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5-12-08   847

인혁당재건위 사건 관련 성명서

인혁당재건위 사건에 대하여 법원은 당장 재심하고, 가해자들은 국민과 피해자들에게 즉각 사죄하고 참회하라!

1974년 4월 25일, 당시 신직수 중앙정보부(이하 중정) 부장은 ″민청학련은 공산계 불법단체인 인혁당 조직(인혁당 재건위)의 조종을 받아 국가변란을 획책했다”고 발표하면서, 이해찬 국무총리, 유인태 국회의원 등 민청학련 연루자 253명을 구속하고, 인혁당 재건위 관련자 23명 중 8명을 사형하였다.

당시 중앙정보부 등 수사기관은 “민청학련이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의 배후조종을 받아 그 배후에 공산세력이 있다”고 발표했다.

2002년 9월 12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조직결정의 기본 증거인 강령, 규약, 조직문서, 감청기록 등도 전혀 없이 라디오, 서적, 학생 선언문따위로 지하당의 존재를 완전 조작하는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고문과 진술조작, 공판조작 등의 방법으로 철저히 조작됐다는 사실을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밝혔다.

2005년 12월 7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국정원 진실위, 위원장 오충일)는 “인혁당 재건위는 서클 형태의 모임에 지나지 않았고, 인혁당이라는 명칭도 여러 명칭 중 하나로 언급됐을 뿐이었고,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인 여정남은 민청학련사건으로 구속된 몇몇 학생들과 몇 차례 교류는 했지만, 그 이외의 사실은 없었고, 관련자들이 서울, 대구 등지에서 몇 차례 만났을 뿐”이고, “1964년 인혁당 사건의 배후에 있었다던 공산세력도 중정의 특수임무를 받아 북파된 인물이었다”라고 발표했다.

또한 “1975년 4월 9일 인혁당 재건위 관련자 김용원, 도예종, 서도원, 송상진, 여정남, 우홍선, 이수병, 하재완 8명의 사형집행이 대법원 사형 확정판결 18시간만에 이뤄진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유신반대 시위가 격화되던 시기에 짜맞추기식으로 수사가 진행됐고, 물고문ㆍ전기고문ㆍ구타 등 인간으로서 차마 감당할 수 없는 각종 고문을 통해 조작되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세계법률가들이 ‘사법 치욕의 날’이라고 명명하며 항의하였던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오명은 한꺼풀 벗겨진듯하고, 언론에서는 사건 관련 피해자들의 배보상 등 명예회복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는 국정원 진실위의 발표에 대해 고문과 진술조작, 공판조작의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였던 참고인들의 조사거부와 증거자료의 부족 등으로 인한 어려운 여건에도 이나마 사실을 밝힌 것에 대하여 그 노고를 치하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국가범죄가 자행되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역사적 진실은 잠시 숨기거나, 왜곡시킬 수는 있었을지언정 반드시 밝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12월 8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인혁당 사건에 대한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위의 발표와 관련, “한마디로 가치가 없는 것이며 근거없는 모함”이라고 하며, 구체적 증거도 없는 것을 과장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국정원 진실위의 발표가 고문과 진술조작, 공판조작 등 가혹행위를 지시하고 참여하였던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와 발표,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책임, 가해자들의 반성 등에 대한 언급이 없기에, 여전히 독재자의 딸로서 ‘모함’이라는 후안무치한 망언을 서슴없이 내뱉으며, 피해자들과 국민을 우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마당에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위로나 명예회복은 온전하게 이루어질 수 없으며, 철저한 진실규명이 있을 때만이 진정한 화해로 나갈 수 있다.

국가의 범죄사실이 밝혀진 것은 큰 의미가 있지만, 진실이 밝혀졌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30년 전 사형당한 여덟 사람이 살아서 돌아올 수도 없고, 한평생 남편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린 아내와 가족들의 고통을 치유할 수도 없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재심의 결정을 3년 째 미루고 있는 법원 등은 국가범죄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하여야 한다. 국가범죄를 옹호 방조한 사법살인의 당사자인 대법원에서는 하루 빨리 무죄확정판결을 하여 희생자들을 위로하여야 할 것이며, 가해자들은 참회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목숨을 걸고 항일독립운동을 한 애국자들은 아직도 외면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친일민족반역자들은 오히려 대를 이어 사회특권층으로 권력을 휘두르며, 국민을 무시하고 군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부정의가 정의를 심판하고, 매국이 애국을 단죄하는 물구나무 선 역사는 이제 끝내야 한다.

개인의 입신양명과 출세를 바라지 않고, 나라의 독립과 통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생명과 모든 것을 다 받친 이들을 외면한다면 자유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없을 것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정통성이 살아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민주주의가 국가의 정체성이 아니라, 반민주ㆍ반통일ㆍ국민우매화 정책이 국가의 정체성이던 군사독재시절 국가폭력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자 진행되고 있는 국정원 진실위, 국방부 진실위, 경찰청 진실위의 성과 있는 활동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또한 12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는 우리 사회의 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우는 지렛대 역할을 하여야 한다.

과거 군사독재시절의 어두운 국가범죄를 밝히는 위원회 활동에 정당의 당리당략이 개입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가해자들의 방해에 놀아나서도 안 될 것이며, 오직 우리 사회의 자유ㆍ민주ㆍ정의ㆍ평등ㆍ인권의 가치가 소중하고 숭고한 역사의 창조적 전통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할 때 국민들은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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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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