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140] 알바생이 사장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면…

 

[시민정치시평 140]  

 

알바생이 사장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면…

: 청년 알바생, 당신도 노동자다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청년유니온은 15세부터 39세까지 일하는 청년들의 노동조합이다. 조합원들이 하나의 기업에서만 근무하지 않고 다양한 사업장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일반노조 성격을 띤다. 청년유니온에서 3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지역 담당자 한 분 또한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단시간 근로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3년간 청년유니온 활동을 하면서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과 노동인권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했다. 하지만 그는 “현장에서 노동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완전하게 다른 문제이고 어려운 문제”라고 했고, 몇 가지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알바생’들은 왜 노동권을 이야기할 수 없는가. 2011년 7월 이마트 탄현점에서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대학생이 냉매 가스에 질식에 사망했다. 최소한의 안전장비도 없었고, 기본적인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한 청년은 그렇게 죽어갔다. 최근에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이마트는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애도하기보다는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유족들에게 일부러 좌절감을 안겨줬다. 알바생도 기업도 노동권은 본인들의 것이 아니라 모르거나 피해야 할 무엇이었다.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은 그렇게 소비되고 있다. 충남 서산의 한 아르바이트생은 작년 시급 4580원짜리 일을 하면서 잘릴까(알바생에게 해고라는 묵직한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두려워 피자집 사장의 성폭행에 대해서 침묵하고 고민하다가 자살했다. 2010년 초에는 30분 이내에 피자를 배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청년 배달 노동자는 급한 마음에 신호를 지키지 않고 오토바이로 사거리를 달리다 사망했다. 2011년에는 광주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학생이 근로기준법을 초과하는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가 쓰러졌고, 지금도 의식불명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청년유니온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편의점이 전국에 60%가 넘는다. 하지만 청년 알바생들은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임금을 받으면서 사장님이 별로 돈을 벌지 못한다고 걱정한다. 그렇게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사람이 작년에만 200만 명에 달한다. 알바 청년들에게는 노동법이 규정하고 있는 최저임금도, 주휴수당도, 야간수당도 없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4대보험이나 퇴직금 규정도 최근에 생겼지만 그것은 먼 나라 이야기이다. 70년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며 소리쳤던 근로기준법의 정신이 21세기가 12년도 더 지난 지금에도 실현되고 있지 못하다.

 

알바생은 노동자다. 대부분의 알바생은 통계상 단시간 근로자로 전체 노동자의 10%가 넘는 210만 명에 달한다. 5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예외규정들도 있지만, 고용보험에 가입해 6개월 일하면 실업급여도 받을 수 있고, 1년 이상 근무하면 퇴직금도 받을 수 있다. 주당 15시간 이상을 일하면 하루 평균치의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휴수당으로 받을 수도 있으며, 4시간 일하면 30분의 휴게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들이 노동자가 아니란 말인가. 통계에도 법에도 노동자로 규정되고 있는 청년들이 왜 노동권을 알지도, 주장하지도 못하는가.

 

청년에게는 노동법의 권리가 필요하다. 근로계약서상 노동력을 제공하는 계약의 일방 당사자로서 최소한의 요구를 할 권리가 있음을 청년에게도 사용자에게도 알려야 한다. 2012년부터 모든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내는 것이 의무사항으로 바뀌었다.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노동력을 사용하는 사용주와 제공하는 노동자가 계약 양 주체로 명시되어 있다. 계약의 주체임에도 아르바이트생들은 근로 계약과 다른 사적 통제에 노출되어 있다. 추가 임금을 받지도 못하고 다른 알바생의 빈 시간을 대신하기도 하고, 일과 상관없이 인격적 모독을 겪기도 한다. 시급도 정해진 만큼만 받지 올려 달라거나,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니 잠시 쉴 의자를 요구하지도 못한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모의 교섭까지 해본다는 유럽의 어떤 나라 수준은 아니라도 한국 청년들에게 노동권은 너무나 먼 이야기이다. 노동조합은 빨간 띠 두른 40대 아저씨들의 이야기처럼 들리고, 노동법은 내 것이 아닌 묵직한 무엇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청년들은 또다시 노동을 하러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나간다. 국가와 사회, 통계는 노동자라 하는데 스스로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근로계약서에는 그 노동자가 받을 임금과 근무시간, 휴식시간, 각종 수당 및 4대보험 지원 여부 등이 명시되어 있고, 임금체납 등이 발생할 경우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이 사장님의 사적 호출에 응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2012년에 근로계약서의 서면 교부가 의무사항으로 바뀌었지만 최근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르바이트생 중 60%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 근로계약서의 서면 교부를 요구하는 행위는 무척이나 두렵고, 채용되지 않을까 걱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본인이 가진 권리가 무엇인지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근로계약서의 서면 교부를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가 노동권을 인식하고 목소리 내는 최초의 행위이다. 그 최초의 행위부터 알바생은 노동자가 된다. 모든 알바생들에게는 그 용기가 필요하고, 사회는 그 순간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교육과 홍보를 해야 한다.  

 

 

참여사회연구소가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들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http://www.pressian.com/ ‘시민정치시평’ 검색  

* 본 내용은 참여연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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