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163]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향배는? 불길한 검찰

 

 

[시민정치시평 163]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향배는? 불길한 검찰

: 검찰은 경찰과 다를까?

 

박주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변호사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대선시기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사건의 경찰 수사결과가 지난 4월 18일 발표되었다. 넉 달 동안이나 경찰이 사건을 들고 있었기에 수사기간만 보면 충분히 의혹이 풀렸어야 했다. 그러나 경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는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기에 부족했을 뿐 아니라, 발표 직후부터 터져 나온 수사과정에 대한 압력행사 등으로 오히려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경찰 수사결과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정원 직원 등이 대선시기에 정치에는 관여했으나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낸 점과, 국정원이 여러 차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직원들이 업무로서 그러한 행위를 했다고 밝혔음에도 지시를 한 윗선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먼저 국정원 직원 등에게 공직선거법위반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부분을 살펴보자. 이 부분은 법률의 해석에 관한 부분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조문을 직접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1호는 ‘소속직원 또는 선거구민에게 교육 기타 명목여하를 불문하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대선은 전 국민이 선거구민이라서 선거구민을 따로 특정할 필요가 없는데, 위 조문에 따르면 대선시기 국민을 상대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국가정보원법에서 정치관여를 금지하는 조항을 보자. 국가정보원법 제9조 제1항, 제2항 제2호는 “그 직위를 이용하여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사실을 유포하면 안 된다.

 

위 두 조항은 모두 동일하게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업적을 홍보하면 안 된다고 하고 있고, 심지어 국가정보원법은 ‘그 직위를 이용하여’라고 하여 금지되는 행위를 더욱 좁게 보고 있다. 따라서 국가정보원법에 위배되면 공직선거법 역시 자동적으로 위배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국가정보원법만 위배했다는 이해되지 않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것은 큰 풍선 안에 작은 풍선이 들어 있는데 바늘로 큰 풍선을 통과해서 작은 풍선만을 터뜨리는 마술과도 같은 것이다. 경찰이 국민에게 마술 같은 능력을 보여주었다. 아마 선거에 개입하였다고 하는 순간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야 된다는 공포가 그런 능력을 발휘하게 한 것이 아닐까 한다.

 

다음으로 윗선에 대한 수사가 없었던 부분을 보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국정원은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행동은 업무로서 한 행위’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었다. 김모씨가 업무로서 이러한 행위를 하였다는 의미는 당연히 국정원 차원에서 김모씨의 행위를 관리, 감독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심리정보국만의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심리정보국만을 수사대상으로 삼았고, 그나마 심리정보국장조차도 제대로 소환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수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비난이 일자 경찰은 심리정보국장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거나 소환을 해도 응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누군지 모르면 수사를 못하고 불러도 안 오면 수사를 못 한다는 말이다. 누군지 뻔히 아는데다가 부르면 항상 달려오는 사람을 수사하는데 경찰이 필요할까! 애초부터 수사할 의지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렇게 어지러운 상황에서 검찰이 공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 정권 때 정치적 독립성을 매우 심하게 의심받았었다. 그로 인해 이번 대선과정에서 여·야할 것 없이 공히 검찰개혁을 중요한 화두로 삼기에 이르렀다. 과연 검찰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런 정치적 사안을 제대로 수사해낼지 벌써부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곳곳에서 검찰이 수사대상을 넓히는 정도로 생색을 내면서 경찰과 마찬가지로 ‘국정원이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정말 검찰이 이런 식으로 수사한다면 향후 5년간 검찰은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지지받을 수 없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도 못한데다가 수사의 능력도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금 경찰의 처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거나, 아니면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서 자신의 존재의의를 입증하고, 사회적으로는 정의가 찾아지기를 바란다.

 

참여사회연구소가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들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http://www.pressian.com/ ‘시민정치시평’ 검색  

* 본 내용은 참여연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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