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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둘러싼 한판대결의 '제2라운드'의 공이 울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그간 '좌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오는 11월 말까지 최종 수정.보완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2008년 정부수립 60년을 맞아 '건국60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루며 '건국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뉴라이트 단체들은 이 '제1라운드'에서 보기좋게 완패한 바 있다. 이제 제2라운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근현대사 교과서는 과연 수정될 것인가? 그간 교과서 수정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자.




뉴라이트의 등장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뉴라이트들은 '좌편향'적이라고 평가한다. 보수언론들은 근현대사 교과서가 편향성 시비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뉴라이트와 보수언론들이 교과서의 편향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행 교과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교과서포럼>의 소개에 의하면,

<교과서포럼>은 현재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과서들의 일부 내용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지식인 모임으로서 2005년 1월에 출범하였다.
<교과서포럼>은 특히 중/고등학교의 한국 근/현대사 관련 교과서, 경제 및 사회관련 교과서, 그리고 도덕 및 윤리관련 교과서가 이념적으로 잘못 편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면서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진작시키고자 한다.(중략)
<교과서포럼>은 어떠한 정치적 의도나 이념적 경도도 배격한 채, 오직 우리의 미래세대들이 학교현장에서 올바른 교과서를 통해 진리와 사실만을 배우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교과서 문제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참여사회연구소 기획강좌에서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2004년 하반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국가보안법,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대법원과 헌재의 판결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과거청산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에 노무현 정권의 과거청산(친일/민간인 학살/군사독재) 작업에 대한 뉴라이트의 위기의식이 발동하게 된 것입니다."

<기획강좌_대한민국을 다시 묻는다> 1. 뉴라이트의 역사의식, 무엇이 문제인가? 

뉴라이트의 위기의식은 곧이어 학술적 활동으로 본격화되었다. <교과서포럼>은 2005년 [한국 현대사의 허구와 진실](두레시대)로 시작해서 2006년에는 [경제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두레시대)와 [빼앗긴 우리 역사 되찾기](기파랑)를 출간하였고, 2008년 3월 [대안교과서_한국 근현대사](기파랑)를 출간하다. 이외에도 뉴라이트 그룹 연구자들은 기존의 해방전후사와 건국에 대해 '재인식'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2006년 [해방전후사의 재인식1,2](책세상)으로 시작해서 2007년 [대한민국 이야기_해방전후사의 재인식 강의](기파랑)이 출간되었고, 2008년에는 [대한민국 건국 60의 재인식](기파랑)을 출간하였다.



이승만, 박정희, 그리고 전두환까지...


이러한 뉴라이트의 역사인식을 간단히 도식으로 나타내면, 이른바 '성공사관' 또는 '승리사관'인 것이다. 뉴라이트에게는 아버지가 유독 많은데 '건국의 아버지'는 이승만이고, '부국의 아버지'는 박정희이며, 이제 '선진화의 아버지'로 이명박을 내세우려 하고 있다. 이번 '건국절' 논란에서도 보았듯이, 뉴라이트는 1948년을 건국 원년으로 선포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한 이승만을 국부로 추앙하고 있다. 서울대 국사학과 정용욱 교수는 해방 전후사에 마치 이승만 존재했던 것으로 몰아가는 뉴라이트의 역사인식 프레임을 해방전후 시기 정부수립과 국가정체성에 대한 수많은 논의와 고민들을 은폐하고, 친일파 청산, 위안부 문제, 제주4.3항쟁, 민간인 학살 등 민초들의 역사를 망각시키려는 시도로 읽어냈다.

<기획강좌_대한민국을 다시 묻는다> 2. 해방전후사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참여정부 시절 과거청산에 대한 뉴라이트의 대응이 방어적인 것이었다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상황은 돌변했다. 뉴라이트와 보수언론의 공세에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합세하였다. 김도연 교과부 전 장관은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돼 있다"고 여러번 이야기하였다. 결국 교과서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다른 부처에 먼저 수정 의견 제시를 요청한 적이 없었던 교과부는 국방부 등에 수정 의견 제시 공문을 보냈다. 이에 9월까지 정부부처와 다른 기관등에서 총 19곳에서 총 3,723건의 교과서 내용 수정을 교과부에 요구하였다. 이 중 수정 의견 공문을 보낸 곳은 대한상공회의소, 국방부, 통일부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960년대 이후 정부가 추진한 경제개발계획은 대부분 외국에서 빌려온 자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는 구절에 '이는 당시 국내자본이 없던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내용을 첨부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국방부는 '전두환 정부는 ~ 친북적 좌파의 활동을 차단하는 여러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내용의 수정을 요구했고, 통일부는 김대중 정부 시절의 '햇볕정책'을 '화해 협력 정책'을 대체해줄 것을 요구했다. <교과서포럼>의 경우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 내용 중 31개 항목, 56개 이른바 좌편향된 부분에 대해 수정을 요청하였다.

<기획강좌_대한민국을 다시 묻는다> 4. '한강의 기적'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스스로 만든 검증시스템을 전면 부정하는 정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는 2003년부터 학교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민간 출판사가 만들고 있지만 검정 교과서로 교과부 검정을 받으려면 국정 교과서만큼 '검열'이 심하다고 한다. 최근 뉴라이트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금성출판사 교과서의 집필자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는 "검정 시스템을 보면 친북, 반미, 좌편향 교과서는 발행될 수 없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념논쟁에 휘말리게 되는 상황에서 집필진으로 참여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 빠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양대 박찬승 교수(사학) 역시 2003년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참여해, 이들 교과서 7차 교육과정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검정교과서로 승인했는데, 다시 재검토하게 되는 상황에서 사퇴 뜻을 밝혔다고 한다.

정부의 교과서 수정 움직임에 대해 윤종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 정부가 만든 7차 교육과정과 교과서 서술지침, 검정위원들의 검정 등 정부 스스로 검정시스템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며 "정권이 달라질 때마다 자신의 입맛에 따라 교과서가 바뀌는 등 다시 국정으로 돌아가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8일 한국사연구회 등 20여개 사학단체들도 기자회견에서 "교과서의 객관성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진오 상명대 교수(사학)는 "지금까지 교육부나 국사편찬위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 교과서를 정권이 바뀌자마자 좌편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결국 국사편찬위는 교과서 수정의견에 대해 교과부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6종의 서술방향을 제출하였고, 10월 16일 교과부는 11월까지 교과서 수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 학교정책국 심은석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편향성을 피하고, 교과서 내의 타당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한 방향에서 서술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 국사편찬위에서 서술방향을 제시하였다"고 하면서 크게 대한민국의 정통성, 이승만 정부의 공과, 북한 정권의 현실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관련자료: 국사편찬위 국사교과서 수정 가이드라인
관련영상: 교과부 교과서 수정 마무리할 것


그들에게 '정통성'이란 무엇인가?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하면서 정부와 여당, 뉴라이트와 보수언론들이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이다. 그들이 말하는 '정통성'이란 그저 반공, 반북, 친미, 친시장일 뿐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촛불에서 있지도 않은 '배후'를 애써 찾고, '좌빨', '반미'의 딱지를 덕지덕지 붙이고 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멜라민 파동 때에는 왜 촛불을 들고 나오지 않았냐며 섬겨야할 국민을 향해 윽박지르는 그들에게 과연 '정통성'이란 무엇일까? 근현대사 교과서를 단지 친미/반북, 친시장/반정부의 이분법적 구도로 보고 있는 그들에게 역사란 과연 무엇일까? 2008년 정부와 뉴라이트의 숙원인 교과서 '고지'는 과연 점령될 것인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한국 근현대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는 단지 과거를 인식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 역사에 기반해 있는 현실의 사회세력과 정치적 비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친일인사명단 발표로 한바탕 난리를 치룬바 있다. 이렇듯 역사는 남아있는 자들의 싸움터다.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승리가 누구의 것이냐기도 하지만, 이 싸움을 다시금 역사로서 기억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 싸움에 무관심해질 때, 이른바 실용과 선진화의 이름으로 이 싸움이 의미가 없다고 평가될 때, 우리는 말살되고 날조된 역사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기협의 페리스코프] 뉴라이트 역사관 따져보기

참여사회연구소는 교과서포럼의 역사교과서 출간으로 촉발된 우리 근현대사의 쟁점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5월 14일부터 6월 18일까지 총 6회에 걸쳐 '대한민국 60년,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 강좌를 진행하였다. 구체적인 강의 내용을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참여사회연구소 기획강좌]
대한민국 60년,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

1강 뉴라이트의 역사인식, 무엇이 문제인가?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2강 해방 전후사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3강 식민지경제는 대한국민을 근대화시켰는가?  허수열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4강  '한강의 기적'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이병천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5강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었나?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6강  새로운 60년, 대한민국의 좌표를 묻는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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