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5-12-14   694

배아 줄기세포 연구 논란에 대한 올바른 언론보도를 촉구한다

모든 국민은 제대로 된 언론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황우석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논란이 우여곡절 끝에 서울대의 자체검증 결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그 동안 온 나라와 전 세계 과학계를 혼란에 빠뜨렸던 논란이기에 늦은 감이 있지만 엄정한 조사, 철저한 검증으로 더 이상의 갈등 없이 하루 빨리 모든 의혹이 해소되길 바란다.

우리 언론ㆍ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과학계와 언론계가 큰 상처를 입었지만, 최대 피해자는 결국 국민들이었다고 판단한다. 모든 언론과 매체들이 앞을 다투어 보도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은 대단히 부족했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았으며, 국민들은 하루하루 반전을 거듭하는 보도 내용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왜 이같은 일이 벌어졌는가? 우리는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언론들이 사태의 본질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쟁점을 낱낱이 분석해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에 우리는 그간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고, 향후 언론이 올바른 역할 수행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사태의 본질에 대해 직접 나서서 정면으로 파헤치기 보다는, 근거가 부족한 일방의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데 급급했다는 점이다. 최근 황우석 교수와 관련된 보도에서 언론은 말 그대로 기사를 쏟아 부었다. 한 쪽의 주장만을 최소한의 검증과정도 없이 전달하고, 심지어 시중에 떠도는 악성루머마저 버젓이 기사로 둔갑시키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최초의 제보자를 배신자로 단정, 신원을 공개하려 하고, 취재진의 의도를 정치적 음모로 몰아가는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방관자적 입장에서 경마 중계하듯 여론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쏟아내기 바빴다. 이런 일방적 보도, ‘카더라’식 보도의 홍수 속에서 사안의 초점은 매우 흐려졌고, 국민들이 제대로 된 언론보도의 도움을 받아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둘째, 대부분의 언론은 과학은 과학자들만이 검증할 수 있고, 따라서 언론영역 밖이라는 논리로 PD수첩의 문제제기를 마치 자격이 없는 집단에 의한 것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문제제기의 정당성은 그 근거가 타당한가, 아닌가로 가려지는 것이다. 물론 언론은 대부분의 경우 정보의 획득과 문제 제기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것이 언론 비판의 치외법권이 존재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매우 신중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금기시 할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보도에 있어서 언론은 PD수첩의 문제제기가 무엇에 근거하는가에 집중했어야 했다. PD수첩의 문제제기는 과연 ‘합리적 의심’에서 출발한 것이냐를 중심에 놓고 취재하고 보도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대다수 언론은 ‘성역 없는 비판’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오히려 누구도 다가갈 수 없는 ‘신성 불가침의 영역’을 만들고 지켜내는데 적극 기여함으로써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셋째, 취재윤리 위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안의 본질을 덮고 가려는 비겁한 행태를 보여주었다. 물론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어떠한 이유로도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으며 엎드려 국민에게 사죄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해서 진실을 덮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언론은 이 문제의 확대를 통해 본질을 덮으려 했다. 스스로 진실에 다가서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구실로 삼았다. 더 나아가 PD저널리즘에 대한 엉뚱한 문제제기가 시작되고, PD의 취재물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로까지 발전했다. 우리는 이 부분에 있어 몇 몇 보수신문이 그 흐름을 주도했다는 데 주목한다. 이것은 분명 오도된 여론과 편 가르기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불순한 의도는 이번 논란을 일방적인 ‘MBC때리기’의 기회로 활용하는 보도태도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번 일을 겪으며 우리는 이 땅의 언론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가, 우리 언론의 자화상은 왜 이토록 일그러졌나 하는 크나큰 실망과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연구 윤리, 취재 윤리가 새삼 문제시 되는 상황 속에서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엄격하고 진중해야 할 언론이 온 국민을 상대로 저지르고 있는 무책임과 경박함이 이 이토록 심각한 것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이같은 일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모든 언론과 언론인들에게 간곡히 호소하고 촉구한다. 지금부터라도 황우석 박사의 연구 논란에 대해 올바르게 보도하라. 어떤 것이 올바른 보도인가에 대해서는 언론 종사자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적어도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의 행태가 더는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슬기로운 극복을 온 국민과 더불어 간절히 염원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 우리 언론들이 꼭 제 몫의 역할을 다해 주길 기대한다. 우리로서는 과학계의 발전 못지않게 이를 견인하고 후원하는 언론계의 발전을 함께 기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이 우리 사회 모두를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언론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새로운 다짐, 그리고 실천을 거듭 촉구한다.

2005. 12. 14

건강권 실천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녹색연합,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언론개혁기독교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정보학회, 여성단체연합회, 여성민우회, 인도주의실천을 위한 의사회, 전국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 참의료실천 청년한의사회, 한국기술인연합회, 한국프로듀서연합회 (이상17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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