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6-08-31   2088

박원순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막사이사이상 수상

오늘 8월 31일 참여연대 전 사무처장이자 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님이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막사이사이상은 1957년 비행기 사고로 숨진 라몬 막사이사이 전 필리핀 대통령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박변호사님은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의 활동으로 공공봉사 부문 수상자로 뽑혔습니다.

문자 그대로 자신을 돌보지 않고 헌신한 박원순 변호사님 덕분에 지금의 참여연대가 있다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습니다. 참여연대는 박원순 변호사님의 그동안 노고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참여연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리며, 진심어린 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

막사이사이상 외에도 박원순 변호사님은 지난 8월 12일 만해상도 수상하였는데, 이 모든 상금을 위 단체의 활동가를 위해 쾌척하셨으며, 참여연대에도 2천만원을 상근 활동가 복지 기금으로 쾌척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또 감사드립니다.

아래는 수상 소감문입니다.

막사이사이상 수상 소감문

오늘 이 자리에 선 저는 참으로 기쁘기만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부끄럽고 미안하기도 한 자리입니다. 그것은 저와 함께 이 자리에 있어야 할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제나 일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사실 이번 수상의 이유로 내세운 그 모든 것들이 저 혼자서 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 온 결과입니다. 공동체를 걱정하는 지식인들의 자발적인 협력이 있었고, 사회변화를 꿈꾸는 젊은 스태프들의 열정이 있었으며, 기꺼이 회원이 되고 회비를 내어준 일반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이야말로 오늘 이 자리에 함께 있어야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바로 사회를 바꾸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지식과 지혜, 돈과 시간, 재능을 기부한 사람들입니다. 이 분들과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밤 이 자리에 선 저는 참으로 날아갈 듯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무겁고 힘든 미래를 예감합니다. 그것은 제가 이룬 것 보다는 앞으로 이루어야 할 것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필리핀과 마찬가지로 군사독재의 시련을 딛고 민주화와 인간화의 길을 걸어오는 과정에서 저 자신과 저가 일했던 참여연대(People’s Solidarity for Participatory Democracy)와 아름다운재단(Beautiful Foundation)은 적지 않은 역할을 해 냈습니다.

참여연대는 다양한 캠페인과 집중적인 전략을 통하여 투명성과 책임성 (Transparency & Accountability) 강화, 행정기관에서의 반부패와 정부 효율성 증대, 재벌기업의 투명한 경영과 소수주주권(minority shareholders’ rights) 보호, 시민의 인권과 권익의 보장, 부패 정치인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이루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을 통하여 1%모금운동, 재활용가게(Thrift store)로서의 아름다운가게 운동을 벌여 나눔과 자선이 돌이킬 수 없는 국민 문화로 자리 잡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외쳐왔습니다.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이 캐치프레이즈로 평범한 시민들을 정치와 경제, 사회의 주요 쟁점에 참여시키고 그 역할을 고조시켜 왔습니다. 권위주의와 공공영역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척박한 땅에서 참여민주주의의 자그마한 꽃을 피워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 결과는 저와 한국사회가 걸어가야 할 머나먼 길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보다 더 깊은 민주주의, 더 높은 인간적 삶, 보다 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사회 시스템을 향한 저의 꿈들은 아직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막사이사이상 수상소식을 들으며 제가 부끄러웠고 또한 무거운 부담감을 느꼈던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한국사회는 아직 충분히 민주화되지 않았으며 우리의 공동체는 아직 분열과 갈등, 심각한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제3세계 가난한 농민과 형제들을 돕기 위한 대안무역운동도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한국이 이미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된 이상 그에 대한 세계적 책임도 져야 합니다. 특히 전환기적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사회, NGO의 책임과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정당과 관료, 종교와 언론의 역할 못지않게 해야 할 일이 엄중하고도 산적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아직도 나아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이 막사이사이상의 수상으로 이 길을 더욱 열심히 달려가라는 채찍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막사이사이상재단의 의장, 이사님들, 참석한 명사 여러분들에게 이 상의 수여와 축복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만해상 수상 소감문

저는 알지 못합니다. 만해가 어떤 상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 참혹하고 어두운 시대에, 총독부를 보지 않기 위해 북향을 고집하던 그 차가운 시절에, 그가 누구로부터 상을 받았을 성싶지는 않습니다. 뭔가 제대로 일을 한 사람이 그 당대에 상을 받았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주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은 동시대인으로부터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은 법입니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기쁜 소식일 수 없는 까닭입니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과분한 일입니다. 염치와 자격이 없는 일입니다. 과거 이 상을 받았던 사람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분들의 명단을 보는 순간 제가 설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상을 받고 여기저기 언론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사람들이 저는 늘 못마땅했습니다. 사실 저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심약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일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또 한 번 이런 일을 당해야 하니 참 곤욕입니다.

고역입니다. 이런 상을 주신다는 것은, 이런 상을 받는다는 것은. 아직은 많이 뛰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마음껏 일하고 싶습니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은 세상입니다. 바꾸어야 할 일들이, 바꾸고 싶은 일들이 너무도 많아 그 현장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상을 받는다는 것은 지나온 과거에 대한 평가입니다. 그러나 아직 저는 과거에 대한 평가를 받을 입장이 못 됩니다. 왜냐하면 지나온 과거보다는 앞으로 달려가야 할 미래가 더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고 엄중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만해를 사모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가 보여준 단호한 실천의 행동, 꺾이지 않은 의지, 깊은 사색과 고뇌, 끝없는 개혁의 행진, 사람들과의 포용과 협동, 그 부드러운 시심, 자신의 조국과 종교에 대한 사랑과 헌신, 그 모두가 닮고 싶은 것뿐이니까요. 그의 이름을 단 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를 너무 사모하는 입장에서 참 가당하지 않은 일입니다. 그의 위대함을 잘 아는 사람에게 참으로 부끄럽기만 한 일입니다.

그러나 참 의지가 약한 저는 또 어찌할 수 없습니다. 이 상을 추천하고 준비해주신 분들에게 그것을 거부할 만한 강한 의지가 없습니다. 미리 알려주셨다면 사전에 간곡히 말씀드렸을 것을. 그래도 지금은 좋습니다. 상금을 조금 주신다니까요. 언제나 돈독이 올라 있었습니다. 그 돈으로 제가 언제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착취해온 우리 간사들과 연구원들을 위해 거나하게 한잔 사려 합니다. 그리고 이 상의 무게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앞을 향해 달음질쳐 가겠습니다. 아직은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저만치 있을 산마루를 향해 말입니다.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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