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1996-06-04   1314

백원구 증권감독원장 뇌물 수수사건에 관한 성명

재벌 뇌물 비리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백원구 증권감독원장의 수뢰사건에 재벌들이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 에스원 등 삼성그룹 계열 회사와 엘지그룹 계열사인 엘지 정보통신, 한솔 그룹의 한솔텔레컴 등이 기업공개 및 기업인수합병과 관련하여 백원구 증권감독원장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작년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사건과 관련한 30대 재벌 총수들의 자성과 깨끗한 경영의지 선언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 정경유착과 특혜 관련 비리가 터질때마다 일회적인 자정선언으로 국민들의 분노와 불신을 무마해온 재벌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정선언과 결의도 잠시뿐, 올해 들어 잇달아  발생한 공정거래위원회 수뢰사건에 이어 또다시 터진 이번 사건은 재벌들의 도덕불감증, 나아가 뿌리깊은 뇌물관행과 이로 인하여 국가정책이 좌지우지되어온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같이 근본적인 문제는 그동안 재벌들이 정당하고 공정한 경쟁보다는 정권과의 밀월관계로 성장해오는 과정에서 뇌물로 관련 공무원과 고위 권력자를 움직이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해 왔음에도 마치 정당한 관행처럼 묵인되거나 경시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숱한 비리사건에 연루되면서도 재벌과 그 관련자들은 번번히 사법처리를 면해온 사실을 목격하면서 국민들은 재벌이 법위에 있는 존재이며 이나라 수사기관이 제대로 손조차 댈 수 없는 성역이라고 보고 있다.  


 돌이켜 보면 5, 6공 비자금 사건은 물론이고, 원전 뇌물 비리 사건, 이홍구 전 노동부장관 수뢰사건 등 수많은 재벌들의 뇌물 수수 행위에 대해서 검찰은 한번도 제대로 처벌한 적이 없다. 아예 기소조차 하지 않거나 벌금형, 기껏해야 불구속기소로 끝났다. 지난 3, 4월의  공정거래위원회 수뢰사건에서도 검찰은 뇌물을 공여한 조선맥주와 한솔제지 측에는 각각 징역 1년과 벌금 백만원을 구형했을 뿐이다. 공무원을 뇌물로 현혹하여 공정거래질서를 어지럽히고 자신의 사복을 채우려 한 재벌에게 겨우 1백만원의 벌금을 구형하는 것이 재벌 앞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이나라 검찰의 현실인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같은 행정관청이면서도 다른 행정관청을 감독하는 기관의 책임자가 재벌의 뇌물 공세 앞에 무릎을 꿇은 사건임에 주목해야 한다. 국가기관끼리의 견제와 균형기능마저도 마비되고 있는 것이다. 뇌물을 수수한 공무원을 엄벌해야 함은 물론 공무원을 유혹하여 뇌물을 준 자도 엄중하게 처벌되어야 한다. 오늘날 거의 예외없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재벌의 로비공세 앞에 대부분의 국가기관과 공무원들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제 국민 앞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하면서 재벌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손끝하나 대지 못하는 검찰의 무기력증이 이번 사건에서도 또다시 재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결판이 날 것인지, 이번 만큼은 재벌들의 뇌물 비리를 엄정하게 처벌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검찰은 상기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재벌들의 뼈아픈 자성과 검찰의 책임있는 법 집행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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