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과정에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보건사회연구원 주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 열려

7월 초순경 인간복제실험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클로네이드사가 국내에 비밀리에 자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나 국내에서의 인간복제실험 여부에 대해 온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5일 공청회를 통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하여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는 인간복제, 배아연구, 유전자검사 및 유전정보의 보호, 유전자치료 등 윤리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사안에 대해 연구 및 시술의 허용범위, 관리운영체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또한 과학기술부가 제시한 ‘줄기세포등의연구에관한법률’과 같이 개별입법의 방향이 아니라 갖가지 사안에 대해 생명윤리에 관한 통합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시민과학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해왔던 법안의 방향에 어느정도 부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우선 체세포복제를 포함한 인간복제를 금지하고 인간의 배아와 동물의 배아를 섞는 종간교잡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배아복제의 허용은 배아관리체계가 허술하여 쉽게 생식 목적의 배아복제로 이어질 수 있게 되는 국내 배아관리체계의 허술함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며, 이미 전사회적으로 합의된 내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배아의 연구는 부분적으로 허용하되 그 목적과 사용되는 배아의 조건을 명시하여 불임치료 및 질병치료를 위한 배아줄기세포연구의 길을 터놓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법률의 시행 이후 3년 이내에 법률의 내용을 재검토하여 개정할 수 있게끔 하는 일몰규정을 두어 결국은 체세포복제등 인간배아의 생산을 허용하려는 의도라는 비난을 면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날 토론에는 의료계 연구자를 비롯하여 인문학자,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석하였다. 봄 여성클리닉의 권혁찬 원장은 배아의 연구가 인류의 복지와 질병퇴치를 위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전제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의 권리도 함께 고려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정부가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반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리는 노력이 없다고 꼬집기도 하였다.

세부적으로는 배아의 관리기관을 명확하게 하여 제반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운영해야한다고 지적하였고, 유전자검사의 관리방안에 있어서 허용을 전제로 하는 허용범위를 다룰 것이 아니라 금지범위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였다.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실효성 의문

여성민우회의 김상희 대표는 대통령 산하 자문기구로 되어있는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실효성을 문제삼았는데, 자문기구라는 위상과 역할이 애매하고 강제력이 없어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국내에 정자·난자 매매, 대리모에 관한 관리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여성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며, 인공수정에 관한 관련규정의 포함을 주장하였다. 민우회는 전반적으로 보고서의 내용이 지난번과 비교했을 때 많이 후퇴하였음을 지적하였다.

시민과학센터의 김환석 교수는 4년이 넘게 논의만 이루어지고 법률제정은 답보상태여서 올해에도 법률제정이 안된다면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안은 작년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골격안에 비해 축소되었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전제한 후 세부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였다.

우선 민우회에서도 지적하였던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그 실효성을 문제삼았다. 자문위원회의 민간위원의 구성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명시의 필요성과 자문위원회가 일반에게 투명하고 책임성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일반시민의 대표나 시민단체의 참여가 필수적임을 역설하였다.

또한 외국과는 달리 국내의 배아연구 규정이 너무 강력하여 줄기세포연구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외국의 경우에도 임신이외의 목적으로 배아를 복제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고 각국마다 엄격한 규정이 있다면서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를 꼬집었다. 포천중문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 정형민 소장은 연구자의 입장에서도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면서 법안의 제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는 11일 국무조정실에 각각 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으나 두 부처간에 의견차가 있어 최종입법안이 어떻게 마련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두 부처가 인간개체복제의 금지에는 모두 동의를 하나, 보건복지부는 배아복제를 전면 금지하고 배아연구의 전반적 관리를 복지부가 일괄적으로 해야한다는 의견임에 반해, 과기부는 배아복제연구를 허용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겨레 7월 16일자). 하지만 과기부의 이러한 안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의견에 어긋나는 것으로 과연 과기부가 생명윤리에 관한 법을 제정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견해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는 생명윤리법안과 관련한 각 부처의 입장을 다시금 공식적으로 천명을 하고, 입법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여 여론을 수렴하는 열린 자세를 견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배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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