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기획 3_좌파의 위기, 위기의 정치
이재영_레디앙 기획위원
1. 이명박의 위기 아닌 위기
이 글에 주어진 두 화두, ‘MB 시대’와 ‘좌파 정치’는 어쩌면 별 상관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역사적 필연성에 근거하는 좌파의 시간은 대기(待機)와 낙관 사이에서 운동하므로, 대한민국 헌법에 한정된 5년의 대통령 임기는 촌음에 불과할는지도 모른다.
물론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관망하는 좌파는, 그 필연이 도래했을 때 아무도 살아남아 있지 못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파시즘’이라는 예단에서부터 ‘노무현 2기’라는 평가까지로 다양하다. ‘파시즘’이라는 평은 대체로 자유주의파, 문화적 관점, 비관적 경고에서 나오고, ‘노무현 2기’라는 평은 대체로 사회주의파, 경제적 관점, 냉소적 분석에서 나온다.
이명박 정권 스스로의 동인, 그리고 그 정권에 대한 일반의 인식에서 보자면 이명박 정권을 가장 먼저 규정하는 것은 노무현 정권 ‘다음’의 정권이라는 점이다. 국민들은 이 정권이 하는 일이 노 정권과 ‘다르기’를 바라고, 이 정권의 정치 기획은 노 정권과 ‘다르게’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출발하는 듯하다. 그 ‘다름’이 사실인가 아닌가, 좋은가 나쁜가는 정권이든 국민이든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노무현과 민주당은 2004년 국가보안법과 언론법, 과거사 등에서 ‘개혁적’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고,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2008년 국정원법과 미디어법, 교과서 등에서 ‘보수적’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이것은 대립자와의 차별화를 통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적 정체(正體)를 확인하는 것이 노무현과 이명박 정치행위의 근간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경제적 포만을 줄 수 없어 이데올로기적 위무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한국 보수의 위기를 반증한다.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 정권과 많이 다르지만, 노무현 정권이 김대중 정권과 다른 정도보다는 작게 다르다. 조금 긴 관점을 들이대면 김영삼 김대중 정권이 비슷하고, 노무현 이명박 정권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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