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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정치시평
  • 2013.09.13
  • 3147

 

[시민정치시평 196] 

 

국회 앞에서 집회를 허하라!

: 국회가 진정한 '민의의 수렴장'이 되려면…

 

박주민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국회란 어떤 곳인가? 국민들은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국회 스스로가 내세우는 그리고 국회가 실질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이상적인 모습은 "민의(民意)의 수렴장(收斂長)"이다. 민의의 수렴을 위해서는 당연히 민의의 표현이 선행돼야 한다. 국민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 으뜸은 바로 '집회와 시위'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집회와 시위에 대해 선거권의 행사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사표현수단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은 국회의 경계로부터 100미터 지점 내에서는 집회를 하지 못하도록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집회가 국회의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집회가 위력의 행사라는 고유한 본질적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정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우려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민의의 수렴장이 돼야 하는 국회 주변에서 국민의 의사표현 수단 중 가장 중요하다는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 이외에는 이 우려를 잠재울 다른 방법은 없는가? 이러한 고민에서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회 인근에서의 집회를 모두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 제11조의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판단하게 해달라'는 신청을 했다. 그런데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위 신청에 대해 "국회 인근에서 집회를 전면 금지한 것은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국회의 주요한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독일은 '연방의 헌법기관을 위한 평화구역에 관한 법률'(BefBezG) 제2조부터 제4조에서 헌법기관의 주변지역에서의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기관의 주변을 일괄적으로 모두 집회 금지구역으로 하지 않고 구체적인 장소명과 거리명을 열거해 그 장소와 거리에서만 집회를 금지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5조는 위와 같이 금지된 구역 내에서도 헌법기관의 기능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집회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특히 당해 헌법기관에 회의가 없는 날 등에 열리는 집회는 원칙적으로 헌법기관의 기능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면 안 된다는 판단의 원칙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역시 독일과 비슷한 법체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 연방법전(U.S.C) 제5104조 (f)에서는 누구든지 국회의사당구역에서 행진, 서 있기, 행렬 지은 이동, 집회를 하는 행위 또는 깃발, 현수막 또는 특정한 단체, 기구, 운동을 공중에 알리기 위해 제작되거나 개작된 도구를 전시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 연방법전 제5106조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러한 행위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제5106조에서는 "그 책임자가 임명되어 있고, 상ㆍ하원의장이 질서를 유지하며, 국회의사당을 훼손하지 않도록 할 적절한 수단이 마련돼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상ㆍ하원의장은 공동으로 동 법전 제5104조 (f)의 제한을 유보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 제5104조 (f)에서 집회 등에 대한 금지를 유보시켜 집회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과 영국은 아예 국회의사당 부근에서의 집회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처럼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다른 나라들에서는 국회의사당 주변에서의 집회를 금지하지 않거나 혹여 금지하더라도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규정을 두어 집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이렇게 국회의사당 주변에서의 집회에 대해 대응하고 있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국회가 민의의 수렴장이라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국회의 기능에 대해 "민주사회에서 입법부의 근본적인 기능은 시민의 의견에 접근하는 것"이라고 했다(1972년 브리게이드 사건 판결문 중).

 

국회가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때 내부적인 논의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견을 듣고 고민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국회가 자기만족적 정책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생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다른 나라들은 모두 이런 관점에서 국회의사당 인근에서의 집회를 대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위 결정은 국회의 기능을 아주 제한적이고 형식적으로만 바라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집시법 제11조는 국회의사당 인근의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함으로써 국회의 기능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회의 본질적인 기능인 '민의의 수렴'을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참여연대는 집시법 제11조의 위헌성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다투어 보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려 한다. 헌법재판소가 현명한 판단을 하여 영국이나 일본처럼 국회 의사당 주변에서의 집회가 다른 장소에서의 집회처럼 다뤄지도록 해 국민들이 보다 편하게 자신들의 의사를 국회에 표현할 수 있게 되면 좋겠으나 이것이 당장 무리라면 국회 의사당 주변에서의 집회를 전부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독일처럼 일정 정도 허용하는 식으로라도 변경될 수 있길 바란다. 이러한 변화는 국회가 특권의 공간이 아니라 진정한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는 하나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참여사회연구소가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에 칼럼을 연재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들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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