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FTA 선비준동의는 부시 퇴임 선물



“한국의 FTA 선비준동의는 부시 퇴임 선물”  



[기고] 오바마 당선, FTA 재논의는 변수 아닌 상수   이해영 / 한신대 교수





오바마의 미국이 탄생하였다. 부시 8년을 마감하고 새로이 탄생한 민주당 정권과 기존 한미관계의 재조정은 불가피하다. 북핵문제와 한미FTA가 당장 초미의 관심사이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외교대표부’ 설치, 북미정상회담, 북미수교와 같은 로드맵이 회자되는 만큼 우리로선 오히려 한시름을 덜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한미FTA의 미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미 우리 국회는 다음 주 11월 10일 통외통위 상정, 17일 상임위 의결, 24일 본회의 처리 일정을 제시하고 있다.


오바마가 한미FTA타결 직후부터 일관되게 한미FTA에 대해 반대해 왔음은 잘 알려져 있다. 예컨대 상원의원 오바마는 지난 2월 11일 ‘이명박대통령 취임을 맞이하여’라는 제목의 상원의사록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한미경제관계 또한 양국에 이익이 되었고 양국의 결속을 심화시켜왔습니다. 마찬가지로 나는 예컨대 자동차, 쌀 그리고 쇠고기와 같은 우리의 핵심산업과 농업부문 그리고 노동, 환경기준의 보호에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는 협정을 통해 양국의 무역 및 투자 결속을 증진시킬 방도를 지지하기를 기대합니다. 유감스럽게도 한미FTA는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바마의 통상정책은 미국의 각 주별로 조직되어 있는 공정무역연합(Fair Trade Coalition)의 공개질의에 대한 답신에 잘 나타나 있다. 예컨대 2월 18일자 위스콘신주 공정무역연합의 공개질의에 대한 답신에서 그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나는 미국 노동자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통상협정에 대한 귀측의 개혁요구를 경청하였고 또 귀측의 좌절감에 대해 공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은 투자자에게는 광범위한 권리를 보장한 반면, 노동의 권리와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단지 립서비스만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십년이 지난 뒤에도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은 마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고 이것이 내가 이 협정에 반대표를 던진 이유입니다. 그리고 또한 이점이 공정무역원칙을 지키는데 실패한 한국, 페루 그리고 콜롬비아FTA와 같은 다른 협정에 내가 반대하는 이유라 하겠습니다.”


“한국에서처럼 조세와 규제를 통한 미국 자동차 생산자에 대한 중앙집중적인(centralized) 차별이 다른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다른 지역의 시장에서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외에서 미국생산자들을 위한 동등한 시장접근을 요구할 것입니다.”

   




▲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여러차례 한미 FTA의 조속한 처리를 합의한 바 있다. 곧 퇴임하는 부시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지만 이명박 정부는 끝까지 그 약속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다. ⓒ청와대  





이후 민주당 경선과정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오바마가 보기에 한미FTA는 분명 ‘심각한 결함이 있는’ 협정이고 그 중 특히 자동차부문이 대표적이다. 자동차부문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자 미 자동차 3사 노조가 위치한 시카고 지역운동을 통해 사회활동을 시작한 정치인 오바마로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대통령 오바마뿐만 아니라 상하양원 모두를 장악할 것이 확실한 민주당 지도부사이에 광범위한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인식은 다분히 과장되어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미 한미FTA 막바지에 당시 새로이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지도부는 “신통상정책”을 입안하여 추가협상을 통해 고스란히 그 내용을 관철시켰다. 나아가 공화당과 공통으로 “초당적 의회안”이라는 것을 통해 당시 한미FTA협상 중인 미 무역대표부를 강하게 압박하였고 그 요구안 대부분을 관철시킨바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이 한미FTA 협정문 본문, 부속서한 등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당시 미국이 요구한 7개안 중 관철된 것만을 보더라도 예컨대 ‘스냅백조항 (한국이 합의위반시 미 2.5% 관세철폐 무효화)’, 한국의 배기량기준세제 철폐, 배기가스기준 유예 등 국제통상사에서도 유례가 없이 불평등하고 주권침해적이며 반환경적인 독소조항들이다. 문제는 남아 있는 바로 그 한가지이다. 민주당은 한국내수시장에서 미국차의 판매비율이 ‘상당한 수준(significant level)’에 도달할 때까지 미국 자동차 수입관세 2.5% 즉시철폐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였다. 한마디로 우리 국내시장에서 미국차의 점유율이 올라간 만큼 미국의 관세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자동차 시장을 겨냥한 이러한 구상은 이미 2006년 8월 한미FTA 미 의회 비준 동의와 관련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인 샌더 래빈 무역소위 현위원장이 발의한 ‘한미공정무역법안’에도 들어가 있다. 요컨대 오바마와 민주당의 한미FTA 재협상 요구는 한미FTA를 통털어 가장 잘한(?) 협상으로 정부가 자랑하는 자동차협상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오바마와 민주당의 통상정책은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어 있다. 오바마 스스로가 언급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북미자유무역협정 개정, 강력한 식품안전, 소비자 보호, 이미 국내에서도 치열한 논란거리였던 투자자-정부 직접소송제(ISD) 적용 제한, 이른바 행정부의 ‘신속협상권'(fast track) 폐지 등 나름대로 전향적인 내용들도 포함된다.


하지만 오바마와 민주당이 말하는 ‘공정무역’은 그 자체로 양날의 칼이다. 특히 이 공정성 개념을 예컨대 대미무역을 통해 막대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의 제조업, 환율조작 시비가 끊이지 않는 위안화, 한국의 자동차 시장 등에 적용할 때 이는 공격적 보호주의의 양상을 드러내게 된다. 오바마 스스로 세계화나 자유무역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전혀 아니니 만큼, 미국의 신통상정책은 향후 미국에, 미국의 노동자에 보다 유리한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자유주의 또한 미국에, 미국의 노동자에 유리하게끔 재편될 것이다. 민주당은 ‘월스트리트(Wall Street)가 아니라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를 말하지만 그 메인스트리트에 우리는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한미FTA와 관련해 오바마정부와 민주당 의회는 대략 3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일 것이 예상된다.


첫째는 한미FTA 협정문의 개정(reopen)이다. 아마 우리 정부로서는 최악의 경우이다. 설사 오바마행정부가 이를 추진하지 않더라도 민주당 의회는 상당기간 이를 주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래서 만에 하나 우리 국회가 선비준동의한 조건에서, 미국측이 부속서, 부속서한 형태로 한미FTA 협정문 변경을 요구한다면 이는 실로 최악중 최악이다.


둘째는 부속협정(side agreement)이다. 이미 클린턴행정부 때 NAFTA의 부속협정 형태로 노동, 환경협약이 체결된 바 있고, 올해 초 오바마의 한반도팀의 자문위원가운데 한 명인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미대사가 타협책으로 시사한 바 있다. 이는 한국정부에 엄청난 부담을 가져다 줄 ‘재협상’대신, 자동차만을 대상으로 부속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셋째는 현행대로 한미FTA를 미 의회가 처리해 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가장 소망스러운 형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미 자동차업계를 설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선물’을 가뜩이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미국 자체 재정에서 조달해야하고, 당연히 재선까지 내다봐야 할 오바마가 자신의 말을 번복해야할 정치적 부담까지 감당해야 한다.


다음 그렇다면 언제 한미FTA에 대한 미 의회 내 논의가 본격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 의회 내 절차로 보자면 한미FTA는 미-콜롬비아, 미-페루FTA 다음에 처리되는 것이 순서이다. 그래서 그 시점은 미-콜롬비아FTA가 언제, 어떻게 처리되는가를 보아야 한다. 지난 4월 민주당 의회는 의회와 협의없이 부시가 미-콜롬비아FTA 이행법안을 제출하자, 미-콜롬비아FTA에 대한 신속처리, 즉 ’90일내 처리’ 규정을 표결로 적용배제한 바 있다. 따라서 미-콜롬비아FTA는 미민주당 지도부의 결정이 없다면 영구미제로 갈 수밖에 없지만, 당시 조건이 콜롬비아 내 인권상황이기 때문에 상황 개선이 확인된다면 그 때 재논의될 수 있다. 그런데 미-콜롬비아FTA에 강력히 반대해온 미 노조 측이 1년정도를 두고 보자고 한 적이 있기 때문에 빨라야 그 시점은 2009년 상반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한미FTA는 현재로서는 2009년 내년 하반기 정도가 되어야 그 향방이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 이해영 교수. ⓒ프레시안  



다음 주면 한미FTA가 국회 상임위에 상정될 예정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에 따르면 우리가 선비준동의하는 것이 미의회를 압박할 수 있고, 나아가 미국의 ‘재협상’요구를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선비준동의했다고 해서 새로이 구성될 민주당 의회가 압박을 느낄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고, 콜롬비아, 페루 의회가 선비준했음에도 민주당의 ‘신통상정책’에 따라 협정문을 변경한 전례가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그것이 재협상이든 추가협의든 그 용어와 관계없이 미국측의 한미FTA 재논의 요청을 상수로 놓는다면, 우리 국회의 선비준동의는 가장 피해야할 외교적 실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부시의 한미FTA 연내 처리만을 믿고 쇠고기 졸속협상을 했듯이, 선비준동의가 통화스왑이라는 미국의 ‘은혜(?)’에 보답할 부시의 퇴임선물이 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쇠고기’라는 가장 강력한 협상카드를 탕진한 마당에 그나마 남아있는 마지막 협상카드인 비준동의마저 사라질 때 남은 것은 그저 ‘육탄저지(?)’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바라건대 어차피 지금하나 1년 뒤에 하나 우리 국회의 비준동의는 미 의회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실효도 없는 것이니 만큼, 일단 추이을 조심스럽게 관망함이 상책이다. 그리고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진정 차단하길 원한다면, 경거망동할 것이 아니라 우리 역시 재협상 요구를 제기해야 한다. 한미FTA 자동차부문 뿐만 아니라 특히 투자, 금융서비스는 다수의 치명적인 독소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미 투자은행 국유화라는 한미FTA 타결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사정변경에 따라 우리 측에서 얼마든지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내정책상 오류는 주워 담기라도 할 수 있지만, 외교적 실책은 한 번 저질러지면 되돌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국회의 선비준동의가 바로 그러한 실책에 해당된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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