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153] 방통위에 통신요금 정책 맡겨둬선 안된다

 

 

[시민정치시평 153]

 

“방통위에 통신요금 정책 맡겨둬선 안된다”

: 통신요금원가 공개, 왜 못하나?

조형수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3년은 휴대폰이 처음 상용화된 해이다. 당시에는 누구도 휴대폰이 우리 생활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휴대폰은 MP3, 사진기 및 컴퓨터 등 익숙한 전자기기들을 모두 흡수하면서 사람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기기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처럼 휴대폰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생활필수품이 되었지만 매월 받는 요금청구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다지 편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휴대폰으로 인한 통신요금 부담은 통계청에서 정한 소비지출항목들 중 3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고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의 통신비 지출 비중은 2009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통신비가 이처럼 높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통신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동통신서비스의 독과점적 시장 구조에 기인하는 점이 크다. 즉,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은 정부의 규제와 더불어 전국적 통신설비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초기 투자비는 사업자의 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여 이동통신시장은 제한된 소수의 사업자만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독과점 시장이 형성될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이러한 폐해를 방지하고 통신서비스의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업자에게 소비자가 통신서비스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는 요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간 사업자는 법의 취지에 따른 이러한 합리적인 요금을 책정하지 않았고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채 통신요금으로 인한 소비자 고통을 방치하여왔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요금이 전기통신사업법의 취지에 따라서 합리적으로 책정되어 오지 않고 과도한 이익까지 반영되어 정해져왔다는 사실은 우선 이동통신사의 영업이익에서 드러난다. 2010년을 기준으로 이동통신3사는 무려 약 7조2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마케팅비를 지불하였음에도 5조 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얻었고, 영업이익률 또한 SKT 16.2%, KT 10.1%, LGU+ 7.7%에 달하여 통신3사 모두 국내 대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인 6.5%를 초과하는 높은 이익을 얻었다.


더군다나 이러한 이익으로부터 지급된 배당금액수는 타업종에 비하여 매우 높은데, 이는 통신 요금으로 얻게 된 이익이 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재투자되지 않고 국내외 주주들 만족을 위한 현금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우 경영자들은 높은 배당금 지급 대가로 주주들로부터 회사 경영에 대한 지지를 얻을 것을 기대할 수 있어서 결국 이동통신사들이 높은 요금을 책정하는 이유가 기업 지배권이 확고하지 않은 경영자들의 경영권 행사를 주주들로부터 지지받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이동통신요금책정에서는 시장실패가 발생하여왔지만 감독관청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문제점을 직시하려고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이동통신요금이 외국보다 높지 않다고 하는 등 이동통신사업자의 이익을 보호하여 온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의 시각에서 통신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하여 요금 규제를 위한 직접적인 정보인 원가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받고 있지만 이동통신사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원가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지 않는 비밀주의를 견지하는데서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송통신위원회에 맞서 이용자가 통신 원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러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비공개를 견지하는 경우가 많아 공개까지 길게는 수년을 기다려야 하여 그 공개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통신요금원가정보공개와 통신요금정책 결정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손에 전적으로 맡겨 두어서는 시장실패를 개선하기 어려우므로 소비자의 시각이 반영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동통신 관련 정보를 평가 공개하고 요금정책의 입안 결정에 참여하는 독립된 기관이나 위원회를 설립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사업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간의 통신요금정책에 대해 비판을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요금정책의 입안과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과 정보를 가진 독립된 기관을 설립하여 방송통신위원회를 견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통신정책으로부터 근본적 인식전환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의 인사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야 말로 이해관계자의 저항을 뚫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기라고 할 것이다. 부디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당선된 박근혜 정부는 통신산업 발전의 미명하에 소비자의 이익을 희생시킨 그간의 정책을 답습하지 말고 통신정책의 패러다임을 사업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서 소비자가 주인인 새로운 이동통신정책을 구상하고 실행하여 주기 바란다.

 

참여사회연구소가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들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http://www.pressian.com/ ‘시민정치시평’ 검색  

* 본 내용은 참여연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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