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506] 플랫폼의 약탈, 그렇다면 플랫폼 협동조합은 어떨까?

플랫폼의 약탈, 그렇다면 플랫폼 협동조합은 어떨까?

린 플랫폼 경제의 대안

 

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원

 

‘타다’ 논란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공유 경제(sharing economy)라는 용어의 현실 호도적 성격에 대한 비판이 더 보태기 어려울 정도로 풍성하게 쏟아지고 있다. 공유 경제가 아니라 대여(rent) 경제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오민규)도 있다. 우버나 에이비앤비 등의 디지털 플랫폼을 포디즘 이후 등장한 외주화 중심의 생산 체제인 린(lean) 생산방식에 빗대 린 플랫폼으로 규정하는 입장(Nick Srnicek)도 있다. 플랫폼 협동조합 운동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뉴욕 뉴스쿨대학의 트레보 숄츠(Trebor Scholz) 부교수는 공유 경제를 “전에는 사적 영역에 있었던 서비스를 영리상품화한 주문형(on-demand) 서비스 경제”로 규정한다. 이와 같은 규정들은 어떤 측면에 주목하느냐의 차이일 뿐, 공유 경제로 포장된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의 실질적 성격을 비판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타다 사업에 대해서는 대체 그 사업이 뭐가 혁신적인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자의적인 법령 해석에 근거해 면허 없는 택시 영업이 허용된 배경 논리에 타다가 혁신 사업이라는 서사가 있다. 트레보 부교수는 주문형 서비스 경제 사업 모델의 핵심 요소로 ‘비합법성’을 지적하고, 그 확산이 반드시 공적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낡은 규제 때문에 혁신이 이뤄지지 않고, 그 같은 혁신의 좌절은 결국 사회적 손실이라는 논리가 우버,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각국에서 공적 규제나 사회적 저항에 대해 공통적으로 구사한 대응 논리다. 이재웅 타다 대표도 그동안 정확히 그와 같은 언술을 구사해왔다. 

 

타다 사업은 기존 택시 서비스가 제공하지 못해 일정한 수요가 있었던 틈새시장을 겨냥한 승차 서비스 상품일 뿐이다.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도 이제 혁신이라 하기에는 너무 흔하고 오래된 감이 있다. 린 플랫폼인 우버 모델과 비교하면 개인이 소유하면서 ‘쉬고 있는’ 차량을 동원하는 것도 아니어서 자원 절약이라는 명분도 내세우기 어렵다. 결국 혁신을 앞세워 편법적인 택시 영업을 허용한 논리대로라면 사회공공성을 위한 규제 때문에 출시가 막혀 있는 모든 잠재적인 신상품에 대해 규제완화 특혜를 베풀어야 할 것이다. 

 

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면적 우버 모델 추구

 

하지만 타다의 현재 사업 모델이 혁신적이지 않다는 지적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타다의 궁극적인 미래 지향이 무엇인지는 비밀도 아니지만, 현재 상황에 대한 입체적 분석과 진보적 대안 마련을 위해 환기될 만한 가치가 있다. 향후 승차 서비스 시장은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의 확산과 함께 서비스형 모빌리티(Mobility as a Service; MaaS)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타다는 승차 서비스의 전면적인 우버화를 염두하고 미래의 서비스형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 (MaaS에 대해서는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금민 소장의 보고서 ‘자동차의 시대가 저물어간다’, https://bit.ly/315rWqW를 참조할 만하다.) 

 

지금은 타다와 경쟁 위치에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려는 동기를 유추해보는 것도 상황을 이해하는 데 유익할 것이다. 플랫폼 사업은 서로 다른 이용자 집단을 끌어모아 이들 사이의 경제적·사회적 교류를 지원하고 그 대가를 수취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용자 집단이 크면 클수록 직접·간접 네트워크 효과도 커진다. 이 점에서 국민들이 가장 많이 쓰는 모바일 SNS 플랫폼으로 카카오톡의 위상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생명인 네트워크 효과에서도 월등히 유리한 위치를 보장한다. 그런데 카카오 플랫폼이 카풀 서비스를 제공할 때 수익화할 수 있는 네트워크 효과의 크기는 출퇴근용 카풀 서비스의 성격상 도시의 동 단위 정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라는 플랫폼의 규모에 맞는 네트워크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대도시나 광역 지자체 단위를 네트워크 효과로 포섭하는 사업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진출 시도는 전면적인 우버화를 목표로 초기 시장진입을 위한 발판 사업 정도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타다의 지향 역시 카카오모빌리티와 같다.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의 역사는 이들 사기업 플랫폼 기업이 언제가 미래 승차 공유 서비스 시장을 선점한 이후 어떤 일일 벌어질지를 앞서 보여준다. 지금이야 사회적 압력에 대처하고 정부로부터 이런저런 규제완화를 얻어내기 위해 이해당사자와의 타협이나 양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말이다. 시장 선점이 이뤄지고 잠김 효과(lock-in effects)가 발생할 때쯤이면 독점의 폐해가 소비자 후생을 압도할 정도로 커진다는 것은 페이스북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마이스페이스(MySpace) 등과 경쟁하면서 등장한 초기에 페이스북은 엄격한 프라이버시 보호 약속과 그 기술 기능 구현으로 이용자를 확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경쟁자를 물리친 현재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디지털 활동을 추적하지 않겠다는 거듭된 약속을 뒤집고, 심지어 계정을 갖지 않는 인터넷 사용자의 디지털 활동까지 추적해 타깃 광고 마케팅에 활용할 정도로 상업적 감시 시스템을 완성한 상태이다.(페이스북의 독점 폐해에 대해서는 Dina Srinivasan이 버클리 비즈니스 법학 저널에 2019년 기고한 ‘The Antitrust Case Against Facebook’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현재 페이스북을 대체하는 다른 업체의 시장 진입이나 이용자 선택 대안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비관적이다. 승차 서비스 분야에서도 적어도 크리티컬 매스(crtical mass)를 달성한 사기업 플랫폼이 일정한 독점을 형성한 후에는 이 시장을 재공공화하는 일은 지난한 과제가 될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의 생산적 성격

 

현실의 공유 경제 모델의 약탈적 성격을 환기하는 작업도 유용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더 중요한 것은 공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공적 대안이 없이는, 예를 들어 원인이 어디에 있든 현실의 택시 서비스가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 수준에 불만을 느끼는 시민들을 설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회운동의 동력을 마련하는 데서 한계가 크다. 

 

그런데 구체적인 대안을 얘기하기 전에 한 가지 깊게 고민해 볼 지점이 있다. 디지털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순전히 약탈적인 측면만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렇게 규정할 경우 린 플랫폼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저지하는 것만으로도 의의는 충분히 달성될 것이다. 

 

우버의 2018년 기업 가치가 1200억 달러로 자동차 제조업체인 GM의 453억 달러의 2.6배에 이른다. 우버가 수익을 내는 기업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에서 보듯, 미래 수익성의 현재적 가치를 표현하는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순수한 경제적 가치 평가만으로 볼 수 없고, 또 평가의 정확도를 크게 신뢰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린 플랫폼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냉혹한 자본시장의 평가가 그만큼 높다는 것은 적어도 이 비즈니스 모델의 생산적 기능을 재음미해야 할 필요를 보여준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여러 영역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새롭게 생겨나고 또 획기적으로 커졌다. 거래비용의 감소, 자원 절감과 자원 배분의 합리성, 협력과 공유 생산의 가능성 제고 등이 이런 네트워크 효과의 구체적 형태일 것이다. 린 플랫폼이 포획해 상품화하려는 이 네트워크 효과 자체를 경제적 생산성, 새롭게 부상한 사회공공성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거주지 고양시에서 직장인 서울로 출퇴근하는 필자도 카풀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낀다. 시간과 편리성에서 대중교통의 불편함, 러시아워 시점의 강변북로의 엄청난 교통체증, 직장 주변의 주차 공간 부족 등을 감안했을 때 대중교통 이용과 비슷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풀 서비스가 있으면 이용할 용의가 충분하다. 2018년 현재 국민 2.3명 당 1대의 개인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고, 하루 24시간 중 90%가 주차장에 세워져 있으며, 주행 중 탑승한 인원은 대부분 운전자 한 명이다. 승차 공유는 분명히 경제적, 생태적 관점에서 생산적인 효과를 갖는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풍부해진 네트워크 효과를 일종의 공유부(commons)로 규정한다면, 린 플랫폼 기업의 공유부 포획 전략에 맞서는 근본적 대안은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공공적 ‘소유’를 수립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러 조건을 감안했을 때 이런 근본적 대안을 사회운동이 당장의 목표로 삼는 것은 가능성이나 효과 측면에서 무리일 것이다. 그보다는 정부와 지자체에 공적 대안을 압박하고 요구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해 보인다.

 

서울시가 ‘공유 도시’ 사업으로 추진해왔던 무니비앤비(Munibnb)는 이런 접근에 아주 적합한 사례이다. 무니비앤비는 공유 경제 전문변호사인 자넬 오시(Janelle Orsi)가 에어비앤비 모델에 대한 공적 대안으로 제시한 3가지 형태의 공유 플랫폼 협동조합 모델의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 수십 개의 세계 도시들이 협력해 숙박 공유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모든 단기 주택대여를 무니비앤비 플랫폼을 통해서만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무니비앤비 사업은 트레버 교수의 2016년 보고서 ‘기업 공유 경제에 도전하는 플랫폼 협동조합'(Platform Cooperativism Challenging the Corporate Sharing Economy)에도 소개되었는데, 현재는 진행 상태에 대한 시민적 공유나 공적 논의가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사기업 린 플랫폼에 대항하는 플랫폼 협동조합의 유용성

 

승차 공유 문제에서는 특히 린 플랫폼의 노동 약탈적 성격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협동조합적 대안이 유용하다. 긱(gig) 노동, 크라우드(crowd) 노동, 주문형(on-demand) 노동은 린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만든다고 선전하는 일자리의 성격을 보여주는 용어들이다. 이러한 플랫폼 노동의 확산은 고용 계약을 중심으로 짜인 현재의 사회보험 체계를 무력화하고, 소득과 일자리의 안정성, 노동권을 송두리째 위협한다. 협동조합적 대응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의미가 깊다.

 

승차와 숙박 분야 이외에도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플랫폼 협동조합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2016년 결성된 베를린의 전력 그리드 에너지 협동조합, 예술가·프로듀서·이용자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Member’s Media, Stocky, Resonate 같은 조합들, 초단기 아르바이트 중개서비스인 태스크래빗(TaskRabbit)과 같은 사기업 노동 중개 플랫폼에 맞서는 플랫폼 협동조합 로코노믹스(lonomics) 등 참조할 사례들이 아주 많다. 한국에서도 분명히 이런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겠지만 사례들이 널리 공유되면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플랫폼 협동조합이 사기업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 이것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중요한 질문이다. 우버나 태스크래빗 등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현재 거래 금액의 20∼30% 수수료로 떼 가는데, 트레버 교수는 이미 조합원이 소유한 자산이나 숙련 등으로 협동조합이 10%의 이윤으로 운영할 수 있고, 이것이 가격 경쟁력에서 반드시 불리하지 않다고 점을 거론한다. 하지만 플랫폼 알고리즘과 앱의 개발과 유지보수, 초기 진입을 위한 자본 경쟁에서 사기업 플랫폼과 경쟁은 절대적 열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승차나 숙박 공유와 같이 네트워크 효과의 크기가 경쟁 우위를 가르는 결정적 사업일수록 그러하다. 

 

이에 대한 대안은 협동조합의 초기 진입과 안착을 위한 공공 지원을 정부나 지자체에 압박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단순한 지원 요구가 아니라 가능하다면 특정 사업은 협동조합만 할 수 있는 사업으로 지정을 받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역으로 플랫폼 협동조합의 결성은 그러한 요구를 알리고 조직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린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적 대안으로서 유용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서울 개인택시조합이 타다에 맞서 자체 플랫폼 서비스를 개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대응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협동조합의 플랫폼은 그 자체로 어느 정도는 협동조합적 성격을 가질 것이다. 다만 그 목적과 운영에서 협동조합으로의 분명한 전환 선언이 이뤄졌다면 여러모로 더 좋은 효과를 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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