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부르는 약,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생산원가 845원의 약, 제약업체는 25,005원 요구.

백혈병. (왠지는 모르지만) 일반인에게는 멜로 드라마에서 비련의 여자 주인공이 잘 걸리는 병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병은 발병하면 최대 3∼5년안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두려운 병이다. 그 백혈병 환자들이 병실 밖으로 나섰다. 자신들의 병이 한스러워서 누군가에게 호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만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다.

글리벡, 1년 전에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신종 백혈병 치료제다. 그동안 백혈병의 유일한 치료방법은 골수 이식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고 기증자도 찾기 힘들었다. 또한 인터페론 치료가 있지만, 이 또한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줄 뿐이며 투약이 엄청나게 고통스럽다. 이에 비해서 글리벡은 안전성이나 치료 효과성 면에서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엄청난 가격이었다. 이 약의 독점 생산자인 노바티스사이 주장하는 글리벡 약가를 받아들인다면 한달에 300만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험적용이 된다고 해도 환자들은 매달 최소 90만원 가량의 지불해야 한다. 치료할 약은 있지만, 너무나 비싸 치료할 수 없다는 것. 백혈병 환자들을 절망케 하는 이유이며, 그들을 병실 밖으로 불러내온 이유기도 하다.

백혈병 환자들을 절망케 하는 글리벡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모인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들의 공동대책위는 8일, 긴급토론회를 가졌다.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열린, <글리벡, 생명의 약인가 이윤을 위한 약인가?> 토론회에서는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글리벡 문제의 세가지 쟁점을 제기하였다.

약값이 너무 비싸다

발표자로 나온 민중의료연합의 정혜주씨는 글리벡의 생산원가를 따져보면 소비자가로 845원인데 노바티스사가 요구하고 있는 25,005원에 비교하면 30배나 비싸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노바티스사가 30배나 비싼 가격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할까? 정혜주씨는 두가지 측면에서 비판하였다.

첫째, 노바티스사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공공의 노력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노바티스사는 연구개발비 및 그에 대한 보상으로 특허권을 가지면서, 이를 이용해 비싼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글리벡의 연구개발에는 엄청난 (미국의) 공공자금이 들어갔으며, 연구개발을 포기하려는 노바티스사와 엄격한 승인으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를 설득시킨 것은 미국의 백혈병 환자였다. 한마디로 노바티스사만의 자금 투여와 노력이 있었던 것이 아닌데, 왜 모든 권리는 노바티스사가 가지고 횡포를 부리냐는 것이다.

▲ 8일, 참여연대 2층 강당에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리벡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갖고 있다.

둘째, 각국 의료소비자의 경제·사회적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노바티스사는 ‘전세계 단일 약가’를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서 미국, 영국, 프랑스와 같이 경제적 능력이 높은 G7 선진국과 동일한 약가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가 살 수 없는 약은 더 이상 약이 아니라는 명백한 진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험적용, 만성기환자 제외할 수 없다

두 번째 쟁점은 글리벡의 건강보험 적용범위가 너무 좁다는 것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강병수씨는 모든 백혈병 환자에게 글리벡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백혈병 환자는 보통 만성기→가속기→급성기, 3단계로 나누는데, 정부는 현재는 가속기와 급성기 환자에게만 보험적용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서 만성기 환자들은 약값이 낮아지더라도 글리벡을 이용하여 치료를 받을 경우, 매월 약값으로만 200여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본인부담금, 너무 높다!

세 번째 쟁점은 글리벡으로 치료받고 있는 백혈병 환자가 보험적용을 받더라도, 환자가 직접 지불하는 본임부담금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우석균씨는 국내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너무나 형편없다는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문제점을 환기시키면서, 글리벡의 경우도 직접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너무 커서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권리를 박탁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최소한 현재 소아암 등에 적용되는 20% 이하의 본임 분담률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이상과 같은 글리벡 문제의 해결하기 위해서 크게 2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하나는 글리벡에 대한 강제실시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제실시권이란 특허권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공익적인 목적 등으로 다른 사람들이 특허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런 권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노바티스사가 특허권을 이용하여 계속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면, 백혈병 환자의 치료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글리벡을 만들어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번도 제기된 바 없는 강제실시권 청구를 공대위는 준비하고 있는데, 토론회에서 남희섭 변리사는 법률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만성기 환자에 대한 글리벡 보험적용 범위 확대에 대한 소송이다. 환자대책위는 백혈병 만성기 환자들이 글리벡의 보험적용에서 제외된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대위는 환자대책위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서 건강보험관리공단을 대상으로 행정소송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재각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