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7-03-29   472

정치의 계절, 위기의 민생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나라가 소란스럽다. 후보가 되기 위한 정치인들의 경쟁이 갈수록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언론들이 부산스레 보도하며 소란을 부추기는 것은 전혀 새롭지 않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 선거에 비해 크게 다른 점이 있다. 공식적으로 여당은 없어졌지만, 아무튼 ‘여권’의 후보자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한나라당 후보들의 경쟁에 그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이명박, 고진화, 원희룡 등 여러 명이 후보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고진화와 원희룡은 사실 ‘차세대 주자’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나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실제 후보경쟁은 박근혜와 이명박이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손학규가 참여해서 경쟁을 벌이려고 했으나 한나라당에서는 그에게 ‘들러리’를 요구했을 뿐이다. 결국 이런 상황을 넘어서지 못하고 손학규는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박근혜와 이명박은 경선원칙에 합의하고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 경쟁이지 아마도 두 사람은 사실 ‘전쟁’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PD수첩’에서 ‘이명박 리포트’에 관해 방송하자 이명박 쪽은 ‘제2의 김대업 방송’이라며 화를 냈다. 그러나 박근혜 쪽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으므로 재검증을 해야 한다며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전쟁’이 격화될수록 더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여권’이 정비되어 훌륭한 후보를 내세울 수 있게 된다면, 더욱 더 많은 국민들이 이 ‘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될 것이다. 사실 대통령 선거는 가장 흥미진진한 ‘정치 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정치의 계절이 무르익어 갈수록 정작 정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민생’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번의 대통령 선거를 민생의 관점에서 지켜보아야 한다. 정말 누가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할 사람인가를 꼼꼼히 따져 보고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이 아니라 정책을 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금으로서는 정권교체를 이룰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의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민생을 외치며 참여정부의 실정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과연 민생을 돌보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가? 민생을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은 터무니없이 높은 주거비이다. 이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에 상정되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사학법의 재개악을 요구하며 주택법의 개정을 무산시켜 버렸다. 사학법도 그렇다. 감사원에서 지난 3월에 발표한 사학 감사결과에서 다시 잘 드러났듯이 한국의 사학은 숱한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다.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오랜 노력 끝에 사학법을 겨우 조금 개정했더니 이

것을 다시 개악해야 한다고 한나라당은 주장하고 있다. 사학법의 재개악을 위해 한나라당은 3천 개의 법률을 계류시키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과연 민생을 외칠 자격이 있는가? 박근혜와 이명박은 과연 민생을 개선할 수 있는가? 사학법의 재개악과 한반도 대운하로 과연 한국의 ‘진정한 선진화’를 이룰 수 있는가? 위기에 처한 민생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이런 질문에 대해 우리 스스로 올바른 답을 찾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홍성태「참여사회」 편집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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