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515] 인천공항의 젊은이들은 일과 삶에 만족할까요?

인천공항의 젊은이들은 일과 삶에 만족할까요?

2030 청년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와 요구

 

한재영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전략조직사업단 조직국장

 

 

선망과 원망 사이에 선 인천공항

 

연 7000만 명의 이용객과 연 19만 대의 비행기운행. 멋진 제복을 입은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 13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평가 1위, 국내 공기업 연봉 1위를 다투는 인천공항공사, 굴지의 대기업 항공사들. 청년들이 선망하는 인천공항 일자리 모습이다.

 

하지만 모든 인천공항 청년노동자들이 폼 나게 일하지는 못한다. 기대를 품고 인천공항에 온 수많은 청년들이 오늘도 실망하며 떠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의 희망으로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왔지만 1년 만에 절반이 그만두는 보안경비업체(공사 하청) 청년들, 3년이 채 되지 않아 30명 동기 중 25명이 떠나버리는 지상서비스직(항공사 하청) 청년들. 하청, 도급, 용역, 파견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대다수 청년들에게 인천공항은 선망이 아니라 원망의 대상에 가깝다. 선망의 일자리는 전체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안타깝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건 현재 양극화된 일자리 구조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젊음을 갈아 넣어 돌아가는 인천공항은 지속될 수 있을까?

 

공공운수노조는 2018년부터 노동상담소 개소, 찾아가는 길거리 상담 등 인천공항 조합원 확대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언론과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청년들을 만났다. “누군가는 젊음이 무기라고 했는데, 인천공항에서 젊음은 싸다는 말 같다”는 인천공항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직접 청년들을 만나서 자세하게 그들의 상황을 물어봤다.

 

2019년 3월 20일부터 70일 동안 72명의 노조 간부들이 직접 청년들을 만났다. 2030 청년노동자 2808명이 밀집거주하는 영종도 ‘넙디’, 출퇴근 요충지 운서역, 가장 많은 근무자가 있는 제1여객터미널에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버스광고로 온라인 설문도 받았다. 450명의 청년들이 응답했고, 그 중 9명의 심층면접도 진행했다. 8월 22일 국회토론회 ‘청년노동자가 만족하는 일자리, 인천공항에서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통해 실태조사 결과 및 요구안을 국회와 정부 당국에 전달하는 작은 결실도 맺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 최초로 청년노동자 실태조사 진행

 

인천공항 청년노동자들의 주요 특징은 20대가 많고(60%), 30대는 임금불만족도가 매우 높으며(56.7%), 3조2교대(공사하청)와 불규칙한 출퇴근(항공사하청) 때문에 노동 강도가 높다(55.3%)는 것이다. 또한 절반 가량이 고용이 불안정하다(46.9%)고 응답했고, 임금은 대부분 250만원 미만(세후)(71.1%)이며 자신의 임금 수준에 만족하는 응답(14.2%)은 매우 드물었다.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에 근무하는 청년들은 절반 이상이 3년 이내에 현 직장을 떠나겠다고 응답했고, 이직 사유로는 저임금(36.4%), 장시간노동(21.2%). 갑질 상사(18.6%)를 꼽았다.(☞실태조사 결과 카드 뉴스 보기)

 

떠나는 청년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고쳐야 할 세 가지: 임금, 근로조건, 교통비

 

인천공항 청년들은 세 가지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첫째, ‘제자리 임금’ 대신 경력, 근속, 숙련이 반영되는 임금체계. 인천공항 대다수 청년 일자리는 30대가 되어도 임금이 인상이 잘 되지 않았다. 임금에 만족한다는 비중은 20대 17.8%에서 30대로 가면 7.6%로 급감한다. 경력, 근속, 숙련이 쌓임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인천공항을 떠나거나 이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본인 사업장)이직률이 10% 정도다. 주로 나가는 것이 20대 후반, 30대 초반이다”라는 청년노동자의 인터뷰를 수치가 증명하고 있다.

 

▲청년노동자 소득구간 별 비중. ⓒ공공운수노조 

 

 

청년들이 꼽은 두 번째 요구는 근무형태개선이다. 공사 하청 노동자들은 보통 3조2교대로 근무한다. 주간(09시-18시)→야간(18시-09시)→휴무 방식이다. 장시간 야간 근무 때문에 불면, 체력저하, 위장병 등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평일, 주말, 휴일 구분이 없어 사회적 관계의 고립도 동반한다. 명절 때 고향방문은 1-2년에 한 번 가능하고, 친구들 결혼식도 휴무가 맞아야 간다. 더욱이 같은 공항에서 근무하는 인천공항공사는 덜 일하고 더 쉬는 ‘4조2교대’를 하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도 심하다. 항공사 하청 노동자들은 더 심각하다. ‘오전→오후→새벽’ 패턴으로 매일 출퇴근 시간이 바뀌고 적은 임금에 출퇴근 택시비까지 내가며 인천공항에서 버티고 있었다. 인천공항은 사람보다 비행기가 먼저였다.

 

“비싼 교통비 부담 때문에 본가에 잘 안 가게 된다”

 

세 번째는 교통비 인하였다. 인천공항 청년들은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지출항목 중 주거비(36.2%)보다 교통비(43.8%)의 우선순위가 높았다. 특히 저임금일수록, 비정규직일수록, 노동강도가 높고, 생활만족도가 낮을수록 교통비 비중이 높다는 응답이 나왔다. 환승적용이 안되는 공항철도, 너무 비싼 민자고속도로 통행료가 청년들을 짓누르고 있다.

 

▲영종도-광화문(60km) 이동 비용 계산. ⓒ공공운수노조

 

 

꿈을 접고 떠나는 청년노동자가 없기를 바란다

 

외진위치, 24시간 근무형태, 장시간 노동 등 특성 때문에 인천공항 청년 일자리는 주거, 소비, 미래설계 등 청년들의 일상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도 실태조사에서 임금, 근로조건, 교통비를 비롯한 영종도 생활여건 개선 등 다양한 요구를 제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지속적으로 책임을 가진 기관들과 협력해나갈 수 있도록 8월 22일 국회토론회에서 ‘인천공항 청년 만족 좋은 일자리 TF’를 제안했다. 인천공항 청년노동자가 만족하는 일자리를 만들 권한을 가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광역시, 고용노동부가 인천공항 청년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입사하며 느낀 뿌듯함을 안고, 꿈을 접고 떠나는 청년노동자들이 없기를 바란다.”

 

토론회에 참석해 떠나가는 동료들을 붙잡지 못하는 아쉬움에 눈물지은 청년노동자의 호소다. 그 소박한 바람이 꼭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