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묻지 마 비준’은 실용 아닌 맹동

광우병 위험 쇠고기 추가개방합의는 불균등 졸속 협상의 완성판
국회는 거수기 역할 거부하고 졸속,부실 협상전면 재검토해야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미FTA의 연내 비준을 위해 노력’할 것을 합의하였다. 이러한 합의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뼈 있는 쇠고기를 추가 개방하기로 한 직후 이루어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한미FTA의 ‘조속한 비준’이 아니라 협상을 전면 재검토하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FTA 협상결과와 합의문을 꼼꼼히 검토해봤다면 미국에 ‘연내처리’를 먼저 제안하는 실수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미FTA는 국민과의 합의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것으로, 농업은 물론 서비스 금융,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한미간 이익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게다가 투자자정부소송제도, 서비스 분야의 개방폭축소금지(역진금지, ratchet) 조항 등 정부의 공공정책 선택 자율성에 제약을 가져올 치명적인 독소조항도 포함하고 있어 논란이 되어왔다. 이는 정부가 한미FTA 자체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미국의 일정에 따라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몰아치기식’ 협상을 통해 ‘타결을 위한 타결’에 연연한 탓이다.


한국정부가 조속한 비준을 위해 미 측의 추가양보 요구에 굴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뼈 있는 쇠고기’를 사실상 제한 없이 개방하는 치명적인 조건을 수용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무책임한 결정이다. 최근 미국에서 광우병 위험 쇠고기의 대규모 리콜 사태가 있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심지어 인간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생하여 그 최종결과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미국의 검역 시스템에 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조건에서 무슨 배짱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기준을 완화했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게다가 이 같은 막무가내 개방은 통상협상을 위해 주권사항인 검역기준을 원칙 없이 뒤집은 것이기에 유사한 다른 협상에서도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다.


뼈 있는 쇠고기의 전면 개방은 사실상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협상결과를 보면 한국에서 재협상을 요구해야 할 사항이 허다한데도, 도리어 이명박 정부가 추가양보조치를 선물하며 비준을 맹목적으로 서두르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미 의회가 ‘조속한 비준’의 전제조건으로 만약 자동차 시장의 추가적인 개방을 요구해 올 경우 정부는 이마저도 또다시 개방할 것인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조속한 비준인가? 이것이 과연 실용인가? 


미국 요구의 추가 수용은 17대 국회의 기본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의 수입제한조치의 추가완화를 받아들인 정부의 비준안에 대해 국회가 거수기 역할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한미FTA 협상결과에 대한 국정조사가 국회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국회는 협상과정과 결과물을 꼼꼼히 따져보고, 과연 협상목표가 달성되었는지, 과연 한국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피해계층에 대한 대책은 충분한 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5월 임시국회 국회 비준’은 언어도단이다. 


최근 드러난 미국경제의 부실이 한국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식량 위기도 OECD 국가 중 식량자급률이 30%대로 최하위인 한국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업의 포기를 기정사실화하고 미국과 전면적인 경제통합을 서두르는 것은 ‘실용’이 아니라 ‘맹동’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와 정치권의 어리석은 서두름으로 국민전체가 고통 받아서는 곤란하다. 한미FTA의 조기비준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잘못된 쇠고기 협상과 함께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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