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268] 가맹사업 피해자 두 번 죽이는 공정위

 

[시민정치시평 268] 

 

가맹사업 피해자 두 번 죽이는 공정위

: 공정위 사건처리절차 신고인 지위 강화가 필요하다

 

김철호 변호사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 사건에서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을 강화하는 내용의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피심인 방어권 강화를 위해 조사 과정 및 심의 과정에서 의견 제출권·진술권 등이 보장됨을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행정처분 과정에서 피심인의 의견 제출권 보장은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 당연한 것이니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건처리절차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피심인의 방어권 강화가 아니라 신고인의 의견 제출권 보장 등 신고인 측의 지위 강화이다.

 

최근 필자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공정위 신고 사건에서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어느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갑작스럽게 새로운 염지 방식(텀블러 방식)을 도입한다면서 가맹점의 동의 없이 한 마리당 660원의 임가공비를 가맹점에게 부담하도록 한 것이 불공정거래 행위라고 공정위에 신고된 것이다. 참고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는 육계(생닭) 업체로부터 육계를 마리당 3000원 정도에 공급받아서 가맹점에는 5000원 정도에 공급하며 그 차액을 로열티(가맹비)로 취하고 있다. 따라서 매출 증진을 위해 새로운 가공 방식을 채택하였다면, 가맹 본부와 가맹점이 임가공비를 적절한 수준으로 분담하는 것이 마땅한 것인데, 추가로 발생한 임가공비용을 가맹점에게만 부담케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취지였다.

 

지난 1월경 신고를 하였고, 신고인 대리인이었던 필자는 공정위에서 이를 열심히 조사 중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고인이 추가로 제출할 자료가 확보되어 공정위 담당조사관에게 전화를 하였더니, 해당 사건은 증거가 불충분하여 이미 조사 종결을 하였다는 것이다. 필자가 “어떻게 신고인 측에는 말 한 마디 없이 조사를 종결할 수가 있냐”고 항의를 했더니 그 다음날로 바로 조사 종결 통지서를 보내주었다. 공정위 사건의 신고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했다는 통보를 해 줄 법적인 의무가 없으니, 담당조사관의 행동이 위법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정위 사건처리절차에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피신고인 가맹 본부는 개별 가맹점들과 임가공 회사 사이에 체결된 ‘임가공비 지급 계약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신고인은 해당 계약서를 본 적이 없고 위조된 것이라고 분명히 주장하였다.

 

필자가 담당 조사관에게 “위조된 계약서를 믿고 조사 종결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를 했더니, 담당 조사관은 “피신고인은 임가공비 지급 계약서를 제출하였으니 가맹점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신고인은 이 계약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니, 공정위 입장에서는 판단이 불가능하였다. 계약서 위조에 대해선 형사 고발을 하든지 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은 조사 종결 처분을 받고나서 별도로 진행 중이었던 민사소송에서 피신고인이 제출했던 ‘임가공비 지급 계약서’는 위조라는 사실이 필적 감정 결과 밝혀지게 되었다. 신고인이 계약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을 하면, 신고인에게 같은 내용을 직접 적어보라고 해서 필적 위조 여부를 조사관이 스스로 판단해보면 될 것이고, 만약에 스스로 판단이 어렵다면 외부에 필적 감정이라도 의뢰해서 위조 여부에 대한 판단을 했어야 할 것 아닌가.

 

공정위 사건은 현행 제도상으로는 직권주의를 택하여, 공정위가 불공정거래인지 여부에 대한 자료를 스스로 수집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실적으로 직권에 의한 사실조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실에서 공정위 신고를 해보면 담당 조사관들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입증할 자료를 신고인에게 요청한다. 신고인이 자료가 없다고 하면, 증거가 부족하여 판단할 수 없다면서 조사 종결 처리를 해버린다. 그런데 불공정거래 사건에 있어서 필요한 자료가 과연 누구한테 있겠는가. 불공정거래 행위를 기획하고 실행한 당사자는 피신고인이므로 피신고인에게 모든 증거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

 

현행 공정거래 사건 처리 절차는 불공정거래 행위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너무나 불리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우선 필요한 제도 개선은 신고인의 진술권 보장, 피신고인이 제출한 서면 및 자료에 대한 열람 등사권 보장, 조사 종결 또는 무혐의 처분시 이유 통지 및 이에 대한 재판상 불복 절차 도입 등의 신고인 지위 강화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횡행하고 있는 불공정거래 현실에 대해서는 그 직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공정위에도 중요한 책임이 있다. 공정위는 현실을 똑바로 보고, 불공정거래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 개선책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피심인의 방어권 강화만 하지 말고 말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http://www.pressian.com/ ‘시민정치시평’ 검색  


* 본 내용은 참여연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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