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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2007
  • 2007.06.10
  • 856

87년 6월항쟁 20주년에 즈음한 시민사회단체 공동선언문



상생, 평화, 연대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자!

- 87년 6월 항쟁 20주년을 맞으며 -

1.

87년 6월 항쟁이 시작된 지 20년이 흘렀다. 각계각층, 다양한 지역부문에서 새로운 미래를 위해 헌신해 온 우리는 87년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아래와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2.

87년 6월 항쟁은 군부독재의 철권 통치를 분쇄하고 민주민권, 인권과 개성이 존중되는 참신한 민주시대를 열어 젖힌 역사의 서막이었다.

4.19와 반유신, 80년 광주항쟁의 세례를 받은 민주화 세력은 호헌철폐.독재타도, 민중생존권 쟁취의 요구를 걸고 활화산처럼 분출하여 한국사회를 짓누르고 있던 독재와 특권의 철벽에 일대 파열구를 열었다.

87년의 거리에서 우리는 고향과 지역의 차이를 뛰어 넘었고 직업과 신분의 구분이 따로 없었다. 서울과 부산, 광주과 대구의 거리에서 우리는 독재타도의 기치 아래 하나였으며 전국의 도시와 농촌이 민주화의 염원에서 다를 바 없었다. 학생들은 투옥과 고문을 불사하며 거리를 내달렸고 지식인과 종교인은 분연히 일어나 위정자를 질타했으며, 노동자.농민.소상인과 빈민들은 싸우는 대중의 힘과 의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국 방방곡곡, 각계각층을 망라하는 도도한 민주화 대열은 마침내 위수령,계엄령 위협을 짓부수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민주화의 大路를 열었다. 이로부터 친일잔재, 냉전과 수구, 재벌과 군부, 정경유착과 부정비리, 무분별한 개발논리와 가부장제 등 역겨운 냄새를 풍기며 한국사회를 짓눌렀던 모순덩어리가 하나둘씩 청산되기 시작했고 87년 6월 항쟁의 물결은 사회 곳곳에 청신한 바람을 일으키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6월항쟁의 성과를 이어 민주화운동을 계승한 것은 7~9월 노동자투쟁이었다. 국민경제의 실질적인 주역이면서도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온 노동대중은 6월항쟁이 열어 준 정치적 공간을 배경으로 민주노조와 민주적 제권리,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에서 일대 도약을 이루었다. 비록 여전히 또아리를 틀고 있던 공안세력에 의해 굴곡을 겪기는 했지만 7~9월 노동자 투쟁은 이후 민주화운동을 견인하는 위력적인 추동력이 되었다.

87년 6월 항쟁을 계기로 이 땅에는 각계각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중단체, 국민대중의 요구를 수렴하는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출현하여 민주화 대열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87년 8월 전대협 결성을 시작으로 전노협, 전농, 전교조, 전국연합 등이 속속 조직되었고, 이들 대중단체들은 저마다의 영역에서 각계 대중을 조직하여 87년 6월 항쟁이 만들어 낸 정치적 성과를 구체적인 생활공간으로 확장시켰다. 이로부터 학원, 공장, 농촌 등 국민대중이 살아 움직이는 모든 일선 현장에서 진보와 개혁의 흐름이 성장하였고, 민주화운동으로 시작된 운동은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통일운동으로, 사회개혁을 지향하는 진보운동으로 발전하였다.

이와 더불어 87년 6월 항쟁에서 분출된 국민대중, 민중의 다양한 요구를 대변하기 위한 시민운동 또한 크게 발전하였다. 87년 6월 항쟁의 성과를 계승하여 출현한 시민단체들은 환경, 인권, 경제정의, 성평등, 정치개혁, 사회보장, 부패청산, 사법 및 입법 감시, 교육개혁,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제기된 국민대중의 생활상의 요구를 대변하여 운동의 내용을 크게 발전시켰다.

실로 87년 6월 항쟁은 부정과 비리, 독재와 기득권의 아성을 허물고 각계각층의 국민대중이 저마다의 처지에서 인간다운 삶을 향한 도도한 흐름의 발원지, 마르지 않는 젖줄이 되었다.

우리는 87년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지나온 20년을 자랑스럽게 회고하며 이 과정에서 쓰러져간 열사들, 양심수들과 이름없는 거리의 투쟁 현장, 음지의 공간에서 헌신해 온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연대의 인사를 전하며 인간의 존엄이 살아 숨쉬는 진보와 개혁을 향한 우리의 노력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어야 함을 천명한다.

3.

87년 6월항쟁 20주년을 맞으며 우리는 민주화의 성과가 위협받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87년 6월항쟁 20년을 맞는 이 시각 여전히 독재와 수구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날 국정을 농락하고 민중을 탄압했던 자들이 다시금 권좌를 넘보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또한 한미FTA 협상 개시와 체결 과정에서 국민대중의 참여와 의사는 철저히 무시되었으며 집회.시위의 자유가 원천부정되고 반대 광고와 서울 상경까지 원천봉쇄되는 무법적인 상황이 공공연히 자행되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이 이른바 참여정부라 자칭하는 현 정부하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87년 6월 항쟁을 통해 확인된 민주주의가 더욱 확장되고 발전되어야 함을 확신하며 이를 가로막고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어떠한 기도, 어떠한 세력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한다.

2007년, 6월 항쟁 20주년이 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청산적 태도가 커지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민주화의 성과가 국민대중의 다수를 이루는 서민대중, 기층 민중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며 한반도에서 분단과 대결의 잔재를 근원적으로 청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함을 보여준다. 역사가 살아 숨쉬는 실체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87년 6월항쟁의 성과를 사회 전 영역, 한반도를 둘러 싼 국제질서로까지 발전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던 점에도 원인이 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

IMF 이후 본격적으로 밀어 닥친 신자유주의는 노동시장 유연화, 개방농정, 공공영역의 시장화. 개방화라는 미명하에 민중의 삶을 도륙내고 국민대중의 생활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800만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350만 농민은 농산물 개방에 신음하고 있다. 외자와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자영업자들은 극심한 불황에 고통받고 있고, 청년학생들은 입시지옥, 일자리 부족에 시들어 가고 있으며 신용불량자, 자살자,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끝을 알 수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또한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의 논리는 전 국토를 공해와 파괴의 장, 인간과 자연이 더 이상 공존할 수 없는 암흑지대로 몰아가고 있다. 수많은 농지들이 골프장에 잠식되고 대대손손 이어져야 할 천혜의 갯벌과 하천마다에 순간의 탐욕과 이윤을 쫓은 허망한 구조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참여정부는 초기의 균형발전 기치는 수도권 규제완화, 신도시건설, 공장총량제 폐지 속에 어느덧 파묻히고 지방지역의 고사는 이제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으로 몰려가고 있다.

실로 작금의 현실은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향유하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평화와 상생의 세상으로 나가느냐 아니면 극단적인 양극화와 참혹한 환경파괴의 길로 나가느냐를 가름하는 중차대한 기로에 있다.

87년 6월항쟁의 자랑스러운 적자임을 자부하는 우리는 이 모든 현상들이 이윤논리와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천민 자본주의, 정글 자본주의에 있음을 확신하며 모든 이가 공영하는 새사회,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을 호소한다.

87년 6월 항쟁 20주년을 맞으며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하루빨리 실현되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한반도에서의 분단과 대결은 수구냉전세력이 기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군사주의와 제국주의가 발호할 수 있는 토양이 되고 있다. 사회복지와 인간다운 개발에 쓰여야 할 귀중한 재부들이 전쟁무기와 군비경쟁에 소모되고 있으며 화해와 공존의 길에 접어 들어야 할 남과 북, 동북아시아의 제 민족과 나라들이 다시금 위험한 대결과 갈등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전쟁과 대결로 얼룩진 20세기 냉전의 시대는 이미 갔다. 21세기가 된 이 시각, 남과 북이 총칼을 겨눠야 할 이유가 없고 북과 미국, 한국과 일본, 미국과 중국이 상호 공존하지 못할 이유 또한 그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다시금 한반도가 강대국의 이권과 탐욕의 희생물, 총칼이 난무하는 전장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총칼을 보습으로 바꾸는 대담하고 위대한 결단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동북아시아의 공존과 화해의 전기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87년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으며 우리는 민주주의가 다문화를 수용하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관용과 배려의 성숙한 민주주의로 발전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세대, 인종, 문화적 다양성 등이 공존하고 있다. 이분법적인 사고로 미래 사회의 비젼을 제시하기 어렵다. 경계를 넘어 다양성을 조화시키려는 인내와 소통, 연대가 민주주의를 실질화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외국인노동자, 이주가족, 장애인, 소수자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노력할 것이다.

4.

가슴을 열고 지난 날을 돌아 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우리는 6월의 거리에서 최루탄, 군홧발에 굴하지 않고 어깨 걸고 함께 싸웠으며 7,8,9월 뜨거운 폭염을 뚫고 민중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위해 분투했다. 우리는 또한 평화와 통일, 경제민주화와 사법개혁, 성평등과 사회보장, 인권과 환경 등 시대의 새로운 요구를 개척하고 이에 헌신해 왔다. 우리는 참다운 민의의 대변자였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관된 옹호자였으며 불의에 저항하는 거리의 투사였고 시대를 앞서가는 역사의 개척자였다. 이것이 87년 6월 항쟁의 정신이다.

각계각층, 지역부문에서 진보와 개혁, 평화와 상생을 위해 헌신했던 우리들은 87년 6월 항쟁 20주년을 맞으며 다시금 역사가 부르는 길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할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

6월항쟁20년 계승 민간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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