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3-02-11   547

이상희 의원의 ‘인간복제금지및줄기세포연구법률안’ 에 반대한다

인간복제금지 조항만을 담은 껍데기 법안은 오히려 생명윤리를 위태롭게 할 뿐이다

1. 복제인간 출생 논란으로 전세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31일 한나라당 이상희 의원 외 25명은 ‘인간복제금지및줄기세포연구등에관한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생명윤리법 공동캠페인단은 이 법안에 대해서 반대한다. 이 법안은 ‘인간복제금지법안’이 아니라 ‘줄기세포연구법’이기 때문이다.

2. 이 법안은 인간개체복제 금지와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설치를 명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내용은 윤리적 논란에 휩싸여 있는 배아줄기세포연구를 정당화하고 합법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생명윤리법에 대한 논의 속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왔던 인간배아 보호, 유전자검사 및 유전자정보 이용 규제, 유전자치료 규제 등의 주요 내용이 빠져 있다. 이 법안은 이번 복제인간 출생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촉발된 생명윤리논의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기보다는 생명과학연구를 활성화하려는 것으로 국민들의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3. 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이 과연 생명윤리법 제정에 관한 현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작년 말 클로나이드사의 인간복제 사건 당시 법 제정이 시급하다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인간개체복제 금지를 주로 하는 법률을 우선적으로 입법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안은 가장 논쟁적인 쟁점인 ‘인간배아복제 연구의 허용범위’를 포함하고 있다. 지금까지 생명윤리법이 입법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인간배아복제 허용 여부’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인간개체복제금지를 위한 법 제정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인간배아복제를 포함한 줄기세포연구 분야는 제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4. 게다가 이 법안은 생명윤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것인데, 배아복제나 냉동잔여배아의 줄기세포연구에 대해서 다루면서 인간배아의 보호에 대한 조항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황당할 따름이다. 생명윤리의 논쟁의 핵심은 ‘인간배아’의 도덕적 지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에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아무런 판단과 입장도 없는 상태에서 복제된 배아나 냉동잔여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연구의 허용 범위를 다룬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줄기세포연구를 강행하기 위해서 만든 법안이 아니고서는, 이 법안을 생명윤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5. 또한 이 법안은 지난 3년 동안 고심하고 협의해온 생명윤리법 논의과정을 무시한 것이다. 이 성명서에서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정부, 과학기술계, 의학계, 종교계, 여성계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토론하여, 어렵게 의견을 모아냈다. 그것은 인간개체복제 금지를 포함한, 인간배아 보호, 유전자검사 규제 및 유전정보 보호, 유전자치료 규제 쟁점을 포괄적으로 담아내는 ‘통합적인 생명윤리법의 제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은 그간의 논의를 무시한 대단히 퇴행적인 것이며, 이런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국민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할 국회의원들의 소임과도 벗어나는 것이다.

6. 국회는 그동안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여 논의하고 합의해낸 ‘통합적인 생명윤리법’ 제정 요구에 귀기울여야 한다. 이미 작년에 복지부가 부족하나마 통합적인 내용을 담은 생명윤리법을 입법예고한 바 있으나 과기부의 반발로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선례가 있다. 현재 김홍신 의원 등의 발의로 국민의 요구와 어느정도 근접한 통합적인 생명윤리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되어 있다. 국회는 국민들의 의견과 동떨어진 ‘인간복제금지및줄기세포연구등에관한법안’ 상정을 즉시 철회하고, ‘통합적인 생명윤리법’ 제정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2003. 1. 6

조속한 생명윤리기본법 제정 공동캠페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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