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2-01-11   1400

신철영 경실련 사무총장과 참여연대 상근자들의 “100분토론”

“혹시 우리는 ‘우리끼리’의 논리와 언어에 익숙한 게 아닐까요?”

1월 10일 오전 11시경 신철영 경실련 사무총장이 참여연대를 찾았다. 참여연대가 외부 인사를 초청, 강연을 듣는 ‘목요광장’에 올해 첫 강사로 신 총장이 초청되었기 때문. <시민운동, 연대, 개혁>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는 참여연대 간사 30여 명이 참여해 시민운동 전반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신 철영 총장은 이 자리에서 ” 합리적 진보와 양심적 보수라는 경실련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전체 시민운동의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많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수습할 수 있는 자체 정화능력과 경실련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까지 경실련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현재 경실련의 회원 서비스나 회원 참여에는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다른 시민 단체들을 벤치마킹해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운동을 이끌어 나갈 생각”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내가 시민운동을 시작한 이유

신 총장은 강연의 첫머리를 자신의 삶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70년대 학생운동, 80년대 노동운동 그리고 90년대 이후 시민운동. 신 총장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면 그는 언제나 ‘운동’과 함께 살아왔다.

신 총장은 지난 93년 경실련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당시 분파투쟁 방식이 민주주의의 원칙을 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에 대한 애정은 컸지만 노동운동 판에 절대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활동을 접었습니다. 그렇게 싸움을 하느니 차라리 따로 하는 게 낫겠다 싶었죠. 서경석 목사의 권유도 있고 당시 경실련에 합류한 민중당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경실련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시민운동을 시작했죠.”

10여년간 시민운동을 해온 신 총장은 다음과 같이 한국 시민운동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었다. 먼저 그는 현재 한국 시민단체들이 너무 과도한 짐을 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에는 정책정당이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순수하고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시민단체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시민운동가들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고 말한다.

“제가 92년 선거를 준비할 때 선거 전략가들이 중학생 수준에 맞추어서 유세를 하라고 조언하더군요. 그렇다면 시민운동가들은 어느 정도 수준에 맞추어 운동을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우리끼리’의 논리와 언어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대중에게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한사람 한사람의 시민운동가를 어떻게 잘 키워내느냐가 시민운동을 잘하느냐의 척도

1시간정도 강연이 끝난 다음 신 총장은 참여연대 상근자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에는 신 총장의 답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상근자들의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지고 부족한 답변에 대해 구체적 답변을 재요구하는 등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음은 참여연대 상근자들과 신 총장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홍일표 조세팀 간사 : 지난 10여 년 동안 경실련은 적지 않은 내홍을 겪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경실련이 큰 틀에서 볼 때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었던 근본적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신 총장: ‘경실련은 맷집이 좋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몇몇 사건들을 보면 제한된 사람만이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그런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토론이 부족했죠. 조직의 문제라기 보다는 개인의 문제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실련에는 조직을 아끼는 사람들과 또 사건을 수습할 수 있는 자체 정화능력이 있었어요.

김박태식 의정감시센터 간사 : 오랫동안 생협 운동을 이끌어 오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생협 운동의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또 생협 운동이 종합적 시민운동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신 총장: 사실 사무총장이 된 후 생협 운동을 자세히 검토해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생협 운동은 중산층 주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요. 원래 협동운동은 가난한 사람들의 운동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중산층 운동이 되었어요. 생협 운동을 가난한 사람들의 운동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현재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연대 회원이 중심이 되고 간사가 이끌어 가는 생협 운동 보다는 생협에 동의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폭넓게 모아가는 운동이 되었으면 해요.

이영란 사법감시센터 간사 : 시민단체의 초창기와 성장기의 리더십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실련은 그동안 여러 차례 사무총장이 교체되었습니다. 신 총장께서는 그 리더십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신 총장 : 시민운동을 해 나가면서 하나 하나의 활동가를 잘 키워내는 것이 시민운동을 잘하는 것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는 그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보면 경실련은 성공한 모델이 아니지요.

양세진 시민사업국장 : 저는 작년에 연대회의에 파견 나가서 일했습니다. 그때 느낀 점은 개별단체가 건실해야 네트워킹도 잘 된다는 것이에요. 경실련의 회원 서비스나 회원 참여도는 어떤지, 또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갈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신 총장: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실련은 현재 회원참여가 부족합니다. 현재 회원 관리 점수는 낮게 주고 있지요. 중앙경실련이 하는 일과 지역 경실련이 하는 일에는 분명 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서울 경실련을 조직한다면 분명히 중앙 경실련이 하는 일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정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시민들이 참여하는 운동을 통해 시민운동의 저변을 확대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우리나라가 건강한 사회로 가는 속도가 빨라지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회원참여 부분은 다른 단체에서 벤치마킹 할 생각도 있습니다.

이지은 사무국 간사 : 경실련의 인물들이 정부 요직에 많이 진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경실련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나요? 그리고 시민운동에 운동가의 정치진출이 도움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신 총장 : 경실련 내부에서도 정당이나 정부에 참여 할 때 지켜야 할 가이드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임원의 경우 자신의 직을 사임해야 정당이나 정부에 참여가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는(정당이나 정부 요직에) 참여해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정부요직 진출자들은 경실련 운동에 손해를 끼친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국가정책을 집행한 경험도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들을 시민운동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용해 볼 생각이에요.

신철영 경실련 사무총장과 참여연대 상근자들의 공식적인 만남은 아쉬움을 남긴 채 100분만에 끝났다. 이날 강연회에 참석한 한 참여연대 상근자는 “신 총장의 말처럼 시민운동 단체가 역할분담을 해가면서 시민운동의 지평을 넓혀 나가기 위해서는 100분 토론이 200분, 300분 토론으로 계속 이어져야한다”면서 시민단체 간의 소통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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