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2-10-30   1174

참을 수 없는 국방부의 의문사 은폐 조작

의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 개정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대집회

10월 30일.

의문사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이 한나라당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며 밤을 지샌 지 21일째 되는 날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의문사특별법 개정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대집회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경제특구법안, 주5일 관련 근로기준법안, 공무원조합법안 등 3대악법 철폐를 위해, 29일부터 3박4일 동안 노숙농성에 돌입한 민주노총 조합원 3백여 명이 결합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평소의 3∼4배에 달하는 경찰들이 한나라당사 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18년전 아들을 잃고 지금까지 길거리를 헤맸다. 그러나 한번 죽어간 아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아들을 부르며 가까스로 밝혀낸 진실을 이제 와서 국방부가 또다시 은폐·조작하려 하고 있다.” 허영춘 유가협 의문사 지회장(고 허원근 일병 아버지)은 투쟁사에서 29일 국방부가 자체 조사를 통해 허원근 일병에 대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의 타살 판정을 뒤집고 자살로 발표한 일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허 지회장은 “우리는 죽어간 아들들의 한을 풀기 위해서만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는 이러한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여기서 외치고 있는 것”이라며 조속한 법 개정을 호소했다.

조상만 유가협 회장은 “위원회의 기간 연장과 권한 강화 없이는 우리나라에서 ‘의문사’란 세 글자는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하늘이 두 쪽 나도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하늘이 두 쪽 나도 의문사법부터 개정하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법개정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 군의문사유가족협회 윤옥순 부회장
군의문사유가족협회 윤옥순 부회장의 투쟁사에는 절절함이 묻어났다.”지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지옥이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밝히겠다는 일념으로 이 악물고 살고 있다”는 윤 부회장은 “자식을 돈주고 살 수 있는가. 자식을 기계로 찍어낼 수 있는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라며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윤 부회장은 또한 “보상을 받으려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내가 키우던 개가 죽어도 원인을 모르면 가슴이 아픈데, 최소한 내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라며 한나라당이 다수당의 의무를 다할 것을 요구했다.

예년에 비해 훨씬 추운 올 가을. 21일 동안의 노숙농성으로 몸이 얼어붙은 유가족들이지만 투쟁의지를 밝히는 목소리만큼은 여전히 뜨거웠다. 의문사특별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유가족들의 한나라당사 앞 노숙농성은 계속될 것이고, 이들의 목소리 또한 절대 식지 않을 것이다.

이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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