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8-09-24   1566

촛불승리 완성을 위한 각계인사 51인 성명

촛불승리 완성을 위한 각계인사 51인 성명


민주, 민생, 평화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갑시다


국민 여러분, 얼마나 힘드십니까. 얼마나 답답하고 심란하십니까.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우리는 경제를 살리고 국민들을 잘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시켰습니다. 그런데도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극소수를 빼고는 말할 수 없이 어려워졌습니다.


물론 이것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책임만은 아닙니다. 국제적인 여건이 엄청나게 악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식시장뿐 아니라 서민생활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름을 그토록 모르고 황당한 성장 목표를 내걸었던 데다, 아직껏 물량적 성장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소수의 기득권층, 많이 가진자들을 위한 구시대적 토건사업과 전방위적인 공공성 폐기를 통해 7.4.7 목표를 달성해보려고 허둥대는 정권을 보면서 국민은 절망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한 채 지난날 독재정권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되돌아가려는 태도가 문제입니다. 지난여름 이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시위는 이런 그릇된 자세를 바로잡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뼈저리게 반성’했노라고 국민 앞에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촛불시위가 뜸해지는 순간 정부는 다시 기고만장하여 시위관련자에 대한 구속과 수배는 물론, 심지어 촛불시위에 참가한 유모차 어머니들에 대한 불법적 협박과 수사, 시민사회단체 후원자들에 대한 목조르기수사 등 신공안정국이라 불러 마땅한 탄압을 일삼고 있습니다.


또 종교의 차이 등을 이유로 한 국민들에 대한 편가르기, 국민 대다수의 피해를 도외시하고 일부 특권층만을 위한 정책 등이 추진되고 공영방송을 초법적으로 장악하는 등 지난 20여년의 민주화 성과마저 청산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우리는 당연히 이런 후진화 정책과 역주행 시도에 맞서야 하지만 집권세력의 폭주 기술이나 동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촛불정국에서 확인된 국민역량을 불신하고 패배감에 젖는 일은 더욱이나 없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 서명자 중 32인은 지난 7월 1일의 성명을 통해 국민의 촛불이 이미 승리했음을 주장하면서 국민승리를 선포하는 축제를 벌이자고 제안했습니다. 다행히 많은 시민들이 호응하여 7월 5일의 집회는 6월 10일에 버금가는 대단한 행사가 되었습니다.


시위군중의 핵심적인 요구들이 수용되지 않았는데도 승리를 선언한 것은 이들 요구가 곧 관철되리라고 믿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대통령이야 변하든 말든 한국사회와 국민이 그동안 엄청나게 변화하고 성숙했음을 우리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 이였습니다.


장기간 지속된 축제와 시위를 통해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에 전례가 없는 선진화된 모습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단기적인 결과와 무관하게 승리했다고 본 것입니다. 6, 10대회와 7, 5대회 이후 귀가한 시민들의 압도적인 다수는 이 승리의 체험을 가슴에 담고 일상적인 삶의 터전으로, 또는 개별적인 투쟁의 현장으로 옮겨가지 않았습니까. 이명박 정부에 의해 ‘진압’된 촛불은 그들만이 자화자찬하는 극히 일부 현상일 뿐, 촛불은 지금도 수많은 국민의 마음속에 타오르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촛불의 승리는 불완전한 승리입니다. 당장 우리 주변에 많은 수감자와 수배자가 나왔고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등 가슴 아픈 사태가 너무나 많습니다. 정권의 공안탄압과 각 분야에서의 일방통행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도 아직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우리는 성공과 실패, 승리와 패배를 낡은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이 무엇을 해주느냐를 쳐다보기보다 국민이 무엇을 이룩했고 앞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에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정부가 촛불승리를 무시하고 훼손하려 한다고 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한다는 활동가와 지식인들마저 촛불시위를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진 일과성 사건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촛불의 승리가 뜻깊은 것은 그것이 정부나 수구적 보수언론의 행태에 대한 단죄일 뿐 아니라 진보개혁세력과 운동권의 낡은 언어, 낡은 방식에 대한 거부이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촛불시위는 또한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뽑은 국민들의 참회를 담은 행동이기도 했습니다. 투표장에서 누구를 찍었건 대한민국의 헌정질서 속에서 사는 시민들은 누구나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지난여름의 촛불정국에서 ‘이명박 퇴진’이 수사적인 구호로 등장했을지언정 퇴진을 위한 실력행사에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은 것도 아직은 그러한 ‘국민적 업보’가 다하지 않았음을 직감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 스스로의 자기반성도 아직은 미진한 면이 있습니다. 특정 개인을 잘못 뽑았다는 후회를 넘어, 경제만 살려준다면 다른 건 생각할 것 없다는 사고방식을 청산하기 전에는 경제도 결코 살릴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촛불승리의 참뜻은 성숙한 국민역량의 확인임과 동시에 국민들 자신의 지속적인 자기반성과 성장의 과정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미완의 승리이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는 지난여름의 촛불시위에서 미처 돌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사안들에 대한 성찰로 나아가야 합니다. 촛불마당에 아예 못 오거나 오기를 꺼렸던 비정규직 노동자와 해고자들, 안전한 쇠고기는커녕 옥수수죽도 제대로 못 먹는 북한 주민들과 특히 영양실조에 걸린 동포 어린이들, 이런 이들도 배려하고 공감하는 촛불을 다음에는 들어야겠습니다.


쇠고기협상뿐 아니라 한미FTA의 졸속체결과 조기비준 시도 자체가 반민주적이고 반민생적이며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협하는 일련의 행태에 직결된다는 종합적 인식도 갖추어야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성장한 국민의 역량을 담아낼 현실정치적 대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것은 제도권 정치에 모든 것을 의존하지 않되 기존의 정당들이 지닌 잠재력과 현실적 가치를 경시하지 않는 슬기로운 방식이라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 자신이 처한 곳에서의 공부와 실천이 중요하지만, 아울러 함께 생각하고 행동할 길을 찾는 폭넓은 연대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하여 시민들에게 열려 있고 각 사회단체가 폭넓게 참여하는 조직화된 협의기구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촛불의 승리가 그 자발성과 창의성, 다양성과 유쾌함에 있음을 기억하면서, 우리 스스로가 너무 비장해지고 경직되어 단기적인 싸움에 전부를 거는 것은 촛불승리 완성의 바른길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의 대응도 촛불처럼 넉넉하고 다양하고 유연해야 하며, 이명박 정권의 역주행 시도의 서툴고 철없음을 조롱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의 승리를 끝까지 부정한다면 그는 6월항쟁 당시 국민에게 항복하는 모양새를 갖춤으로써 대선승리를 챙긴 노태우 후보의 수준에도 멀리 못 미치는 정치인임을 스스로 보여줄 따름인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답답하고 괴롭더라도 이미 절반 이상 승리했다는 자신감을 갖고 승리의 완성을 위해 나아갑시다. 우리 마음속의 촛불을 끄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며 그때그때 필요한 현장에 촛불을 들고 나가기를 마다하지 맙시다. 다양한 현장에서 연대의 정신으로 각자가 노력하고 서로에게 힘을 보탬으로써, 진정 우리가 바라고 지키고자 하는 민주. 민생. 평화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갑시다.


2008년 9월 24일


서명인 일동


김광준(성공회 교무원장), 김병상(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상근(목사), 김성훈(전 경실련 상임대표), 김숙임(평화박물관 사무총장), 김영래 (시민운동정보센터 소장), 김정각(미륭사 주지), 김현(원불교 광주전남교구장),남윤인순(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도법(생명평화결사 순례단장), 도정일(경희대 명예교수), 명진(봉은사 주지), 박영숙(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진도(충남대 교수),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백승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수경(화계사 주지), 안정선(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양길승(녹색병원 원장), 염무웅(영남대 명예교수, 문화평론가), 오재식(아시아교육원 원장), 원경선(평화원공동체원장), 유경재(목사), 윤준하(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명남(당진장로교회목사), 이상희(서울대 명예교수), 이석태(변호사), 이선종(원불교 서울교구장), 이학영(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임재경(원로언론인), 임종대(참여연대 공동대표), 정강자(전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정동익(동아투위 위원장), 정성헌(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상임이사), 정현백(성균관대 교수), 정희성(시인), 조화순(목사),  청화(조계종 교육원장), 최병모(변호사), 최열(환경재단 대표), 최영도(변호사), 최원식(작가, 인하대 교수), 한승헌(변호사), 현기영(소설가), 임종철(평화와통일을만드는사람들 공동대표), 정상모(언론주권국민캠페인 고문), 김승국(평화활동가), 송학선(과천 환경운동연합 대표), 배기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고문), 전동균(전 건강실현을위한치과의사회 대표)   (현재 5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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