨측의 변호인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자료들이 총 14회에 걸쳐 연장된 통신제한조치를 통하여 수집된 것이므로 제한 없이 감청을 허용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 제7항의 단서가 적법절차, 영장주의,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자유를 부당히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므로 증거로 채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이와 같은 변호인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판을 중단하고 무제한 감청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통비법제6조 제7항의 단서조항의 위헌 여부를 묻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참여연대는 이번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 결정은, 그동안 국정원, 검찰의 무제한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행해온 통신제한조치의 위헌성과  이를 견제하여야 할 법원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헌법에 위반하였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헌법 정신에 맞게 판단할 것을 기대하며 이번 중앙지법의 위헌심판결정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 형사부
위헌제청결정

사건 2009초기3876 위헌법률심판제청{2009고합731 국가보안법위반(특수장입·탈출)등}
1. 사건의 개요

국가보안법위반 죄 등으로 구속기소되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모씨에 대해 검사는 유죄 입증을 위한 증거자료로서 수사기관이 통신제한허가 및 그 연장 허가를 통하여 수집한 이메일, 녹취자료(전화녹음), 팩스 자료 등의 제출을 신청하고 있다.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 위 증거자료들 대부분이 총 14회에 걸쳐 연장된 통신제한조치를 통하여 수집된 것으로써 이와 같이 제한 없이 감청을 허용한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 제7항 단서가 적법절차, 영장주의,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여 피고인들이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자유를 부당히 침해하고 있어 위헌인 법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증거채택을 반대함과 동시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였다.

2. 위헌제청 대상 법률조항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 제7항 단서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은 2월을 초과하지 못하고, 그 기간 중 통신제한 조치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경우에는 즉시 종료하여야 한다. 『다만, 제5조 제1항의 허가요건이 존속하는 경우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절차에 따라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2월의 범위 안에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 』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취지

헌법 제18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통신의 비밀보호를 그 핵심내용으로 하는 통신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통신은 기본적으로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통신의 수단인 우편이나 전기통신의 운영이 전통적으로 국가독점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통신의 영역은 다른 사생활 영역에 비하여 국가에 의한 침해 가능성이 매우 큰 영역이라 할 수 있고 때문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포섭될 수있는 사적 영역에 속하는 통신의 자유를 헌법이 별개의 조항을 통해서 기본권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사회가 정보화사회로 변모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새로운 통신수단이 개발됨에 다라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광범하고 신속한 정보를 향유할 수 있게 되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통신의 비밀에 대한 침해를 가능하게 하는 많은 감청장치들도 함께 개발되어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자유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통신비밀의 보호 및 제한에 관한 사항을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되었다.

법률 해석 및 그 실무현황

문언상으로는 통신제한조치 기간 연장에 관한 허가를 허용하면서 그 회수에 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그 해석상 통신제한 조치 연장의 경우 그 허가 요건이 존속하는 한 1회에 한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2개월 범위 안에서 그 기간의 연장을 허가할 수 있다고 본다. 실무적으로도 동일한 사안에서 통신제한 조치 기간의 연장을 계속적으로 신청하는 경우 그 허가요건이 존속하는 한 횟수와 관계없이 그 연장을 허가하고 있는 예가 드물지 않다.

3. 위헌성 여부 판단

수사기관에 의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제처분적 성격인 구속의 경우 경찰단계에서는 그 기간 연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검찰 단계에서는 1차에 한해서만 그 기간 연장을 허용하고 있는 형사소송법과 달리 (통비법제6조제7항의 기간연장 조항은) 피의자에게 사법경찰관단계에서부터 통신제한조치의 연장을 제한 없이 허용하고 있어 통신의 자유 중에서도 가장 핵심 내용인 ‘통신 비밀보호’를 제한하고 있다.

주요 범죄 내지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음모나 조직화된 집단범죄의 음모의 경우에는 상당기간에 걸치 수사가 필요하고……그 증거수집을 위하여 장기간 감청을 허용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증거수집적 측면에서는 수회에 걸친 통신제한조치의 기간 연장을 통하여서도 증거를 수집하거나 범인을 검거하는 등 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면 이는 결국 그와 같은 통신제한조치의 필요성이 애초에 없었다는 반증이 될수 있으므로 아무리 중대 범죄나 국가안위를 위협하는 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횟수 제한 없이 무제한 감청을 허용하는 타당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허용되는 대상 범죄가 매우 광범위한데, 대상 범죄의 성격, 난이도 중요도에 비추어 볼때  대상범죄 전부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회수 제한 없는 감청기간 연장을 허용할 필요성도 인정되기 어렵다.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어 사법적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사정만으로 그 횟수 제한 없이 무제한 감청을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당성을 회복하여 준다고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현행 실무상 장기간 감청을 통한 수사권 남용이 일부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피의자에 대한 통신제한조치가 이루어진 후 사법경찰관에 의한 감청기간이 장기화되면 피의자 자신은 감청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특성상 그 방어권을 행사하기가 어렵고 수사와 하등 관계없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 타인과의 통신내용·개인정보가 송두리째 침해당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

횟수 제한없는 연장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점에서 위헌의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첫째, 약 100여개가 넘는 범죄가 통신제한조치의 허용대상으로 망라되어 있어 그 적용범위가 광범위하다. 그 과도한 광범위성으로 인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고, 대상 범죄의 죄질, 난이도 등을 고려함 없이 일률적으로 감청의 연장을 무제한 허용하는 것 역시 부적절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보아야 한다.

둘째 , 수사를 위하여 감청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경찰 단계에서부터 아무런 제한없이 무제한 감청을 허용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부적절한 방식에 의한 과도한 기본권의 제한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셋째,이와 같이 무제한적이고 장기간의 감청을 통하여 수사목적을 달성하려는 수사방식은 인권침해의 우려가 매우 높다.

미국 입법례를 보더라도 그 연장된 감청기간을 총 30일을 초과할 수 없게 되어 있고, 더욱이 일본 입법례를 보더라도 그 연장된 감청기간을 10일로 한정하고, 그 연장된 감청기간도 총 30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단의 적절성 원칙에 부합하지않고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넷째,통신제한조치의 기간 연장에 관한여 재청구의 경우보다 요건 및 절차를 비교적 간단한게 규정하고 있어 수사기관은 재청구를 하여야 할 사안에 대해서도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연장으로 회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아무리 수사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감청으로 대상자 개인의 내밀한 사적인 정보·성향·사상·대화내용·사적인 비밀 등을 통째로 취득할 수 있어 결국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형해화할 수 있어 헌법 제37조 제2항의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된다.

결 론

헌법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여 피고인들의 통신의 비밀 및 사생활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여 헌법에 위배한다는 상당한 의심을 갖게 한다.

2009.11.27

재판장 판사 윤 경
판사 백창원
판사 남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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