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시민운동현장 2_일본시민운동의 통섭

시민운동현장 2_일본시민운동의 통섭

김경묵 _ 주쿄대학 국제교양학부 부교수

들어가며-지금 왜 일본의 시민운동인가?
일본은 과연 어떤 나라인가? 일본시민운동은 한국의 그것과 비교할 의미가 있는가? 한국과 일본의 시민운동은 서로 배우고 자랄 수 있는 관계와 환경에 놓여 있는가?

본고를 준비하면서, 필자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 단순하고도 어려운 질문들이다. 일본에 오래 살면 살수록, 일본에 대해서 단순명쾌한 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워지고, 또한 그것이 두려워진다. 일본이 있다거나 없다거나, 한국시민운동은 일본보다 앞섰다느니 뒤졌다느니 등등의 주장과 담론을 과감히 내세우는 논객들이 때로는 부러울 정도이다. 그만큼 일본은 많은 사람들이 다루는 주제이기도 하고, 논하기가 복잡하고도 어려운 존재이다. 함부로 잘못 짚었다가는 되레 얻어맞을 수 있는 테마이니, 가급적이면 도망 다니거나 살살 다루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 필자가 용기를 내보았다. 일본시민운동에 대해서 우리말로 간편하게 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사실 주지하다시피, 아주 많지는 않아도 이미 일본시민운동과 시민사회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고찰은 국내의 학계나 시민단체 쪽에서 해왔기 때문에, 조금만 잘 찾아보면 그것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래도 그러한 고찰 내용을 굳이 되풀이 한다면, 일본의 시민운동은 풀뿌리 민주주의나 주민자치에 기초하고, 대체로 소규모이고, 정치적인 분야보다는 일상생활 등에 더 많은 초점이 놓여 있는데, 그 점에 대한 평가는, 한국에서 볼 때 답답할 때도 있고, 때로는 부러울 때도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서양의 시각에서 보면 몰라도, 한국과 일본의 당사자 입장에서 볼 때, 서로 다른 문화, 정치, 역사, 경제적인 기반에서 과연 무엇을 참조로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도 앞설 것이다. 즉, 한국과 일본사회를 비교하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회의론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니, 이번 글이 헛되지 않으려면, 단순한 비교나 기존의 선행연구와는 다른 시각에 서서, 새로운 목적과 의의를 찾아야 하고, 또한 그것이 좁게는 한국의 시민운동, 넓
게는 한국 및 동아시아의 시민운동이나 시민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심적인 부담이 앞섰다.

필자 자신의 경우, 사회학적인 측면에서의 사회운동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약간 부연하자면, 필자는 우연치 않은 기회를 통해 일본의 국제협력NGO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서, 1980년대 이후에 활발해진 일본의 개발 및 국제협력NGO를 국제정치학적인 차원에서 주로 다뤄왔다. 연구를 위해서는 현장 참여와 활동이 불가피하고, 또 어느 정도 활동을 계속하면 그것을 경험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거듭하고 있다. 처음에는 연구를 위한 참여관찰에서 시작되었지만, 참여를 통해서 NGO현장의 고민을 공유하게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학술연구와 NGO활동에 스스로 경계를 긋는 경향도 나타났다.

본래 필자가 시민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기본적인 동기는, 일본시민사회의 비정치화, 탈정치화 현상이었고, 구체적으로는, 왜 오늘날의 일본시민사회는 사회운동적인 성격을 회피하려고 하는가라는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 분명 한국과 사정은 다를지언정, 그래도 1960-70년대까지는 노동운동, 학생운동, 시민운동이 활발했었는데, 무엇이‘ 사회운동’ 대신에‘ NPO활동’이라는 현상과 담론을 두드러지게 하였을까? 요즘 세상, 요즘 사람들이라고 불평, 불만이 없을 리 없는데, 왜 그러한 불의를 표출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는 것일까? 정책결정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잘 길들여졌고, 활동가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도 무기력해진 사회이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일본의 시민사회는 비정치적인 분야인 지역 만들기 등, 주민운동에서만 약간의 활기를 띨뿐, 대체로 국가와 시장의 틈새에서‘ 깍두기’적인 역할에 불과하다.

따라서 본고는 일본시민운동의 변화에 착안점을 두면서 한국의 시민운동도 앞으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과제들의 예방과 대처에 일조하고자 한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필자의 기본적인 논지는 시민사회가 사회운동적인 성격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한 주장을 체계적으로 펼치기위해, 본고는 다음과 같이 짜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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