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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2007
  • 2007.05.22
  • 695
  • 첨부 4

한미FTA, 괴물인가 선물인가④ 참가자 직접토론 후기



참가자들이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대해 찬반을 나누어 '직접' 토론하는 프로그램은 처음 현장 체험을 신청했을 때 가장 기대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대학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모의 토론을 한다는 설렘에, 다른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에도 "이걸 어떻게 토론회 때 써먹나"하는 고민을 했다. 토론의 찬성과 반대 입장은 임의로 결정되었는데, 내가 속한 조가 찬성측을 맡았다. 나도 그렇지만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ISD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찬성측에 서려니 망연자실해졌다. 그런데 웬걸. 토론을 지켜보던 배심원단은 ISD에 무죄 판결을 내려줬다. 이번 일로 여러 사람 다칠지도 모르겠지만(^^) 찬성과 반대 논리를 곰곰이 따져보는 유익한 자리였다.

▲ 사회를 맡은 송호창 변호사와 찬반으로 나뉜 참가자들

우리는 각각의 입장에 대한 논리를 구성하면서, 그 입장을 대표할 만한 역할도 만들어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를 찬성하는 쪽 패널은 정부 협상단 대표, 통상법 전문가, 언론인으로 구성했고, 반대쪽은 한미 FTA 저지 범국본, 전 법무부 직원(내부 고발자), 국제법 전문가로 짜여졌다. 시민패널들도 토론에 적극 참가해 팽팽한 토론을 펼쳤다.

당시의 쟁점을 정리해 보자.

-ISD는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 vs 안 된다

반대측은 실제로 ISD가 국가경제에 이득을 가져오는가를 따져물었다. ISD를 통해 보호되는 것은 투기 자본이지 실제로 직접투자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찬성측은 우리가 미국과의 FTA에서 ISD를 거부한다면 앞으로 중국이나 다른 나라와 맺을 FTA에서 마찬가지로 한국 자본의 이익을 지키기 힘들어진다는 반론을 폈다. 사실 이 반론은 ISD를 옹호하는 대표적인 논리다.

-ISD는 대세이다 vs 아니다

최근 한미 FTA에 이어 한-EU FTA도 추진 중이다. 그런데 한-EU FTA 협상에서는 ISD를 제외시켰다. 호주 역시 미국과의 FTA에서 ISD를 제외했는데, 여기서 볼 수 있듯이 ISD를 거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게 아니라 누구의 이익을 우선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반대측은 거세게 주장했다. 찬성측은 종종 TV 토론회에 나오는 정부관료처럼 ‘능청스럽게’ 한-EU FTA에서 ISD를 제외한 이유를 설명했다. EU는 단일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협상단에 위임한 권한으로는 이 문제를 다룰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우리는 하고 싶은데 EU가 문제고 앞으로 우리는 EU 개별 국가들과 투자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러자 반대측이 호주의 사례를 집요하게 제기했고 찬성측은 이 부분에서 약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법 주권 말살이자 이양이다?

이 부분은 사회자도 적극 토론에 개입해 논점을 명확히 하려고 애썼다. 반대측은 ISD는 특히, 한국의 사법 주권을 말살할 것이라고 했다. 찬성측은 ISD는 두 나라가 맺을 협정에 근거해 제3자가 판결을 내리는 공정한 절차라고 반박했다. 사회자는 두 나라가 맺은 약속이라는 점에서 절차 자체를 사법 주권 말살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점 때문에 반대측 논리의 약점이 크게 부각된 듯하다. 그러나 이 논점에서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은,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두 국가가 형식상 공정해 보이는 절차를 밟아 분쟁을 해결한다 하더라도 힘의 격차가 분쟁 해결 과정에서 배제될 수 없다는 점이 아닐까. ISD는 이미 법정에서 결론이 난 판결도 소송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점 때문에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이번 토론을 통해 ISD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정부 정책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법 주권 말살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공공성 후퇴로 접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 찬성측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 송호창 변호사

투자자-국가소송제는 한미 FTA 협상 초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다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언론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강연을 해 주신 홍기빈 박사처럼 이 분야를 분석해 문제점을 낱낱이 폭로하는 노력이 없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ISD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찬성과 반대 입장이 난상토론이 아니라 쟁점에 따라 깊이 있게 토론할 수 있도록 중간 정리를 해 주신 송호창 변호사의 사회 솜씨는 이번 ‘직접토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사회자가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은 찬성과 반대 측 토론자들 모두를 긴장케 했지만 말이다.

이번 ‘직접토론’은 시작 전 찬성측의 난감함이 겸손을 넘어 본심을 숨긴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참가자 모두 진지하게 참가했다. 나 또한 토론하다보니 승부욕에 불타 “미국 투자자들이 손쉽게 한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둥, “한국은 노사갈등이 문제”라는 둥 마음에도 없는 말로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물론, 정부협상단 역할을 맡은 김영익 씨를 능가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직접토론’을 촬영한 테이프를 전경련이나 경총이 봤다면 그를 두고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지 않을까? 이번 ‘직접토론’은 한 참가자의 말처럼 찬성하면서 내뱉은 주장을 반박하는 숙제를 안고 끝났다. 앞으로 6월 체결 저지와 국회 비준을 거부하는 운동을 앞두고 이번 ‘직접토론’이 한미FTA를 추진하는 정부의 코를 납작하게 할 논리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 토론 중인 참가자들과 배석한 참여연대 간사들

▲ 참가자 김덕엽참여연대는 지난 4월 30일부터 오는 5월 28일까지 약 한 달간 ‘참여연대와 함께하는 시민운동 현장체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한미FTA 괴물인가 선물인가’를 주제로 총 11회에 걸쳐 강연과 토론, 직접행동을 체험하게 됩니다. 지난 5월 14일 그 다섯 번째 순서로 '피고 투자자-국가소송제도, 유죄 vs 무죄'라는 제목의 참가자 직접토론을 벌였습니다.

이 글은 현장체험에 참가한 김덕엽 씨가 이 날 프로그램을 마치고 느낀 점을 정리한 후기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후기는 인터넷참여연대를 통해 연재 중입니다.

김덕엽 (현장체험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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