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3-02-28   806

“안티조선은 시민사회 공통의 과제다”

성유보 민언련 이사장 인터뷰

최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대상으로 <조선일보 반대 범 시민사회 활동가 공동 선언문>에 서명 작업을 받고 있다. 이 선언문은 조선일보의 과거사 반성과 사죄 요구, 조선일보에 대한 기고와 인터뷰 거부, 조선일보 절독 및 절독 권유 등의 결의문을 담고 있다.

28일 현재 민언련 게시판에는 500여 명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가 이 선언문에 서명, 높은 열기를 반영했다. 민언련은 선언문의 서명 결과를 가지고 3월 4일 ‘시민단체 활동가 안티조선 선언’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활동가 공동 선언문>이 나온 배경과 목적, 시민단체 차원이 아닌 개인 활동가를 중심으로 선언문 서명이 이뤄지는 배경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26일 오후 민언련 사무실에서 성유보 이사장을 만났다.

인터뷰 내용을 1문 1답식으로 정리했다.

▲사진 최현주 기자

<안티조선 활동가 공동 선언문>이 이 시점에서 추진되는 배경을 설명해 달라.

“지난해 2월 언론개혁에 관심이 많은 ‘시민사회청년활동가모임’에서 안티조선 운동을 다시 한번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민언련을 비롯한 언론운동단체에 ‘안티조선 시민활동가 선언’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 국민경선과 대선 때문에 시기적으로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올해 안티조선 집행부회의를 하다가 지난해 못했던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시기와 관련 좀 더 구체적인 전술상의 고려로, 오는 3월 5일 조선일보 창립 83주년에 맞춰, 3월 4일 기자회견 형식으로 언론과 시민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보자는 것도 있다.”

<공동 선언문>을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다소 시들해진 안티조선의 불씨를 다시 한번 지피는 것이다. 그리고 활동가 개개인들의 높은 열기를 가지고 시민단체 차원의 공식적인 안티조선 표명을 유도해보자는 것도 있다.”

시민단체 차원이 아니라 개인 활동가를 대상으로 선언문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시민단체 차원에서 공식적인 안티조선 표명을 요구하는 것이 지금 같은 조건에서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기본적으로 시민단체는 아직 언론을 개혁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활용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 이 일을 주도적으로 준비한 실무 활동가들은 시민단체가 안티조선에 적극 나서지지 않는 것에 대해 섭섭한 마음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어쨌거나 단체의 주력사업을 떠나 조선일보에 대해서만큼은 시민사회의 공통된 극복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고,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안티조선에 대한 시민단체 공통의 협조를 구하고 싶다.”

시민사회에서 안티조선에 대한 입장과 견해는 구성원간, 단체간에 아직도 많은 편차가 있다. 시민단체가 안티조선을 비롯한 언론개혁 이슈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보는가?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한국의 족벌언론은 민주주의와도, 시민사회의 코드와도 맞지 않는다. 언론은 시민사회의 눈으로 사회와 사물을 바라보아야 하는데, 조선일보는 권력자, 가진자, 강대국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그것을 강변해왔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봉건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자 자기 영역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조선일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다른 시민운동단체들도 대국민 설득력과 개혁 추진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언론운동단체를 제외한 시민운동단체들이 공식적으로 안티조선을 표명하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시민운동이 자신의 활동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언론매체가 필요하다. 그래서 언론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나는 그걸 어느 정도 이해하는 입장이기는 하다.

시민운동진영에는 ‘왜 특정언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가’ 라는 문제의식이 있다. 그러나, 나는 조선일보가 나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게 아니라, 조선일보가 자신과 다른 목소리와 입장을 적으로 간주하는 태도를 갖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이 인식에 접근하지 않는 한 ‘저들은 왜 다른 존재를 부정하는가?’라는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안티조선 문제는 (시민사회 내부에) 다원주의의 한계와 범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안티조선 동참했으면”

시민단체가 안티조선에 있어 현실적으로 민언련과 동일한 수준의 문제의식과 실천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어떤 수준에서 최소한의 공통 실천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최소한 조선일보가 개혁되거나 청산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면 거기와 관계를 끊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야만 조선일보가 바뀌거나 변한다. 물론 조선일보로 상징되는 족벌신문의 시장 지배력, 여론독점력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유혹도 많다. 그러나 그 유혹에서 벗어나 달라, 그 고통과 불이익을 감수해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또한 정부나 국회가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언론시장의 불공정을 시정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도 같이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사진 최현주 기자

민언련이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일대일 접촉을 통해 안티조선의 필요성을 직접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고, 견해차로 안티조선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시민단체들에게 ‘언론의 눈치를 본다’는 딱지를 붙이며 몰아부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런 얘기를 들으니 개인적으로 내가 (그런 노력에 있어)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민언련은 기본적으로 언론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기능을 맡고 있기 때문에, 다른 시민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언론을 타지 못한다. 또 정부가 우리 요구를 전폭 수용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단체 사람들은 언론개혁보다 언론활용에 더 관심이 있다는 느낌도 가진 게 사실이다.

이 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나는 다른 시민단체들이 처한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예를 들어 환경단체가 “환경운동도 바빠 죽겠는데 우리가 어떻게 언론개혁운동까지 동참하겠는가?” 라고 한다면, 각자의 주력분야가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민언련 젊은 활동가들의 타오르는 언론개혁 의지를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안티조선에 대한 비판 중 네거티브하다, 전략 전술 주장이 너무 조야하다는 비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양한 의견의 존재를 부정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역시 네거티브로 상대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사상적인 박정희다.

이론이 조야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그런데 조야하지 않도록 같이 동참해달란 말도 하고 싶다. 학계, 지식인 집단의 백업도 취약하다. 민언련 활동 열심히 해서 매스컴 탈 수 있나? 우리가 조선일보에 대해 갖는 본질적인 문제의식에 동감한다면 힘을 보태 주어야 하지 않는가 싶다.”

신문시장에서 조중동의 지배적인 영향력을 감안해 시민단체가 방송매체 활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사실 독재기간에는 신문보다 방송이 더 권력의 나팔수 역할을 해왔다. 지금은 편파 왜곡이 별로 없다고 하지만, 방송매체가 언론기관인지 오락기관인지 구분이 안 된다. 오락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너무 심하다. 시사 교양물의 비중이 높아지지 않는 한 현재 시스템으로는 시민단체가 방송을 활용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정기적인 언론사 세무조사, 경품제공 제재 등 현재 주어진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신문시장의 불공정을 바로잡는다면, 신문시장의 독점구조가 어느 정도 해소되리라고 보는가?

“우리 요구는 그것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내느냐는 차원이 아니라, 그동안 언론시장과 관련 정부의 직무유기를 시정해달라는 것이다.

그동안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독재체제부터 언론 길들이기 차원에서 접근해 탈세를 묵인, 방조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걸핏하면 시장경제, 세계화를 떠들면서 정작 시장경제의 질서를 해치는 주범이 누구인가? 사실 ‘자전거일보’란 말이 유행하면서 신문사 경품하면 자전거부터 떠올리지만 시중에선 우스개소리로 “신문구독만 잘하면 혼수품 장만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이 무법천지를 방치하면서 노동자, 자영업자, 중소기업인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개혁 의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노 대통령은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언론시장에 대해서도 그 원칙을 적용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런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노무현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 또 국세청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언론사 세무조사나 시장질서과 관련된 정부 인사의 면면도 철저히 지켜보고 감시해야 한다.”

앞으로 구상하는 언론개혁 운동 방향과 계획은?

“민언련은 자체 역량이 약하다. 포괄적인 언론개혁은 연대의 틀에서 진행키로 했지만 그것이 잘 안됐다. 그 네트워크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언론개혁에 대한 인식의 확대를 실천의 단계로 옮겨야 한다.

지난 2월 21일 1차총회가 있었는데, 준비 부족으로 정회하고 3월초에 속회한다. 그 때 향후 언론개혁의 이슈와 우선순위를 정하고, 언론관계단체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참여를 독려하고 확대해 나갈 것이다.”

장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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