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3-09-23   1287

폭염_빈곤_과학기술의 민주화

편집위원 김병윤

올 여름은 우리는 비가 많이 내려 그리 더운 줄 모르고 지냈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지에서는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물론 폭염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프랑스 정부의 공식 발표로도 작년 같은 기간(8월 1∼15일)에 비해 사망자가 11,435명이나 더 늘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더위가 사망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장-프랑수아 마테이 보건장관도 ‘폭염사태는 프랑스 사회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덮졌다’며 사회의 가장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이 처해있는 열악한 생활 조건을 인정했다.

차상위 극빈층, 신빈곤 등 2003년 한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단어들이다. 올해에만도 벌써 가족동반자살이 얼마나 있었나. 빈민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자연재해·환경피해다. 너무나 잘 알겠지만 수해나 산사태 등의 희생자들에서 어려운 이웃을 더 많이 목격하게 된다. 사회적인 약자들은 남들보다 더 빨리 어려워지고 더 많이 괴로움을 겪고 인간으로서의 유지해야할 기본적인 존엄을 포기하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도시는 더욱 화려해지고 거리의 사람들은 점점 세련되어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빈부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빈곤층의 삶은 더욱 어려워져 가고 있다. 과연 이들에게 미래는 무엇인가.

다시 우리의 문제의식인 과학기술의 민주화에 대해 생각해본다. 과학기술의 민주화는 다양한 쟁점들을 포괄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과학기술의 효과가 계급, 성별, 지역, 인종에 따라 차별적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동안 시민과학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정면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면면히 내재하고 있던 입장이며, 이번 시민과학에 실린 여러 글들에도 기존의 사회적 차별의 선이 과학기술과 관련된 쟁점 아래에 비쳐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글들이 있다. 장여경은 강남구 CCTV가 강남구의 범죄율은 줄어들겠지만 다른 지역의 범죄율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커버스토리에서는 나노기술을 다루면서 박탈받았던 시민들의 권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웨이크포드의 글이 이명재 회원의 노력으로 번역되었다. 과학기술의 민주화에 대한 보다 세련되고 정교한 논의도 필요하지만 한번 쯤은 초심(初心)을 돌이켜 보는 것도 방향감각을 잃지 않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같다.

지난 호에 예고했던 대로 이번 호는 개편 1호다. 시민과학이 그동안 여러 번 모양을 바꿔왔지만 이번 개편이 특히 의미심장한 이유는. 독자들에게 보다 좋은 인쇄상태의 매체를 제공하겠다는 기본적인 목표 이외에도 장기적으로는 시민과학이 회원을 넘어서서 일반 독자들에까지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한된 필자와 재정으로 인해 매달 발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서기 위해 발행간격을 격월간으로 하는 대신 보다 좋은 매체를 만들겠다는 편집위원회의 오래된 바램이 이번에 실현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2∼3호 정도는 보다 안정된 지면을 위해 부분적인 수정이 계속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미리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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