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2-07-19   1326

시민사회운동진영,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요구

한총련 합법적 활동보장을 위한 범사회인대책위, 1000인 선언

“노벨상을 수상한 인권대통령이라 자부하는 현 정권 하에서도 이 사회를 민주와 통일로 이끌고자 노력하는 한총련이 한해 기백 명씩 연행, 구속, 수배되는 기막힌 일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7월 19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 마련된 한총련 합법화를 위한 민주사회단체 지도자 1000인 선언에 자리한 민주노동당 천영세 부대표는 “이런 기자회견을 또 하고 있다”며 개탄스러운 심정을 쏟아냈다.

▲ 김승규 변호사
민변의 김승교 변호사는 △대의원에 선출된 사실만으로 범법자가 되는 것은 법치주의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이라는 점 △한총련의 범위가 모호한 가운데 공안당국의 이적규정은 대학사회 전체를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 △국보법 7조 4항은 자의적 해석에 의한 남용위험이 농후한 위헌적 법률인 점 △한총련의 주장이 북한과 유사하여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공안당국의 입장에 대해 명확한 근거가 없는 가운데 학생들에게 탈퇴를 종용함으로써 내면적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포기하게 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한총련 이적규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당국이 학생들에게 한총련 탈퇴 시 처벌하지 않겠다고 설득하는 것은 사법당국 스스로 한총련 이적규정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법당국의 주장대로라면) 살인 후 반성하면 처벌하지 않겠다고 하는 법률이 가능하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이날 1000인 선언에는 문화계 41명, 학계 89명, 보건의료 61명, 종교계 205명, 법조계 31명, 통일관련 단체 61명, 시민 10명, 여성계 3명, 언론계 43명, 한총련 합법적 활동보장을 위한 범사회인 대책위 158명, 정당 14명, 민중단체 350명 등 각계인사 1,066명이 참여했다.

범사회인대책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8년간 한총련 이적규정과 관련하여 구속된 학생수는 무려 1254명에 이른다. 10기 한총련이 출범한 올해에는 지난 5월말 10기 한총련 김형주 의장이 구속되었으며, 출범식을 주도했던 서울산업대 홍동희 총학생회장이 지난 10일 연행된 후 불구속 수사 중에 있다.

경찰은 8월 3일을 기한으로 한총련에서 탈퇴할 것을 종용하며 최근 10기 한총련 대의원 150여 명에게 출두요구서를 발부했다. 경찰이 지금까지의 강경한 자세를 고수한다면 이후 대량 수배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총련 대의원들은 직접 자기소개피켓을 목에 걸고 시국선언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자기소개피켓을 목에 걸고 있는 한총련 대의원들

김경진 제10기 한총련 대의원·서울산업대 부총학생회장

“범법자 취급 억울하다!”

-7월 10일 출두요구서 받았을 때의 심정은?

=작년 선거시부터 마음먹고 있었던 일이다. 여자 대의원들은 제외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어서 기대를 하기도 했다. 막상 이렇게 되니까 주변에서 나가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솔직히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사회 각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총련 합법화 노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동안은 한총련에 대해 서로 내가 먼저 해결해줘야겠다, 내가 먼저 싸워줘야겠다 라는 분들이 없었는데 요즘은 범사회인대책위도 꾸려지고 김준배 열사와 관련해서 신문에서도 한두 번 나오는 걸 보면서 진짜 합법화 되나보다 이런 마음이 많이 든다. 정말 열심히 투쟁하면 되겠다는 희망이 많이 보이고, 내년부터 이적단체 규정 없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 김경진 서울산업대 부총학생회장
-시민사회의 한총련 합법화 노력 이후 최근 한총련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가.

=문제가 되는 강령은 삭제했고 98년 이후로는 폭력적 투쟁을 자제하고 있다.

청년학생들이 항상 선봉에 서서 옳지 않은 주장을 한 적이 없었다는 정당성과 사회에서 한구석에 몰아넣고 봉쇄하는 것에 맞서 끝까지 투쟁했던 것이 오늘의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힘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의원들 같은 경우 이전에는 학교에서 숨어서만 지냈다면 이제는 더 당당히 사회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개투쟁, 공개농활을 했고 선거도 공개적으로 치러냈다.

-한총련 합법화 노력에 대해 경찰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한총련 이적규정 이후로 최초로 우리 총학생회장(서울산업대 홍동희 총학생회장)이 불구속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출두요구서도 선별적으로 발부된 것으로 알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한총련 합법화가 이루어지기까지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학우들에 의해 선출된 대표로서 학우들의 보다 폭넓은 지지를 받기 위해 믿음을 심어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생활 속에서 함께 투쟁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우들이나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 며칠 시민들 만나서 서명을 받으면서 ‘제가 나쁜 짓 해서 수배 당할 것 같이 생겼어요?’ 이렇게 물었더니 어머님, 아버님들이 ‘아니지. 착하게 생겼네.’라며 서명을 해주셨다. 그만큼 가장 순수하게 투쟁하고 있는 청년이고 한총련이고 대학생들인데 (범법자 취급을 당해서) 억울하다. 사람들에게 한총련이 이적규정이 되어 가장 이로울 사람들이 누군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한총련 이적규정의 부당성을 알려내기 위해 올바른 시각을 가진 학우들과 사회 여러분들과 노력하겠다. 하루빨리 한총련이 합법화되기를 바란다.

-한총련 합법화가 올해 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가?

=그렇다.

한총련 대의원 경찰청 출두 경찰이 막아

이날 시국선언에 참석한 40여 명의 한총련 대의원과 한총련 소속 학생 250여 명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정오로 예정된 경찰청 항의방문 및 대의원 공개 출두를 위해 서대문 경찰청으로 향했다.

▲ 길을 막은 경찰과 학생들이 대치하고 있다

서대문 경찰청의 길목인 5호선 서대문역에는 이미 500여 명의 경찰이 모든 방향의 출입구를 통제하고 학생들이 경찰청으로 접근하는 것을 봉쇄했다.

한총련 학생들은 “무엇이 무서워서 출두하라고 해놓고 출두를 막고 있는가”라고 울부짖으며 경찰과 약 1시간 가량 대치한 후 자진해산 했다.

한총련의 한 관계자는 이날 항의방문을 위해 한총련에서는 지난 15일 공개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서를 경찰청장 앞으로 보냈으며 18일에 경찰청으로부터 면담불가와 개별출두의 답변을 받았다며 “오늘 공개면담을 통해 강령개선, 비폭력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총련의 이적규정 근거가 무엇인지, 대량 구속사태를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때 대표자 면담형태로 이뤄질 조짐을 보이던 경찰청장과의 면담은 결국 무산되었다.

범사회인대책위 강위원 정책국장은 “본청과 서울청, 서대문 경찰청의 의견에 이견이 있는 것 같다. 현재 본청은 면담거부를 고수하고 있고 서울청과 서대문 경찰청이 면담주선을 위해 조율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어차피 지금은 학생들이 구속되더라도 한달 반이면 풀려나는 상황인데 학생들이 모두 출두를 하겠다고 밝히자 오히려 경찰쪽이 당황하고 있다”고 경찰측 분위기를 전했다.

한총련은 현재 한총련 의장 무죄석방을 위한 전국 릴레이 면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8월 8일로 예정된 김형주 의장의 공판일에 맞춰 2차 공개출두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정리집회를 주도한 건국대 나진숙 총학생회장(15기 동총련 의장)은 2차 공개출두투쟁에 앞서 지구별 대의원 다짐대회를 통해 경찰의 출두요구서에 대해 공동대응, 공동투쟁의 결의를 다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채택된 ‘1000인 선언문’ 중 부분 발췌한 내용이다.

공동체를 이룩하고 그 뜻에 따라 자치기구를 세우고 가꾸는 것은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기본 정신을 온 사회에 구현하는 기초로써, 사회 구성원 모두의 보편적 인권이며 모든 공동체가 다같이 누리는 기본적 권리이다.

자주적인 학생자치 기구인 한총련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보편적 인권에 대한 전면 부정이며 민주적 기본권을 향한 거친 탄압이다. 우리는 이러한 탄압이 결국 615남북공동선언에 상처를 내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는 안타깝고 불행한 행동이라는 것을 엄중히 지적한다.

우리는 10기 한총련의장을 연행하고, 한총련 대의원들을 수배, 구속하는 정부의 거친 탄압이 즉각 중단되고, 이적단체 규정이 전면 철회되어 한총련이 합법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인향 사이버 참여연대 자원활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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