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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정치시평
  • 2020.06.25
  • 453

공공재 데이터 함부로 팔지 말라...데이터 배당 논의를 시작하자

데이터는 공공재다

 

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원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 데이터와 관련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 민주당 '데이터 규제완화' 속도전…"데이터 사고팔아야 경제 도약"). 데이터 경제의 도래에 따른 업계의 요구가 정치권을 통해 발화되는 현상으로 보인다.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으나 20대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김세연 전 의원은 2019년 말 데이터에 민법상 물권의 형태로 소유권을 부여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개인정보의 상업적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정보 인권을 희생시켰다고 평가받는 데이터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있었다. 그리고 5월에는 금융데이터거래소가 출범했다.

 

일련의 흐름이 확실히 전면적인 데이터 거래 자유시장을 향하는 가운데, 데이터를 '우리 모두의 것'으로 정립하려는 시도들도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2월 경기도 지역화폐 사용 데이터로부터 생긴 수익을 지역화폐 사용자들에게 나눠주었다. 금액은 너무 미미하지만 향후 논의의 물꼬를 틀 '데이터 배당' 사례라는 의의가 있다. 그리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SNS에서 "기업은 빅데이터 사용료를 낼 의무가 있고 이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커먼즈(commons)로서 데이터

 

앞으로 데이터 거래소가 만들어진다면 개별 시민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팔겠다고 거래소를 찾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거래될 여러 종류의 데이터 중에서 개인정보 데이터의 비중과 중요성이 가장 높을 거라는 추론은 자연스럽다. 데이터 판매 기업은 개인정보 데이터의 합법적인 소유자로서 거래소에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시민의 개인정보 데이터는 어떻게 기업의 소유가 되었는가? 기업이 자유롭게 매매할 개인정보 데이터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이고, 누구이어야 하나?

 

데이터 소유권 논의는 유럽, 특히 일찍이 산업 4.0 전략을 앞세웠던 독일에서 깊이 있게 진행됐다. 데이터 법적 소유권 수립이 주요 의제로 부상한 배경에는 보유 데이터의 안정적인 지배력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이 있다. 클라우드(cloud) 환경에서 데이터의 회사 외부 보관과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아웃소싱이 보편화되고, 기업들 사이의 협력 필요의 증가에 따른 보유 데이터의 공개 증가 등이 데이터 지배력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데이터 소유권 분쟁의 경우 사법을 통한 빠른 해결의 필요도 더해졌다.

 

그러나 독일 산업계의 결론은 데이터 법적 소유권 도입에 대한 반대로 나타났다. 독일산업협회(BDI)는 2015년 바바리언산업협회(Bavarian Industry Association)의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 소유에 관한 새로운 권리의 도입은 데이터 희소화로 이어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혁신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산업 4.0의 부문별 대표자들은 2016년 3월 유럽위원회(EC) 산하의 DG CONNECT(The Directorate-General for Communications Networks, Content and Technology) 회의에서도 데이터 '소유권'은 데이터 경제의 요구에 맞지 않는 접근이며, 피해야 할 정부 개입의 한 형태라는 요지의 의견을 만장일치로 피력했다.

 

유럽 데이터 소유권 논의의 중간 결론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유럽위원회의 공동연구센터(JRC)의 2017년 보고서는 잘 정의된 재산권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낳는다는 경제학의 일반적 가정이 데이터에 대해 어느 정도 타당한가를 검토한다. 보고서는 더 많은 연구가 요구된다면서 결론을 유보하지만 "잘 정의된 소유권은 데이터의 파편화를 증가시키고 높은 거래비용 때문에 범위의 경제의 실현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의 데이터 소유권 논의는 데이터 재산권 제도에 어떤 유의미한 변화도 가져오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데이터의 법적(de jure) 소유권을 제도화한 국가는 없다. 하지만 그 논의가 무용하지는 않았다. 논의 과정에서 데이터의 법적 소유권을 수립을 주저하거나 반대하는 논거들과, 데이터 재화에 대한 현실의 지배적인 소유 형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비용으로 복사되고 유포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는 누군가의 소비가 다른 이의 소비를 방해하지 않기에 비경합적(non-rivalry)이며, (지식재산권 형태의 인위적 장벽을 만들지 않는 한) 소비에 기여하지 않는 이를 소비로부터 배제할 수 없기에 비배제적(non-excludable)이다. 이 점에서 디지털 데이터는 지식과 같은 정보재, 치안이나 국방 같은 공공재의 특성을 공유한다. 즉 데이터는 커먼즈(commons)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데이터는 또한 중첩되는 영역이 있는 복수의 데이터세트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 개별 데이터세트로부터 그렇게 하는 것보다 비용 효율성이 높은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를 수립한다. 데이터 3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데이터 보유 조직들 사이의 데이터의 공유와 결합의 지원은 범위의 경제를 지원하려는 것이다.

 

공공재의 공급을 국가가 담당하는 이유는 공공재의 비배제적 성격으로 인해 무임승차와 같은 시장실패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독일 산업계와 유럽위원회의 논의는 데이터 역시 커먼즈로서의 일반적 특징 때문에 사유재산권의 설정이 시장실패로 이어질 위험을 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재화는 커먼즈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 물권이나 지적재산권 형태의 법적 소유권이 없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사실상의(de facto) 소유권'이 지배적인 소유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개인 데이터를 어떻게 획득하고 이용하는가를 보면 사실상의 데이터 소유권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개인 데이터 수집을 위해 데이터 주체인 개인에게 데이터 값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플랫폼이 수집하는 개인 데이터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무료의 온라인 서비스와의 교환 형식을 취한다. 그렇게 플랫폼 기업이 확보한 개인 데이터에 대해 어떤 형태의 법적 소유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일단 확보한 개인 데이터를 IT 인프라에 보유하면서 배타적인 자산으로 활용한다.

 

데이터의 수집과 가공에는 비용이 들지만 원재료 데이터에 별도의 값이 책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데이터가 자유재(free goods)처럼 취급되고 있는 현실을 말해준다. 개인 데이터를 자유재로 존재하도록 하는 최대 걸림돌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규제이다. 그리고 데이터 3법은 개인 식별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가명 처리라는 매우 부실한 안전장치를 조건으로 개인의 동의권을 현저히 약화시켰다. 이런 맥락에서 데이터 3법을 데이터를 최대한 자유재로 만들기 위한 규제완화로 볼 수 있고, 그 목적이 데이터의 영리상품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데이터 커먼즈에 대한 의회 인클로저로도 볼 수 있다.

 

데이터 커먼즈의 최선 형태는 데이터 배당

 

디지털 데이터가 커먼즈의 성격을 갖는다는 사실만으로는 데이터를 커먼즈로 관리하고 정립하려는 요구가 완벽하게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데이터를 '우리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은 기업, 특히 플랫폼 기업들에 의한 데이터 포획과 전유가 데이터의 원천 보유자이자 생성자인 시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가늠해봄으로써 더 절실하게 와 닿을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의 알고리즘 관리를 노동 중개 플랫폼의 본질적인 특성으로 규정한다. 노동의 알고리즘 관리는 노동자 행동의 지속적인 추적, 수행 업무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 인간적 개입 없는 자동적인 의사결정, 인간 대신 시스템과의 교류, 낮은 투명성이라는 5가지 특징을 갖는다. 플랫폼 노동자로부터 나온 데이터에 의해 구동되고 갱신되는 알고리즘이 플랫폼 노동자의 숙련과 자율성을 빼앗는 디지털 컨베이어벨트로 기능하는 것이다.

 

미국 스타트업 워크퓨전은 크라우드 소싱과 자동화를 결합한 사무직 자동화 솔루션 업체이다. 이 업체는 노동 중개 플랫폼을 통해 기업 업무를 최대한 외부 프리랜서에 아웃소싱한다. 워크퓨전 솔루션의 특징은 프리랜서의 작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자동화를 꾀한다는 점이다. 워크퓨전은 자사 솔루션 도입 1년에 노동력 투입을 50%줄이고, 2년 안에는 추가로 25%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노동자와 시민으로부터 나오는 데이터가 그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위협하는 인공지능 자동화의 원료로 되는 사정은 바리스타, 쉐프, 바텐더 등의 영역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와 IT 기업들이 정열적으로 건설하는 스마트시티도 그 인프라의 핵심 자원은 시민으로부터 나오는 데이터이다. 이 데이터를 누가 통제하고 지배하는가의 문제는 시민과 정부, 시민과 스마트시티 IT 인프라 운영 기업 사이의 권력 관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 소유와 통제는 일터와 도시의 민주주의 문제이자 사회적 총생산물의 분배 문제가 되었다.

 

커먼즈 운동의 역사에서 엘리너 오스트롬의 기여는 커먼즈를 '사회 제도'로 이해하는 기초를 놓은 것이다. 마스크는 커먼즈를 사회 제도로 이해하는 데 좋은 실례이다. 경합적이고 배제적인 평범한 물질재 상품이었던 마스크는 코비드19 보건위기 과정에서 그 생산, 가격, 배분에 대한 공동체적 규제가 적용되는 커먼즈가 되었다. 그리고 오스트롬은 잘 설계된 공동의 관리 규칙 없이는 커먼즈가 유지되고 번성할 수 없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데이터 커먼즈에 대한 공동의 관리 규칙에는 정보 인권을 빼놓을 수 없다. 프라이버시 자체가 커먼즈의 일종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커먼즈로서 데이터를 관리하는 최선의 규칙은 데이터 배당일 것이다. 데이터 배당의 과정은 '데이터 = 우리 모두의 것'임을 사회적으로 공인하는 과정일 것이다. 데이터 배당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하며, 데이터 거래소나 데이터청 설립은 데이터 배당 논의에 종속되어 그 필요와 운영의 내용이 결정되어야 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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