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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2007
  • 200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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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첨부 2

한미FTA, 괴물인가 선물인가③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 강연 후기



투자자 국가 간 직접소송제(ISD)는 국가를 상대로 직접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상대국 투자자에게 부여함으로써 투자자의 이익에 위반되는 국가 정책・규제 등이 국내의 사법권 영역에서 판단되는 것이 아닌 제3자, 즉 국제중재판정단에 의해 판정되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 측은 우리가 이 제도를 받아들이면 미국 투자자의 자본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고 국가 신인도도 올라간다고 한다. 게다가 이를 통해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가도 동시에 보호할 수 있으니 한마디로 '글로벌 스탠다드'이며 그 대세에 따르는 것이 지금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라고 주장한다. 참으로 그럴싸한 주장이다. 국정홍보처에 올라오는 글 몇 개만 읽어봐도 정부가 그려내는 핑크빛 미래―미국과 대등하게, 혹은 미국을 누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FTA 강국으로서 한국의 청사진―가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한미FTA 체결 이후 보수 매체와 정부가 합작해 만들어내는 무비판적 프로파간다(선전술)에 녹아버리고 만다.

▲ 강연 중인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

정말로 우리는 ISD를 통해 한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면서 제도 선진화, 투명화로 나아가게 될까? 그것은 정말 ‘글로벌 스탠다드’가 맞나?

홍기빈 연구원은 강연의 첫머리에서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ISD를 채택했던 나라들에서 어떤 식으로 공공정책이 무력화되고 지불할 수 있는 능력 밖의 돈을 보상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언급했다. 체코의 예를 들어보자. 체코의 방송시장은 미국인 투자자가 만들어 낸 체코판 폭스TV인 노바TV에 의해 점점 잠식된다. 선정적・폭력적인 미국식 프로그램이 체코의 공공방송마저 삼키려고 할 때 미국인 투자자는 기업 내부의 문제로 인해 손해를 본다. 체코 정부의 감독 소흘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봤다고 생각했던 미국 투자자는 체코 정부를 상대로(이미 체코와 미국 간에는 양자 협상을 통해 ISD가 체결되어 있던 상태였다)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을 했다. 결과는 체코 정부의 참패. 이 중재판결로 체코 정부는 3억 5000만 달러라는, 전체 체코 의료재정의 2배에 달하는 막대한 보상을 미국인 투자자에게 해 줘야만 했다. 그것도 현금으로. 그 이후 체코는 다국적 투자가들의 '밥'이 되었고 수많은 투자자 국가 간 직접 소송에 시달리게 된다.

이것은 한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다국적 기업의 훌륭한 공격 수단으로 ISD는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투자자들과 기업 법률 자문단들은 이 분야에서 최신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며, 거래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로부터 이 제도의 존재를 잘 명심하여 해당 정부 기관들과 벌어질 수 있는 분쟁을 미리 예상하여 분쟁이 벌어지면 이 제도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 드립니다." 국제법 전문가인 셍크만(Ethan. G Shenkman)이 국제중재전문 잡지에 기고한 글에 실린 말이다. 여기에서도 이 제도의 성격이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각 국가 간에 맺은 양자협정을 통해 인정되는 ISD라는 제도는 ‘투자자의 이익’을 보존한다. 그것은 자국국민과 동등한 권리를 투자자에게 부여한다는 명목하에 많은 것을 파괴하고 만다. 그로 인해 과거에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들은 말로만 들어도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대체 정부는 누구를 위해 협상을 했는가 궁금해졌다. 제소절차와 그로 인한 공공정책의 수정과 보상, 거기다 공공정책이 투자자의 제소 범위에 해당될 것이 염려되어 처음부터 위축되는 사태까지 일어난다면 결국 이런 상황에서 제일 큰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된다. 한미FTA에 모든 것을 건 듯한 태도로 추진하는 정부의 근거 자체에 의심이 든다.

ISD의 본질, 탄생과정, 그리고 그것이 미국의 이익을 어떻게 관철시키는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강의가 점점 마지막을 향해 가는 순간 내 머릿속은 하얗게 되고 거의 '패닉'에 가까운 수준에 이르렀다. 강의 도중 떠올랐던 수많은 의문들도 질문을 하는 시간에 이르러서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왜 한미FTA 반대론자들이 이 조항을 '독소조항'이라고 불렀고, 예외조항과 관계없이 막으려고 했는가에 대한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저 한숨만 나왔다. ISD라는 창을 통해 바라본 우리의 미래는 어둡고 세상은 또 이렇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타고 거대한 신자유주의의 소용돌이로 빠져버릴 것만 같다.

한미FTA가 체결되는 과정에서 내 주위의 사람들은 대부분 ‘강 건너 불구경’ 수준이거나 무비판적인 찬성을 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어떻게 이번 사안을 바라봐야 하고, 그것과 나와의 연관관계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곤 했다.

불행히도 내 주변에 하나 둘씩 그러한 연관관계가 보이고 있다.

나는 인천에 산다. 인천은 전국적으로 제일 먼저 수도 민영화를 다국적 기업을 통해 추진했다. 효율성을 내세워 전기・수도・철도와 같은 국가기간과 연결된 네트워크산업에서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수익의 극대화를 추진하려는 다국적 기업의 이익이 서로 만나 시작되는 상황들. 내 주위에서 현재, 또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 그 가운데 그러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FTA라는 괴물. 그리고 그 안에서 무한정 투자자의 이익을 증폭시켜주는 트랜지스터 ISD.

바꿀 수 있을까? 우리의 깨달음과 실천이 거꾸로 가는 세상을 멈추게 할 수 있을지. 그것을 참여연대의 활동 속에서 함께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걸어본다.

▲ 참가자 임미려참여연대는 지난 4월 30일부터 오는 5월 28일까지 약 한 달간 ‘참여연대와 함께하는 시민운동 현장체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한미FTA 괴물인가 선물인가’를 주제로 총 11회에 걸쳐 강연과 토론, 직접행동을 체험하게 됩니다. 지난 5월 7일 그 세 번째 순서로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이 '숨겨진 칼날 투자자-국가소송제도'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이 글은 현장체험에 참가한 임미려 씨가 이 날 프로그램을 마치고 느낀 점을 정리한 후기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후기는 인터넷참여연대를 통해 연재 중입니다.

임미려 (현장체험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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