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의 합법적 활동 보장을 위한 종교인 1천인 선언
지난 9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가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국가보안법을 개정·폐지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권고하면서 한총련 이적규정의 부당함을 지적한 데 힘을 받은 한총련 합법화의 목소리가 사회 각계각층으로 번지고 있다.
7월 18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마당에서는 ‘한총련의 합법적 활동보장을 위한 종교인 1000인 선언’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에서 주관한 이날 시국선언에는 원불교 101명, 불교 266명, 천주교 97명, 개신교 532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6년째 계속되는 한총련 소속 학생들에 대한 부당한 공권력의 탄압을 보다 못해 나서게 되었다”고 시국선언을 준비한 배경을 설명하며 “한총련 대의원들이 구체적으로 법을 어긴 행위가 없어도 대학생 사회에서 대표자로 뽑혔다는 이유만으로 범법자가 되고 구속과 수배의 멍에를 매야 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헌법정신의 유린이고 민주질서에 대한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또 사회 일각에서 우려하는 한총련 학생들의 활동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극복할 문제이지 공권력의 탄압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학생들의 고통은 단지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건강한 상식을 염원하는 모든 이들의 문제이므로 사회 각계에서는 이를 해결하는 하는 데 함께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에서 “한총련이 이미 강령과 규약을 개정하고 평화적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이제 공안당국이 변해야 할 차례”라고 전제한 뒤 공안당국에 대해 △한총련 이적규정 삭제 △한총련 관련 구속자 석방 및 수배해제 △한총련 불법탄압 책임자 처벌을, 법원에 대해 △한총련 이적규정을 해결할 새로운 판례구축을 국회와 정치권에 대해 △국가보안법 개폐를 각각 촉구했다.
6월말 한총련 합법적 활동보장을 위한 단식기도회 등을 주도한 한국기독학생회 회장 방선택 씨(27)는 “기독학생회는 96년 연대사태 등 출범과정의 폭력성 시비로 비록 한총련과 결별하기는 했지만 억압받는 한총련에 대해 더 이상 두고 보는 것은 종교적 양심이 용납지 않았다. 한총련의 ‘자주민주통일’ 방침에 대해 일반 사회의 견해가 다를 수 있겠지만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공권력의 탄압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한총련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비난했다.
한림대 김병일 씨(26)는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정책에 따른 사회분위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같은 얘기도 학생이 하면 불법이 된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이창희 간사는 “각종 시국선언과 같은 움직임은 우리 사회에 아직 양심이 살아 있다는 증표”라고 평가한 뒤 “이런 노력이 각계각층에 전파되어 한총련 학생들이 자유를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학생들 스스로도 혁신을 통해 대중성을 되찾아 발전 도약되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종교인들은 이날 시국선언에 이어 8월 중 한총련 합법화를 위한 법회와 시국 미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교회, 성당, 사찰, 교당 등과 연계하여 종교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각 종교별로 다양한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한총련의 합법적 활동보장을 위한 범사회인대책위(이하 범사회대책위)는 7월말 UN 인권위 이사회에 한총련 문제를 제소하기 위해 민변과 함께 관련자료의 영문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제엠네스티에서 8월 캠페인으로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를 채택한 사실을 알려왔다며 한총련 합법화는 전세계 인권운동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범사회대책위는 이밖에도 한총련 합법화를 위한 문화제를 20일 오후 7시부터 연대에서 개최하는 등 온라인-오프라인상의 서명 및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벌려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홈페이지(http://h-gen.net)를 개편하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한총련 탈퇴 권고기간이 이달 내 종료됨에 따라 최근 한총련 대의원 150여명에 대해 지역별로 소환장을 발부해 놓은 상태다.
이날 종교인들의 시국선언을 필두로 19일에는 시민·사회단체가, 7월말에는 학계 및 정치인이 시국선언을 예정하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이같은 노력이 한총련 대의원들의 자유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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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향 사이버참여연대 자원활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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