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센터(종료) 미분류 2002-12-17   943

육식인가, 채식인가?

* 피터 싱어. 1999, 『동물해방』, 인간사랑

* 제레미 리프킨. 2002, 『육식의 종말』, 시공사

* 송숙자. 2001, 『50인의 채식요리』, 시조사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하이텔 채식소모임” 이라는 채식모임이 시작되었을 1998년, 시중 서점에 나와 있는 채식관련서적은 몇권 되지 않았다. 물론 “아난다 마르가” 라는 요가명상 단체에서 펴낸 ‘ 명상인을 위한 채식’이나 일본인 의사 모리시다 게이지의 “채식건강법”, 제 7안식일교회에서 펴낸 ‘채식요리’등이 있었고 이 책들은 지금도 꾸준히 채식입문자의 안내서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에게 채식에 관한 관심을 고조시킬만한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던 채식관련서적들이 번역되어 나온 것은 채식단체들의 활동이 조금씩 신문지상과 방송에서 소개되던 1999년 이후이다. “채식의 이유”를 잘 설명한 대표적인 서적은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윤리적 관점을 잘 설명한 ‘동물해방”, 그리고 인간의 건강을 위한 채식에 관해서는 “육식”,”음식혁명”. 역사적 고찰로 육식문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알려준 “육식의 종말”을, 실제적인 채식하는 방법을 잘 설명한 송숙자교수의 “50인의 채식요리”를 들 수 있겠다.

피터싱어는 “동물해방”에서 인간이라는 종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들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정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그르다고 주장하는데 인종차별주의(racism)나 성차별주의(sexism)가 옳지 않듯이 종차별주의(speciesism)도 그르다는 것이다. 그의 논리는 동물은 고통과 쾌락의 감수능력이 있기에 도덕적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동물의 이용을 통하여 보다 큰 쾌락을 얻게 된다면 동물들의 고통에 불구하고 동물들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의 주장에 제기되는 문제는 동물의 고통과 사람의 쾌락을 어떤 근거나 어떻게 비교, 양화(量化)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동물들의 고통에 대한 이해, 자료의 제시와 관점의 방향에 따라 저울의 방향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고통받는 수가 많기 때문에 특히 그가 관심을 두고 서술하게 되었다는 축산과

동물실험, 이 두가지 주제에 집중된 “동물해방”의 동물권논의는 결국 채식인이 되는 것으로 그 실천이 시작된다. 공리주의의 기본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동물의 생명권과 관련된 새로운 단어와 새로운 윤리적 근거, 새로운 도덕적 관점에 대한 제시로 동물권에 대한 논의를 불러 일으킨 “동물해방”의 중요성은 분명하다.

1975년, 그가 29살 때 썼다는 피터싱어의 “동물해방”은 처음 출간된지 27여년이 지났지만 생명윤리는 물론이고 특히, 축산과 실험동물에 대한 동물권에 관심있는 분들의 기본적인 필독서가 되고 있다. 채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채식이 사람의 몸에 이롭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방법이 효과적일까 아니면 동물의 생명이 위협 당하고 있고 이들의 고통을 무시하고 진행되는 부당함에 호소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피터싱어는 “고기는 살생이다”라고 손을 들었지만 존 로빈스는 “고기는 음식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고기문

명”은 한해에도 300억 이상의 동물들의 고통과 생명에 대한 무관심, 구조적인 은폐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정작 그것을 먹고 이득이 될 것 같은 인간에게도 뱃속에서 날카로운 비수가 변화되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2000년 현재 우리나라의 사망자 4명중 한명은 암이 원인이 되어 죽는다. 한해 암과 관련된 사회적비용만도 2조원이 넘는다. 그런데 암발생의 원인의 35%는 잘못된 식생활, 즉 고기 때문이라고 미국 국립 암연구소는 발표하고 있다.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경부암, 난소암, 폐암등의 암질환 뿐만이 아니라 심장마비, 동맥경화등의 혈관질환, 당뇨, 저혈당증, 다발성경화증, 궤양, 변비, 비만, 관절염, 빈혈, 식중독, 환경호르몬, 항생제축적, 신장병등 수많은 질병의 증가에 동물의 시체, 고기가 원인으로 작용함을 수많은 연구자료, 조사보고서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환경, 기아, 동물권에 대한 논의도 깊게 진행되고 있으나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채식과 건강에 대한 확실한 자료제시와 알기쉽고 설득적인 설명이다. “베스킨 로빈스 31″의 유일한 상속자라는 타고난 부와 명예보다는 각종 유제품과 축산물에 은폐된 진실을 세상에 알림을 선택한 용기는 존경할만하다. 고기가 인체 생리적으로 해로움을 제시한 그의 책 “육식”과 “음식혁명”은 우리에게 음식이 단지 에너지원이 아님을, 삶의 방향까지

지워주는 지도이자 핸들이 됨을 알게 한다.

방대한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서구문화의 자료의 축적, 공유, 이용이라는 넉넉함에 부러움을 자아내는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은 원제가 “Beyond Beef”인데, 다른”- 종말” 시리즈와 함께 연결하여 읽고 해석되어진다.

논의 대상은 소에 한정되어 있지만 책에서 근본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고기를 먹는 문명, 육식문명에 대한 비판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피상적으로 느끼는 것과 달리 고기를 먹는 것은 단순히 개인들의 기호에 머무르지 않고, 지구적인 산업, 지구차원의 문명전개와 그 방향성에 아주 밀접한 관련성이 있고, 지구적인 자원의 이용에 있어서도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와 서양문명, 미국서부정복기, 쇠고기의 산업화, 배부른 소떼와 굶주린 사람들,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소떼,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의식구조. 이렇게 여섯단원으로 제시된 책에서 미국의 서부가 정복될 때 수백만의 버팔로가 단 이삼년간 순식간에 멸종되어 버리고, 이로 인해 아메리카인디안들이 함께 사라지는 과정을 이해하면서, 쇠고기가 이제는 더 이상 널푸른 목장에서 풀뜯는 것이 아니라 곡물생산지대와 연결되어 좁디좁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역사적 진행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서, 소의 발굽아래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풍요로운 삼림이 사막화됨과 이로 인해 토착민들이 도시에 유입되며 도시빈민층으로 싼임금으로 이용가능한 잉여 노동의 예비군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보면서 “쇠고기먹는 문화”가 사회구조변화의 동력원이 됨을 깨닫게 된다.

그의 “엔트로피”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육식은 곡물에서 인간으로 직결되는 자연적인 생명의 과정을 폐쇄하고, 곡물에서 가축, 가축에서 인간으로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불필요한 피로 얼룩진 죽음의 육식문명의 단계단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 단계를 지날 때 마다 사회적, 지구적 엔트로피는 점점 증가하게 되고, 정작 우리 인류가 현재 투입해야 할 분야, 생명의 소중함을 이루어야 하는 분야에 대한 에너지의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전체자원의 3분의

1이나 투입해야된다는 육식문명의 유지를 위해(채식을 위해서는 고기생산을 위한 자원의 단지 5%가 필요) 수많은 자원의 낭비, 노동시간, 노동력이 착취되어야 한다. 결국 물질중심주의, 인간소외, 인간생명의 존엄무시, 뭇 생명들의 고통과 멸종을 끄집어 낸다. 이 과정을 통해 이익을 얻는 자들은 탐욕에 찬 물질중심주의, 영적으로 천박한 거대자본일뿐이며, 고통받는 이는 이윤을 얻는 거대자본을 포함한 모든, 뭇 생명들이다. 이의 해결법은 단지 우리의 식탁에 생명의 푸르름으로 충분하다. 채식으로 이루어질 미래는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 제레미리프킨은 이렇게 말한다.

‘쇠고기 신화는 반복적으로 남성지배를 영속화하고 계급차별을 조장했으며, 국수주의와 식민주의의 이익을 증진시켜 왔다. 전세계적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경제적박탈을 영속화했다. 육식을 끊는 행위에는 모든 대륙의 자연을 대대적으로 회복시키는 생태계적 르네상스가 동반될 것이다. 중앙 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는 축산단지의 해체로 트랙터와 불도저가 한가로이 빈둥거릴 것이며, 울창한 고대 삼림 생태계 속으로 파고 들어가던 낯익은 기계톱의

소음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무수히 많은 식물, 곤충, 동물들이, 수많은 생명체들이 삼림에 다시 모여들고 번성하면서 전능한 신의 창조의 경이를 입증해 보일 것이다. (중략)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전지구적 식량재분배(채식)는 인류를 새로운 형제애의 결속으로 뭉치게 할 것이다. 도시 빈민촌에서 농촌으로 대대적인 이동이 촉발될 것이다. 농민들은 소규모 자급자족 농업을 다시 시작할 것이고, 대지로부터 직접 수확한 산물로 가족

을 부양하게 된 것이다. 육식문화를 초월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원상태로 돌리고 온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징표이자 혁명적인 행동이다. 이것은 새로운 포스트모던 감각의 핵심적인 요소이며 새로운 지구중심의식의 전조이다. 인간의식에 펼쳐진 새로운 장을 예고하게 될 것이다….’

상극의 육식문명에서 상생의 채식문명으로의 전환을 제레미 리프킨은 예언하고 있다. 이미 진행중에 있음을 이 땅에 불어 들이치고 있는 채식의 열풍으로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그래? 좋다! 채식이 건강, 환경, 기아, 생명존중등 많은 이로움이 있다. 그런데 정작 채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 여러분께 제안한다. 탄수화물은 곡류(쌀,밀)에서 단백질은 콩류에서 지질은 견과류(호도,땅콩,아몬드), 종실류(잣,해바라기씨 등)에서, 비타민과 미네랄은 채소류, 해조류, 과일에서 섭취를 하면 된다. 이렇게 골고루 먹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자 이렇게 해 보시라, 콩 두줌에 쌀을 넣어 채소 두세가지를 먹자. 단지 이것으로 여러분은 하루 필요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비타민, 미네랄, 그리고 덤으로 인체의 면역을 증강시키고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노화를 억제하고 생활에 활력을 주는 수백가지의 파이토케미칼을 얻게 된다. 콩의 단백질은 동물성단백질보다 양질의 단백질이며 함유량도 20%라는 소고기의 두배나 되는 40%나 된다. 견과류나 종실류의 지질은 고기에 있는 암과 콜레스테롤의 원인이 되는 중성지질보다 인체에 적합하고 이로운 불포화지방산과 지용성비타민, 항산화제가 풍부하다. 합성비타민보다 흡수율도 좋고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록 골로루 함유된 비타민은 채소류, 해조류에 풍부하다. 맛도 좋고 부작용도 없다. 태양의 중심온도는 1천5백만도이다. 철이 1천도면 녹기 시작한다니 그 온도는 얼마나 높고 그 순수함은 얼마나 깊을 것인가? 그 빛을 받아 식물들이 각종 영양소를 만들어낸다. 자연이 보내준 그 소중하고 고마운 선물을 차 버리고 쓰레기로 만든 음식, 동물의 시체를 먹는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이렇게 쉬운, 오랜시간 우리 조상들이 행해 왔던 생명의 먹거리를 거부하고 동물의 살에 길들어 버린다는 것은 얼마나 원통한 일이 될 것인가?

채식의 영양적인 중요함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70이 넘도록 독신으로 사시며 평생을 채식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계신 채식 식이요법가인 송숙자교수의 ’50인의 채식요리’는 건강한 채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전반부의 80여 페이지는 영양학적 근거를 과학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음식은 약보다 더 중요하다.

이 중요한 시기에 수십년간의 질병을 먹는 것, 채식으로 치유한 임상경험이 풍부한 송숙자교수의 ’50인 채식요리-시조사’는 일반인들에게 적극 권할만한 책이다. 40이 될 때까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한 그의 전력은 책을 읽음에 지루함이 없음으로 다가온다. 80페이지 이후에는 50인이 자랑하는 채식요리가 화려한 그림으로 자세한 설명과 함께 나온다. 백밀가루에 기름을 잔뜩 튀긴 것을 채식요리라 하진 않는다. 이 책에 제시된 요리들은 영양적으로도 충실하고 조리과정으로도 합리적인 건강한 채식요리이다.

무엇보다 채식은 그 자체로 환경운동이고 동물보호운동이며 기아운동이다. 그리고 혼탁해진 각 종교의 정화운동이기도 하다. 나는 꿈을 꾼다. 환경과 사회변화에 관심있는 이들이 명상과 기도를 하고 있다. 스님과 목사님, 수녀님, 신부님, 요기들이 사회정의를 위하여 캠페인을 하고 있다. 각 종교와 문화와 인종과 나라와 온 세상의 생명을 다시 하나로 되는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세상을 위하여 영적인 물적인 인프라 채식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이를 위해 나는 한가지만 제안하고자 한다. 학교급식에 채식식단을 병설하라. 학교급식에 채식식단이 병설되면서 각 관공서와 군대, 대규모사업장에도 채식식단의 병설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고, 수많은 동물들이 음식이 되기 위해 고통받는 일에서 해방될 것이

다.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하나됨의 기쁨을 얻게 될 것이다.

이광조 | 푸른생명한국채식연합 서울/경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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