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345] 박근혜 ‘창조경제’, 스타트업 죽이기?

박근혜 ‘창조경제’, 스타트업 죽이기?

엉터리 규제가 만든 ‘헤이딜러’ 폐업 사태

 

김철호 변호사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급속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은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적응하는 데 반해, 정부는 시속 10마일, 법은 시속 1마일로 변화해 부문 간 충돌을 가져오고, 이로 인해 경제 성장이 지체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온라인 중고차 경매 사업자인 ‘헤이딜러’의 폐업은 정부와 법의 지체 현상이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 하겠다. ‘헤이딜러’는 서울대 재학생들이 모여 창업한 회사로, 스마트폰 앱과 인터넷을 통한 중고차 온라인 경매 사업을 통해 연 3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다가, 지난해 12월 28일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돼 온라인 경매 업체도 기존 사업자와 동일한 시설기준을 갖추도록 규제가 강화되자 바로 폐업했다.

 

온라인 중고차 경매의 경우에도 기존 사업자와 동일하게 주차장 3300제곱미터 이상, 경매실 200제곱미터 이상, 성능점검·검사실 50제곱미터 이상을 갖춘 경매장을 필수적으로 갖추도록 개정된 것인데, ‘헤이딜러’로서는 그와 같은 시설을 갖출 여유도 없고, 시설을 갖추면 비용이 증대해 사업의 강점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법 개정의 제안 이유를 살펴보면, “현행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자동차 경매장을 개설・운영하려는 자는 일정한 시설 및 인력 기준을 갖추어 시・도지사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자동차 경매장을 개설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자동차를 경매하는 사례가 있어 기존 경매장 개설자와 형평에 맞지 않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권리 구제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인터넷 경매를 고려해 자동차 경매를 명확히 정의하고 자동차 경매장을 개설하지 않고 자동차 경매를 한 자에 대한 벌칙을 신설하려는 것임”이라고 적고 있다.

 

즉, 이번 자동차관리법 개정의 입법 목적 자체가 시설 기준을 갖추지 못한 온라인 중고차 경매업 자체를 봉쇄하려는데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법 개정의 배후에는 물론 기존 자동차 경매 사업자들의 로비나 민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 중고차 경매의 입찰 방식을 살펴보면, 온라인 중고차 경매 사업자에게 기존 중고차 경매 사업과 동일한 시설 기준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부당함을 알 수 있다. 온라인 중고차 경매에서는 개인 간의 직거래가 이루어지므로, 개인이 차량을 주차해둔 장소에서 입찰 예정자들이 차량 상태를 점검해보면 충분할 것이어서 3300제곱미터나 되는 넓은 주차장이 필요하지 않고, 입찰은 인터넷으로 하는 것이므로 사람들이 모여서 입찰표를 제출하는 경매실도 아예 필요가 없다. 성능 점검·검사실 정도만 요구하더라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 중고차 경매업자는 넓은 주차장과 경매실과 같은 시설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경매 중개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것이고, 수수료를 낮춘 이득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결국 개정법은 소비자들의 후생을 침해하고, 신생 사업자의 진출을 봉쇄하고, 기존 업자들의 기득권만 지켜주는 내용이다. 

 

경제 성장률은 떨어져 가고, 청년 실업도 늘어만 가는 시기에, ‘헤이딜러’와 같은 새로운 사업마저도 하지 못하게 한다면 무슨 방법으로 경제를 살리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헤이딜러’가 폐업을 해 세간에 알려지고 나서야 여당과 정부는 위 ‘헤이딜러’ 사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온라인 중고차 경매 사업의 경우에는 주차장 등의 시설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최근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온라인 자동차 경매의 경우, 주차장, 경매실, 성능 점검·검사실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는데, 시행하자마자 재개정할 법 개정을 왜 추진했다는 말인가. 정부가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을 보면, 일관된 경제 정책을 실현할 정부의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법과 제도는 경제 성장의 토대를 형성한다. 새로운 사업으로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스타트업 사업을 법까지 바꾸어 범죄자로 만들어버린다면, 과연 이 사회에서 누가 창업을 하겠는가. 정부와 국회의 무능함이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사회 환경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부터 분발할 일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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